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5월 8일 어버이날만 되면 학교에서는 편지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지를 쓰게 되면 맨 먼저 나오는 이름은 어머니, 그 다음이 아버지였습니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아버지는 매년 엄마보다 뒤쪽에 있냐며 마음 상했다고 늘 말씀하셨죠.
‘아버지’ 가깝고도 먼 이름.
아버지가 집에 계신다는 이유만으로 든든하고 누군가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왠지 둘이 있는 날에는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서먹서먹합니다.
아버지는 애써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대화의 시간은 10분을 못 넘어갑니다.
금세 저는 내 방안으로 들어가 버리죠.
▲엽서.(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이제는 출가외인이 되어 아버지랑 매일매일 같이 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친구들이랑 놀다가 집에 늦게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저 멀리서도 보이는 아버지의 화난 눈과 커다란 몸집이 보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엄청 커다랗던 아버지가 이제는 체구도 작아지고 머리카락은 온통 흰색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아하, 아버지도 늙는구나! 아니 늙으셨구나!
살가운 대화 한 번도 못한 사이에 아버지는 어쩌면 외로움을 안고 하루하루를 지내셨을 지도 모릅니다.
아버지에게 용기내서 말을 건넸습니다. ‘건강 꼭 챙기고,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드시고…….’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뭉클해져오는 느낌. 이제야 아버지도 자식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편지쓰기대회 일반부 대상.(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여기 전미화님의 아버지를 꼭 살리겠다는 부녀간의 따스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2013 대한민국편지쓰기대회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한 전미화님은 편지글에서 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자신의 희생으로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하며, 아버지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건강 때문에 딸의 몸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과,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자신의 간을 이식해서라도 아버지가 다시 건강해질 수 있기를 바랐던 딸의 애틋한 마음이 편지에 녹아 있습니다.
5월 8일 어버이날입니다.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편지로 대신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리 붙잡고 싶고 돌아가고 싶어도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비로소 부모가 되어서야 부모님이 사랑을 헤아리게 되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었다고요
▲동백꽃.(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아버지는 가깝고도 먼 이름이 아닌 가깝고도 소중한 이름입니다.
아버지... 항상 옆에서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