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감귤 산업을 위협하는 해충 ‘귤나무이(Diaphorina citri)’ 속 세균에서 지금까지 생물계에 단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독특한 관형 구조가 발견됐다. 이번 성과는 부산대학교 국제 공동연구팀이 최첨단 전자현미경 기법을 동원해 이뤄낸 것으로, 감귤류 피해 방제뿐만 아니라 생물 진화 연구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된다.
부산대는 의과대학 융합의과학과 송치홍 교수 연구팀이 일본 국제 협력연구팀과의 수년에 걸친 공동연구 끝에, 귤나무이 속 세균의 미세구조를 입체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귤나무이’는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감귤류 재배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며, 생산량 감소와 국제 가격 불안정을 초래하는 농업 분야의 대표적 해충이다. 이 곤충의 몸속에는 ‘프로프텔라(Profftella)’라는 세균이 공생하고 있는데, 이 세균은 독성 화합물을 합성해 해충의 천적을 막는 독특한 기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종의 ‘방어 세균’인 셈이다. 연구팀이 이번에 주목한 관형 구조는 바로 이 프로프텔라 세포 내부에서 발견됐다.
첨단 3차원 전자현미경을 활용한 정밀 분석 결과, 프로프텔라 세포에는 길이가 수십 마이크로미터(㎛, 0.001㎜)에 달하는 긴 관형 구조가 여러 개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이렇게 복잡한 세포소기관(오르가넬라)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구조는 리보솜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단백질 합성과 밀접히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세포의 뼈대를 이루며 기계적 지지를 제공하고, 물질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등 다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이 구조가 세균에서 발견된 극히 드문 오르가넬라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는 세균이 단순한 생명체라는 기존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발견으로, 생물 진화 과정에서 세포 구조가 어떻게 발달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동시에 숙주 해충인 귤나무이를 겨냥한 선택적 방제 전략의 새로운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 농업 해충 관리에 큰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송치홍 부산대 교수는 “이번 발견은 세계 최초로 세균 내에서 보고된 독특한 구조라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의미가 크다”며 “생명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농업 실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부산대 의과대학 송치홍 교수와 일본 토요하시기술과학대 나카바치 준 교수 및 생리학연구소 무라타 카즈요시 특임교수, 고베대 스자키 토시노부 연구원 등이 참여했으며, 해당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npj Imaging』 9월 18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