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비즈] ‘서울시 자율주행버스’ 어디까지 왔나? 청계천 셔틀 타보니

손정호 기자 2025.11.17 09:31:06

청계천 오가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
왕복 4.8㎞ 구간을 부드럽고 안정적 주행
스크린에 차량 주변 모습·정보 실시간 투영
사면 유리창으로 바깥풍경 보며 잠시 휴식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청계A01’ (사진=손정호 기자)

매일같이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격변의 시대. 변화를 따라잡기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대신해드립니다. 먹고 만지고 체험하고, 여차하면 뒹굴어서라도 생생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청계천에 도입한 자율주행 셔틀을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자율주행 셔틀이 청계천에서 운행을 시작합니다. 서울 도심에서 운전석이 없는 자율주행 셔틀을 직접 경험해 보세요.”

서울시가 청계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정류장의 입간판에 적혀 있는 문구다. 기자는 지난달 31일 서울지하철 시청역에 내려 5분 가량 걸어 이곳에 도착했다. 다슬기 모양의 조각상 앞에 청계천이 흐르고 있고, 도로변에 작은 은색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마을버스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의 이 버스는 국내 자율주행 기업 오토노머스 에이투지(Autonomous A2Z)가 개발해서 만든 ‘ROii(로이)’라는 이름의 차량이다. ‘청계A01’이라는 번호가 차량 앞에 검은색 글씨로 새겨져 있다.

청계A01의 앞부분에 있는 작은 스크린에 ‘자율주행 시범운행’이라는 내용이 표시되어 있었다. 옆면에 부착된는 스크린을 통해 잔여 좌석이 3자리 남았다는 사실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작은 마을버스처럼 생긴 청계A01 안으로 들어갔다. 기존 버스나 승용차와 달리 앞부분에 운전석이 없다. 내부에는 둥글게 좌석이 배치돼 탑승객들이 둘러앉은 형태로 버스에 몸을 맡긴다.

 

서울시의 자율주행 셔틀버스 청계A01(왼쪽), 정류장 입간판 (사진=손정호 기자)

자율주행 셔틀 안에는 터치스크린과 게임기의 조이스틱처럼 생긴 장치로 차량을 통제·조정하는 통제사(편의상 통제사로 부르기로 한다) 한 명 입구 옆에 동승해 있었다. 버스 요금 정산 장치에 갖고 있는 대중교통 카드를 터치하면 시험운행 기간 동안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둥근 형태의 좌석에는 기자와 통제사를 포함해 외국인 4명, 한국인 5명이 앉았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느낌이 어떤지 한국어와 외국어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니 앞과 뒷부분에 운전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스크린이 보인다. 이 스크린으로 현재 위치는 물론, 다음 정류장, 도로 모양, 주변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속도와 시간, 남은 거리, 도착 시간 등도 표시된다.

통제사가 앉은 입구 앞에는 버스를 통제할 수 있는 터치 스크린이 있었다. 자율주행 셔틀 주변의 상황을 카메라로 촬영해 실시간으로 내부에 앉아서 확인할 수 있었다. 통제사는 이 터치 스크린과 연결된 조이스틱 모양의 장치를 활용해 차량을 출발시키고, 상황을 체크하는 정도로만 운전에 개입했다.

 


자율주행에 몸 싣고 서울 시내를



청계A01은 청계천 주변의 도로를 다른 자동차들과 함께 천천히 달렸다. 청계광장에서 시작해서 청계1가 광교, 2가 삼일교, 3가 관수교, 4가 배오개다리, 5가 광장시장, 4가 세운교 순으로 왕복 4.8㎞를 비교적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신호등이 나오는 교차로를 지나가거나, 다른 자동차들이 끼어들 때는 통제사 터치 스크린과 조이스틱 모양의 장치를 활용해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청계A01은 차체 사면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다. 청계광장에서 출발해 청계 1~5가 주변을 순환하며 달리는 동안 사면의 유리창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런 게 힐링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청계A01 내부 (사진=손정호 기자)

앞으로 서울시는 청계천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계속 진화시킬 계획이다.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야간에도 운행하고, 운행하는 구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극에는 ‘완전 무인 셔틀’로 발전시킨다는 포부다. 이용 요금은 지금은 무료지만, 점차 일반 시내버스처럼 유료화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청계천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자율주행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동대문구와 서대문구 등에서 자율주행 마을버스를 운행을 시작했다. 동대문A01은 청량리역, 서울바이오허브, 장안2동주민센터 등을 경유한다. 자율주행 버스 2대가 23개 정류소에서 시민들의 최첨단 이동수단이 되어주고 있다. 서대문A01은 서대문문화체육회관,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서대문구청, 가좌역 등을 오가고 있다. 10개 정류소를 순회한다. 동작구에서는 지난 6월부터 마을버스 동작A01이 숭실대와 중앙대 사이를 오가고 있다.

서울시가 자율주행 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래 혁신 교통 수단이기 때문이다. 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개발은 이제 전세계적인 과제가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CNB뉴스에 “청계천 자율주행 셔틀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자율주행 택시와 버스를 시범운행하고 있는데, 시민들이 좋은 자율주행 선진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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