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한덕수 면전서 “총리가 계엄에 반대한 기억 없어…넋 나간 표정이었다”
“尹에 계엄 만류하자 ‘돌이킬 수 없다’ 해…몸이라도 던져 막지 못해 국민께 송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모습은 못 봤으며, 자신이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을 할 경우, 경제가 무너진다”며 반대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7일 속행된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최 전 부총리에게 내란특검팀이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에 대해) 직접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을 본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제가 (비상계엄) 선포 20분 전에 가 짧은 시간이었고 한 전 총리는 그 전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못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전에 여러 번 (반대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지만 제가 있는 동안에 그런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게 ‘왜 반대 안 하셨느냐’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는데, 한 전 총리의 태도가 반대를 안 했다고 느낀 것이냐”고도 거듭 질문하자 최 전 부총리는 “당시 한 전 총리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으며 당연히 총리께서 많이 만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었더니 ‘만류했었다’고 말했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최 전 부총리는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 생활 마무리를 이렇게 하고 싶으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너는 예스맨이니 노(No)라고는 안 했겠지”라고 언급한 사실도 인정하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이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하자 김 전 장관은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 전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전 대통령실 대접견실에 국무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떻게 된 거냐. 누가 알았냐. 왜 여기 앉아 계시냐.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면서 “‘윤 전 대통령에게도 반대 의사를 전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윤 전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나온 뒤) 벌떡 일어나서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다시 생각해달라’고 얘기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특검팀이 ‘증인과 조 전 장관 외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 안 된다고 말한 사람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최 전 부총리는 “다른 분들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할 상황은 아니지만, 기억이 없지만 내가 집무실로 직접 들어가 ‘어떤 이유로도 계엄은 안 된다. 우리나라 신인도가 땅에 떨어지고, 경제가 무너진다’고 주장했고,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결정한 것이다. 준비가 다 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는 이른바 ‘최상목 쪽지’도 쟁점이 됐다.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은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계엄 관련 예비비 확보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최 전 부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에 최 전 부총리는 앞서 열린 국회 청문회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이 아닌 실무자로부터 세 번 접힌 쪽지를 받았고, 제대로 보지 않아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은 최 전 부총리 발언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최 전 부총리에게 지시 사항이 담긴 문건을 건넸고, 문건은 접히지 않고 펴져 있는 상태여서 재판부는 “기존에 했던 설명과 다른 부분이 있지 않으냐?”고 캐물었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이라고 부르며 실무자가 윤 전 대통령에게 접근해 문건을 준 장면은 기억난다”며 “그걸 차관보에게 전달했고, 기재부 간부회의 말미에 그 부분을 확인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가 문건을 본 시점이 CCTV와 달라서 저도 상당히 당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기억이 안 날 수는 있는데, 적극적으로 객관적 상황과 다르게 말하는 건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에 실무자가 줬고, (문서가) 세 번 접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질문했다.
이에 최 전 부총리는 “여러 번 물어봐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으며, 재판부는 “기억이 안 날 수는 있는데 구체적으로 말한 게 이상해서 그렇다. 그렇게 답한 이유가 증인의 책임을 경감시키거나 당시 상황에 비춰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재판부는 또 “국회에 관련 자금을 차단하고, 비상입법기구 이야기도 있다. 법학을 전공했는데, 법을 아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다”고 설명하자, 최 전 부총리는 “지금은 재판장님처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계엄이 한국의 신인도에 어떤 충격을 주고 있을까(만 생각했다). 평생 경제관료로서 그 부분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게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최 전 부총리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으니 제가 반대했다고 말씀드리지만, 국무위원들이 재판을 하면서 ‘누구는 반대했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몸이라도 던져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사후적으로는 계엄을 막지 못한 게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고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