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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임용석 교수의 ‘스포츠와 인권’<6>…한 가족, 두 규정에 우는 혼혈선수

‘하프코리언’이라는 편견·차별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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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4.04.30 10:45:18

다음 중 한국인 선수는 누구일까?

1)국내선수 2)귀화혼혈선수 3)해외동포선수


정답은 ‘국내선수’와 ‘귀화혼혈선수’다. 국내선수는 4년제 국내 대학 및 고교졸업자(예정자), 대학 재학 중인 선수로 학교장의 승인을 받은 사람이다. 


귀화혼혈선수는 친부모 중 1명이 한국인 혈통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거나, 보유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지만 적용되는 제도는 전혀 다르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승준(원주 동부), 동준(서울 삼성)형제 이야기는 KBL(Korea Basketball League, 한국프로농구연맹)의 선수제도를 잘 설명해준다. 


형제는 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해외 출생, 외국에서 선수생활, 한국 팀으로의 이적 및 한국적 취득의 길을 똑같이 걸었다. 그러나 형 승준은 귀화혼혈선수로, 동생 동준은 국내 선수로 구분된다.


형은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반면 동생은 귀화혼혈 제도가 시행되기 전 국내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결과다. 동생 동준의 경우는 경희대를 졸업한 후 입단한 ‘아르헨티나 특급’ 김민수(SK)와 같다. 국내선수는 5년, 귀화혼혈선수는 3년 만에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FA는 드래프트를 통해 팀에 입단한 선수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팀과 계약을 맺어 자유로이 이적할 수 있다. 대부분 프로스포츠에서 FA자격취득은 돈과 직결된다. 하지만 이승준을 비롯한 몇몇의 귀화혼혈선수들은 이를 꼭 반기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팀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과의 ‘생이별’ 해야 한다.


이승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FA제도의 아쉬움을 말했다. “남고, 안 남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래도 FA 결정은 우리가 해야 돼요. 저랑, (전)태풍(부산 KT), (문)태영이(울산 모비스), 다 한국 사람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왜 달라요? (김)민수(서울 SK), (이)동준이는 한국인 FA잖아요.” 같은 부모를 둔 형제는 왜 다른 기준을 적용받아야 할까?


‘해외동포선수’의 사례까지 더해지면 KBL의 선수규정과 제도는 완벽한 코미디가 된다. ‘해외동포선수는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적이 있는 외국인 친부모를 둔 외국인이다. 김효범(전주 KCC)은 KBL에 유일한 ‘해외동포선수’다.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캐나다인이다. 한국인이 아니기에 병역의 의무를 질 필요가 없다. 외국인인 그는 한국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이 같은 규정이 차별이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KBL은 2013년 제도를 바꿨다. 서울 SK가 박승리를 지명함으로써 모든 구단이 귀화혼혈선수를 한명씩 지명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KBL은 국내선수 드래프트와는 별도로 진행되던 ‘귀화혼혈선수 드래프트’를 폐지했다. ‘해외동포선수’는 귀화혼혈선수와 마찬가지로 데뷔 3년 안에 한국국적을 취득해야한다.


월등한 신체능력, 화려한 농구실력, 연예인 급 외모, 처음에는 낯설었던 얼굴들. 2014년 현재 이들을 빼곤 KBL을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한국인이고, KBL(Korea Basketball League, 한국프로농구연맹) 소속 선수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을 하프코리언(Half Korean)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절반만 한국인’ 대우를 받는다.


KBL 한선교 총재는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모든 구단들이 하프코리언을 ‘써’ 봤다.”는 말을 했다. 운동선수는 운동 기량이 뛰어나 스포츠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운동을 통해 학교 기업 나라를 대표한다. 표현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교육과 스승으로 생각했던 화가 루소(Henri Rousseau)는 말했다. “이성과 판단력은 천천히 걸어오지만 편견은 무리를 지어 달려온다.” 편견을 버리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 그로 인한 편견, 눈에 보이고 고칠 수 있는 상처보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훨씬 아프다.

 

글쓴이 임용석은?

고려대학교에서 스포츠 교육학과 인권을 강의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 그는 청소년 농구대표를 지낸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불의의 사고를 계기로 책을 쥔 그는 학생선수의 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 또 스포츠 현장에서의 훈련성과와 인권 등도 깊이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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