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이나 중풍을 의심하고 뇌 MRI를 찍는 등 법석을 떨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전정기능 검사 결과 이비인후과에서는 감기 끝에 귓속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진단했다. 전정신경은 몸의 평형에 관계하는 신경이다.
올해 환갑인 박 모 씨는 얼마 전부터 앉았다 일어설 때마다 2-3분 정도씩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뇌 MRI를 찍어본 결과, 뇌 말초혈관 일부가 막혀 있었다. 뇌에 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지럼증을 느낀 것이었다.
인체의 평형을 유지하는데 관여하는 기관은 무수히 많다. 내이(內耳)에 있는 전정기관과 시신경계, 척수, 소뇌, 대뇌, 뇌간 등이 서로 통합적으로 작용해 평형을 유지한다. 이중 어느 한곳에라도 이상이 있으면 어지러워진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무수히 많은데, 그 중 전정기관에 이상을 초래하는 이비인후과 질환인 경우가 50% 정도로 가장 많다.
대표적인 게 양성 발작성 어지럼증이다. 이것은 머리를 급격하게 움직이는 등 자세를 바꿀 때 일어나며 10-20초간 어지럼증이 지속된다. 머리를 움직임에 따라 내이 속 칼슘이 움직이면서 전정기관을 자극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개 수주일이나 수개월 이내에 자연 치유된다.
감기 끝에 걸리는 전정신경염이나 메니에르씨병도 흔하다. 메니에르씨병은 발작성 어지럼증이 30분-3시간 정도 지속되며, 이명과 청각장애를 동반하는 게 보통이다.
전정신경염은 바이러스 등에 의해 한쪽 전정신경이 완전히 손상돼 생기는데, 심한 어지럼증이 발작적으로 한번 생긴 뒤 차츰 좋아지나 3-6개월 동안은 전정감각을 잘 유지하지 못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내이에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내이염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며, 10만 명에 1명꼴로 아주 드물지만 청신경 종양의 초기증상도 어지럼증이다. 청신경 종양의 경우, 잠시 동안 어지럽다가 이내 괜찮아지기 때문에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귀안의 전정기관 이상에서 비롯된 어지럼증은 몸이나 주위가 빙빙 도는 것과 같은 회전감을 느끼는 게 특징이다.
이런 사람들은 소금섭취를 제한해야 하며, 혈관을 수축시키는 술이나 담배, 커피 등을 삼가는 게 좋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신경계통 질환은 뇌종양이나 뇌졸중이 가장 흔하다.
이때는 빙빙 도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어찔어찔한 게 특징이다. 또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음식을 삼키기가 힘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알콜중독자나 당뇨환자에게 많은 말초신경염도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질환이다.
그 외에 빈혈이나 저혈압 때문인 경우도 많다. 뇌로 충분한 양의 피가 공급되지 않아 어지러움을 느낀다. 저혈압인 경우 특히 앉았다 일어설 때 어지럼증을 많이 느낀다. 눈을 감거나 도수 높은 안경을 썼을 때 어지러운 것처럼 눈에 이상이 있어도 어지럼증을 느낀다. 교통사고나 추락 등에 의해 두개골에 외상을 입었을 경우나, 목이나 허리 근육에 이상이 있을 때도 어지럼증을 느낀다.
이와 같이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나 정확한 이비인후과적 검사와 최근 본원이 도입한 전정기능검사기기를 이용하여 신속한 진단이 이루어진다면, 환자분들의 불편함과 두려움을 충분히 없앨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