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지만, 공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선 정 총리가 물러나는 것으로 정부 책임론을 비껴가려 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28일 오전 청와대 사이트가 방문자 폭주로 일시 마비됐다. 한 누리꾼이 올린 ‘당신이 대통령이어선 안 되는 이유’가 공감을 일으키면서 박 대통령과 정부의 무능함을 꼬집는 글이 청와대 게시판에 쇄도하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국정홍보비관실 소영호 행정관은 “평소 일일 접속자수는 7000명 정도 되는데, 28일 오전 2~3배에 이르고 동시 접속자수도 많아 속도가 느려졌다”고 말했다.
이날 주요 포털 게시판에는 민심이 쏟아내는 분노로 가득 찼고, 실시간 검색어에는 ‘청와대’가 1위에 올랐다. 그만큼 박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깊다는 것을 방증한다.
안산에 마련된 임시합동분향소 마지막 날인 28일, 눈물 같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내리치는 속에서도 추모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까지 16만6천여 명의 추모객이 다녀갔고, 추모 문자메시지는 8만4천여 건이 들어왔다. 여기에 노란리본달기 캠페인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까지 확대됐다.
정 총리는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선(先) 사고수습, 후(後) 사표수리’ 방침을 밝혔다. 일단 사태수습이 먼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제기된다.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지적이다.
정 총리의 사퇴는 청와대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정 총리가 사의 표명에 앞서 박 대통령과 교감했는지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정 총리는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는 ‘일단 보류’키로 하면서 민심을 떠봤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선 정 총리 하나만을 이번 사태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질책도 제기된다. 여기에 일종의 ‘대리사과’라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결과적으로 총리만으로 민심수습에 역부족이란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여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28일 한 라디오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총리뿐 아니라 최근 임명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해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세월호 여파에 따른 성난 민심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주간정례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4월 넷째 주 지지율은 전주 대비 6.8%p 하락한 57.9%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도 같은 기간 6.6%p 상승하며 33.8%로 급증했다.
일간 집계를 보면 21일(월) 67%였던 지지율은 22일(화) 61.1%, 23일(수) 56.5%, 24일(목) 54.0%로 계속해서 하향세를 보였다. 25일(금) 56.6%’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반등을 이끌어냈지만, 그간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대폭 하락한 수치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해 전주 대비 4.7%p 하락한 48.7%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측은 박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세월호 구조 수습 장기화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결과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리서치뷰>가 27일 발표한 박 대통령 직무평가 지지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직무능력 긍정평가는 직전 대비 9.9%p 급락한 39.8%로 조사된 반면, 부정평가는 무려 15.3%p나 급등한 49.3%를 기록하면서 긍정평가 지수가 사상 최저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인턴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한 윤창준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 이후 가장 높은 부정평가와 가장 낮은 긍정평가를 보인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