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투자가 돈을 버는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채 100년도 안 된 일이라고 단언한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돈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벌기보다 지키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저자 권오상은 도이체방크, 바클에이스은행 등 세계적 투자은행에서 비정형 옵션 트레이더로 경력을 시작해 상무이사를 역임하는 등 7년간 금융 실무를 익히고 고려대와 KAIST, 중앙대 등에서 재무론과 경영학을 가르쳤다.
서울대와 KAIST,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을 거치며 기계공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고, INSEAD에서 MBA를 취득한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점잖은 교수님인 금융학이 아니라 '돈 문제'를 책으로 쓴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머리말에서 직장을 다니며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애면글면 가까스로 2년치 유학 자금을 마련했다고 안도할 무렵 1997년 IMF위기가 발생했다. 700원대의 환율이 2000원에 육박하면서 유학 자금은 순식간에 한 학기 겨우 버틸수 있는 돈으로 쪼그라들었다.
요즘도 가끔 그때의 악몽을 꾼다는 저자는 현실의 돈과 이론상의 돈을 조화시키고 싶었다고 술회한다. 현실에서 보통 사람들이 직면하는 돈과 전문가들의 투자 세계의 돈, 이를 수학으로 연산하고 법칙화해 학문으로 정립한 금융학의 돈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러한 경험과 고민을 증류시킨 결과다. 현대 금융학 개론이면서 돈과 삶에 대한 인문적 성찰까지 버무려 낸 투자학 콘서트이기도 하다. △지은이 권오상 △펴낸곳 부키(주) △272쪽 △정가 150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