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인기작 ‘수연재’
현대자동차그룹이 디자인한 설치 작품
처마 타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
전시물에 들어가면 대청서 보는 듯해
야외서 반짝이는 금속에 발길 이어져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한국 도시 건축을 재해석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북악산을 등진 금속 물체가 가을볕에 산란한다. 기와가 서로 바투 옆구리를 맞댄 형상이다. 인위적으로 흐르는 물은 처마를 타고 한곳에 떨어진다. 자신들의 발끝이다. 고도로 계산된 것처럼 정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물줄기가 흐른다. 분명 작품이나 공학적 설계가 두드러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제작자가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물이 중앙으로 흐를 수 있는 최적의 각도로 기와를 디자인하고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절찬 진행 중인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인기작 가운데 하나는 현대차그룹의 ‘수연재(水然齋, The Healing Wall)’이다. 한국 전통 건축에서 영감을 얻었기에 유려함이 돋보인다. 물결 일렁이는듯한 곡선으로 이뤄졌다. 뒤로 멀리 보이는 북악산과 인왕산의 축소판 같기도 하다. 산등성이를 닮은 까닭이다. 주제에 충실한 것이다. 올해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내세운다. 서울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사람을 위한”다는 문구도 공허하지 않다. ‘수연재’는 참여형이다. 들어갈 수 있다. 조형물 중앙에 마련된 의자에 앉으면 처마에서 곧게 떨어지는 물을 감상할 수 있다. 대청마루서 바라보듯이. 비 오는 날의 한옥촌 정취가 거기에 있다.
공학과 미학 사이
찍고 찍힐 만해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포토 스폿인 것이다. 지난달 21일 너른 광장에 우뚝 선 이 조형물 앞에서 스마트폰 카메라 작동음이 연방 터졌다. 야외서 반짝이는 전시물을 밖에서 촬영하고, 그 안에 들어가 작품의 일부로 자신을 남기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찾았다는 회사원 채형인 씨는 “겉으로 보기에도 좋지만 작품과 한 몸이 될 수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수연재는 태생적 비밀이 있다. 창조됐으나 완전한 새것은 아니다.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금속 소재를 사용했다. 재활용이자 새 활용인 것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전시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 아래 도시의 다양한 건축물과 모빌리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가 주최하고 영국 출신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이 총감독을 맡은 이번 행사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주변 일대에서 진행된다. 압권은 우람한 설치 작품 24점이 놓인 열린송현 녹지광장이다. 거대 조형물들이 건물에 몸집을 가두지 않고 나와 있다. 청명한 가을날 고개 들어 전시물을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장은 오는 18일까지 운영된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