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시기는 청소년기, 사춘기, 중2병, 질풍노도의 시기 등으로 불린다. ‘십대를 잘 보내면 편하다’, ‘잘 억눌러야 한다’ 등 십대를 단지 스쳐 지나가는 시기나 억눌러서 빨리 탈출해야 하는 시기로 보는 시각이 만연하다. 미친 십대라는 등 정신병적인 단어를 써가며 십대를 비정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뇌 과학과 많은 임상 상담을 통해 축적한 지식을 기초로, 십대에 대한 기존의 편견에 반대하고 십대의 두뇌와 정신에 숨어 있는 창의성과 놀라운 힘을 발현시킬 것을 강조한다.
십대의 톡톡 튀는 성향은 단지 억누르고 스쳐 지나가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인류가 가진 본능이다. 십대에 닥쳐오는 네 가지 경향, 즉 새로운 것에 대한 추구, 사회적 유대감, 예민한 감수성, 창조적 탐험은 인류가 탄생하면서부터 지녀온 종족의 본능이며, 이런 본능적 경향 덕분에 인류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런 십대의 힘을 성인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도약을 할 것이다.
십대는 어른의 보살핌을 받던 유년기에서 어른으로 가야 하는 도약의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여 더욱 넓은 세상으로 가려는 본능이 생기고 그런 것을 억압하는 현대의 부모와 충돌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려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동료(즉 같은 또래)와 유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부모와는 거리가 생긴다.
특히, 현대의 문제점은 청소년기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육체적으로는 사회에 나갈 준비가 완료되었는데 사회적 여건을 그렇지 못하다. 성인의 몸을 가지고 아이의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16세 정도면 성인의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25세 이상은 되어야 성인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 그런 사회적, 정신적 차이가 청소년기의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했다.
대니얼 시겔은 청소년의 두뇌에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세상을 탐구하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소통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훈련을 하면(저자는 이것을 마인드사이트라고 부른다) 청소년의 에너지를 그대로 유지하며 성인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희망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저자는 여러 가지 심리학적 도구와 사례를 제공한다. 나에서 우리로 가며, 자신과 남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을 때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다. 어른은 청소년을 이해하고 항상 열려 있으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청소년의 행동은 ‘미친’ 짓이 아니라 그 나이에 일어나는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니얼 시겔은 이미 ‘내 아이를 위한 브레인 코칭’, ‘마음을 여는 기술’ 등의 저서를 통해 뇌 과학의 신비와 인간의 행동에 대해 깊이 있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그는 이번 책 ‘십대의 두뇌는 희망이다’를 통해 십대, 혹은 아직 부모의 곁을 떠나기 힘든 20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세계를 조망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지은이 대니엘 J. 시겔 △옮긴이 최욱림 △펴낸곳 처음북스 △400쪽 △정가 150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