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능 내세운 상품 10건 중 7건은 과장
실체가 보이지 않아 소비자 현혹 가능성 ↑
이른바 AI 워싱(AI Washing) 논란 시발점
최근 이런 우려 지울만한 ‘피지컬 AI’ 등장
‘몸체’ 지닌 AI가 가짜 논란 희석할지 주목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신어(新語)는 날카롭습니다. 복잡한 세태를 명료하게 정의합니다. 설명하자면 지난한 일을 신어는 한 단어나 간단한 합성어로 가볍게 끝내버립니다. 그만큼 경제적이면서 분석적입니다. 신어를 안다는 것은 거대한 현상을 손에 쥐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복잡다단한 얼개를 풀 열쇠가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신어의 등장은 사회 분야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경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실만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친환경 열풍이 불면서 대중적으로 익숙해진 용어입니다. 기업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생산 과정은 감추고 재활용 같은 일부만을 부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친환경적인 녹색 이미지(green)로 세탁(washing)하는 것을 뜻하죠. 설명하자면 이렇게 긴데 신어는 그린워싱으로 짧게 툭 쳐버립니다.
AI는 이미지 세탁의 만능열쇠?
여기서 파생한 말도 있습니다. 테크업계에서 나왔는데요. 바로 AI워싱(AIWashing)입니다. 의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I 기술과 관련이 적음에도 AI를 내세우는 거죠. 포장이든 과장이든 아예 거짓이든 말입니다.
지난 6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AI워싱(AI Washing)과 소비자보호 방안 연구’에 나옵니다. 소비자원과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네이버쇼핑에서 AI워싱 의심사례를 모니터링한 결과 총 10003건 중 670건이 발굴·분석됐습니다. 10건 중 7건은 AI워싱이 의심된다는 거죠. 모니터링 대상 품목은 전기·전자제품, 일반가전, 식품, 화장품 등 총 9개인데요. 그중에서 전기·전자제품이 199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AI가 짐짓 큰 화두인 품목이 1위를 차지한 겁니다.
마땅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에만 AI를 썼는데도 마치 서비스 전체에 적용된 것처럼 포장해도 제동을 걸만한 제도적 장치가 현재는 없습니다. 그러니 마케팅에서 AI 능사론이란 얘기도 나오는 거고요. AI와 관련이 없어도 홍보수단으로 과장해서 쓰는 일이 횡행하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실체를 목격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AI가 기능하는 것이 직관적이지 않아서 소비자 혼란이 야기된다는 건데요. 어쩌면 여기에 새로운 기준점이 될지도 모를 실체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6’에 나타났습니다. 보인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피지컬 AI’입니다.
보이는 몸체에 드러나는 실체
‘피지컬 AI’는 몸을 쓰는 AI입니다. 지능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죠. 압권은 ‘CES 2026’ 현장에 걸어 나온 아틀라스였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입니다. 인간을 빼닮았는데 움직임이 조금 다릅니다. 56개의 관절이 360도 회전합니다. 최대 50kg을 들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손에 촉각 센서를 탑재했고 360도 카메라를 통해 모든 방향을 인식할 수 있어 주변 감지가 용이합니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 몸을 쓰는 데 최적화됐죠.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아틀라스를 현대차 공장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데뷔전을 치른 로봇이 또 있습니다. LG전자가 공개한 홈로봇 ‘LG 클로이드’인데요. 빨래를 개켜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등 가사를 돌보는 역할을 합니다. 외모는 상체의 경우 인간과 비슷합니다. 머리와 두 팔이 달렸습니다. 하체는 다릅니다. 자율주행 기반 바퀴를 채택했거든요. 아무래도 집에서 주로 활약할 거라 이동 편의성을 높인 겁니다.
클로이드도 몸을 잘 씁니다. 두 팔은 사람 팔의 움직임과 동일한 수준으로 움직입니다. 5개 손가락도 개별적으로 움직이고요. 생성형 AI 등이 탑재돼 인간과 언어·표정으로 소통하고,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주변 환경을 학습하며, 이를 기반으로 집 안 가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몸만 잘 쓰는 게 아니라 머리도 잘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피지컬 AI’의 등장은 노동의 해방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화면을 박차고 나온 AI의 해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인 AI가 마침내 하드웨어를 얻으며 실체와 존재감이 공고해졌습니다. 그러면서 AI워싱 논란도 수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쉽사리 AI를 내세우기에는 분명 머쓱할 테니까요. 어쩌면 이런 신어가 대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AISubstance’. AI란 실체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