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수입차 전국시대다. 수입차 등록대수가 크게 늘면서 이제 수입차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업체들의 홍보전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그러나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 복병이 있으니 바로 비싼 수리비용이다. 고장이 나면 국산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싼 부품비-수리비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수입차의 고장률을 미리 알아보는 것은 장기적으로 골칫덩어리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장률 통계에 관한한 미국 전역의 자동차 수리소와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고장수리 자료를 수집해 통계를 내는 미국 최대의 소비자 단체 컨슈머 리포트(이하 CR)의 통계치가 믿을 만하다. 다음은 올해 새로 선보이는 수입차들에 대한 CR의 측정치, 고장률 통계치들이다. 자동차 모델 앞의 숫자는 종합평점이 낮은 순이다.
CR은 각 부분별 평점을 A(탁월) B(우수) C(보통) D(평균 이하) F(형편없음)으로 나눠 매기고, 이런 부분 평가를 토대로 100점 만점의 종합평점을 매긴다.
6. 혼다 CR-Z: 57점
좋은 차를 만드는 업체로 정평이 난 혼다자동차가 새롭게 내놓은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CR-Z는 57점이라는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스포츠카 분야의 최고 평점 97점(BMW 135i)을 참고하면 최하위권에 속하는 점수다. 기아 포르테 쿱 SX(77점), 현대 제네시스 쿱 V6(70점)보다도 한참 떨어진다.
스포츠카에 환경친화적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한다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지만 혹평을 받았다. 낮은 점수를 매긴 이유에 대해 컨슈머 리포트는 “스포츠카답지 않게 가속력이 너무 평범하고(C평점), 승차감은 통통 튀고…” 등으로 정리했다. 한 마디로 “스포츠카처럼 생겼을 뿐 전혀 스포티하지 않다”는 평이다.
혼다 차답게 유지보수비는 A평점을 받아 고장수리비가 최저 수준이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모에 현혹되기 잘 하는 한국 소비자들이 특히 귀기울여야 할 지적이다. CR이 평가한 장점과 단점은 다음과 같다.
장점: 연비(A평점), 기아 변속, 회전반경, 짐칸의 탄력적 구성.
단점: 두 사람밖에 탈 수 없고, 소음이 심하고, 승차감이 떨어진다. 위급상황에서의 핸들링도 평범하고(C평점), 시야각, 타고내리는 편리성도 좋지 못하다.
▲전기-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스포츠카라는 신개념을 적용한 혼다의 CR-Z. 혁신적 시도지만 컨슈머 리포트는 혹평을 내놓았다. (사진 = 혼다자동차 웹사이트)
5. 니산 큐브: 64점
‘이효리 차’로 알려지면서, 앙징맞은 박스형 몸매로 인기를 끈 차종이다. 한국니삿은 신형 큐브의 판매 가격을 낮추고 서울 강남 등지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판촉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CR의 이 차에 준 종합평점 64점은 ‘하위권’이다. 소형 해치백-웨건 분야의 최고 지존인 폭스바겐 골프 TDI의 88점과 비교한다면 한참 떨어지는 점수다. 현대 엘란트라 투어링(79점), 기아 소울(68점)보다도 낮다.
컨슈머 리포트는 니산 큐브와 기아 소울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소울을 사라”고 권한다. 유지보수비는 최저 수준으로 들지만(A평점), 일본 차로서는 특이하게 고장률이 평균 이하(D평점)로 높다는 게 문제다.
장점: 차내 공간이 효율적으로 배치됐고,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사이드 에어백을 장착한 충돌테스트 결과가 좋았고(A평점), 회전반경이 작고, 트랜스미션이 좋다.
단점: 가속력이 보통이고(C평점), 브레이킹, 민첩성, 소음, 내외장 마감, 전조등 등도 낮은 평점을 받았다.
▲닛산 큐브의 산뜻한 대시보드. 실내 디자인 등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 점이 눈에 띄나 종합평점에서는 기아 소울, 현대 엘란트라 투어링보다 못한 평가를 받았다. (사진 = 닛산자동차 웹사이트)
4. 아우디 A6: 79점
CR이 테스트한 모델은 A6 프리미엄 V6 모델이다. 이 차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데이터를 참고할 때 고장률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CR은 ‘예상되는 고장률’ 항목에 최하 평점인 F를 줬다. 고장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지보수비도 당연히 F평점이다. 연비도 D평점으로 나쁘다.
장점: 가속력(A), 앞좌석 편안함(A), 내외장 마감, 충돌실험 결과(A)
단점: 일부 조작장치가 불편하고, 저속 승차감이 떨어진다. 고장이 잘 난다.
▲아우디 A6. (사진 = 아우디코리아 웹사이트)
3. 폭스바겐 투아렉: 82점
폭스바겐코리아는 SUV 차량 투아렉을 ‘V6 TDI 블루모션’과 ‘V8 TDI’ 두 가지 사양으로 내놓는다. 이 중 CR이 테스트한 모델은 V6 TDI 모델이다.
종합 평점 82점은 상당히 좋은 점수다.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최고평점 모델이 도요타 하일랜더 하이브리드(89점)이고, 바로 그 밑을 투아렉 V6 TDI와 기아 소렌토 V6가 나란히 82점으로 2등에 올랐다. 단점이라면 역시 유지보수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F 평점).
장점: 앞좌석 승차감과 충돌실험 결과가 최고 수준이다(A평점). SUV 치고는 연비도 C평점으로 나쁘지 않은 편이고, 핸들링이 좋아 사고회피도 잘 한다(B평점). 내외장 마감과 토잉 능력(짐칸을 붙였을 때 끌고가는 능력)도 좋다.
단점: 고가-고급 차량이지만 SUV라 승차감이 떨어진다(C평점). 저속에서 기어 변속이 부드럽지 못하다.
▲SUV이기 때문에 승차감이 안 좋다는 평가를 받은 폭스바겐 투아렉. (사진 = 폭스바겐 웹사이트)
2. 재규어 XJ: 83점
멋에 관한한 최고의 차종 중 하나다. 신모델이므로 고장률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그간의 재규어 브랜드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CR은 여러 주의 사항들을 내놓았다.
우선 럭셔리 세단답게 유지보수비가 최고로 많이 든다(F평점). 연비도 안 좋으며(D평점), 중고차 값도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D평점). 미국에서도 “재규어를 샀다”고 하면 “너 멋 내는구나”라는 소리를 듣기 쉽다. ‘멋을 낸다’는 말에 들어있는 여러 의미를 알고 사야 할 차종이 바로 재규어다.
장점: 핸들링이 좋아 사고 회피에 좋다(B 평점). 가속력(A 평점), 앞좌석 착석감(A 평점)도 좋다. 마감, 승차감, 정숙성도 우수한 편이다.
단점: 트렁크가 작고, 일부 조작장치가 불편하다. 후면 시야각이 좁고, 차내 수납공간도 큰 차 치고는 작다.
▲디자인이 뛰어나지만 연비-유지보수비-중고차값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재규어 XJ. (사진 = 재규어 홈페이지)
1. 아우디 A8L: 91점
아우디코리아는 올해 새 모델 A7을 소개할 예정이지만, 이 모델은 완전히 새 모델이기 때문에 아직 고장률 등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럭셔리 세단인 A8L 모델은 종합평점 91점을 받아 럭셔리 세단 부분에서 당당 3등에 올랐다. 1등 렉서스 460L(99점), 2등 인피니티 M37(93점)에 이어 상당히 좋은 평가임을 알 수 있다.
A8L은 신모델이지만 컨슈머 리포트는 기존 A8 모델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몇 가지 충고를 내놓았다. 가장 눈여겨 볼만한 점은 유지보수비가 최하 평점(F)을 받았다는 점이다. 즉 고장이 나면 돈을 많이 쓸 각오를 하라는 의미다.
연비 부분과 향후 중고차 값 평가 부분에서는 모두 C 평점을 줘 보통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장점: 핸들링이 좋아 위급한 순간에 피하는 능력이 A등급이다. 가속력도 최고 수준(A)이며, 트랜스미션, 브레이킹, 승차감, 좌석 편안함, 정숙성, 마감이 좋다. 럭셔리 세단치고는 연비도 좋은 편이다.
단점: 조작장치가 불편하고 트렁크가 좁다.
▲럭셔리 세단 부분에서 종합 3등이란 좋은 점수를 받은 아우디 A8. 그러나 유지보수비, 중고차 값, 연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아우디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