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지만 ‘보이스강간’이라 하면 대부분 뭔 소린지 이해가 안갈 것이다.
2004년 미국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어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복종)’이 인간 심리의 허점을 교묘히 파고드는 범죄자와 그에 농락당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폭로한다.
보이스피싱이 전화를 통해 교묘하게 개인 정보를 사취하는 범죄라면, ‘보이스강간’은 전화를 이용해 평범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새로운 방식의 범죄다.
영화에서 범인은 경찰을 사칭하며 유명 패스트푸드점에 전화를 걸어 직원 중 한 명이 손님의 지갑을 훔쳤다고 제보한다. 평범한 종업원들은 경찰이라는 공권력과 본사라는 또다른 권력앞에 굴종하면서 미성년인 동료 여직원 ‘베키’를 감금하고 알몸 수색에 성폭행까지 가하는 범죄자로 전락하고 만다.
‘유명 패스트푸드점 알몸 수색’ 사건으로 유명한 이 실화의 실제 피해자였던 여종업원 루이스 오그본은 패스트푸드점으로부터 56억원의 손해배상을 받았으며, 범인의 유도로 성폭행을 저지른 매니저의 약혼자는 5년형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사건이 1994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미국 30여 주에서 70여 건이나 일어났다는 사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