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두 작가의 앙상블
책 펼치면 새로운 세계 펼쳐져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에서 열리는 프랑스 팝업북 전시 ‘봉주르팝업 2025’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봉주르(Bonjour)!” 프랑스 팝업북 작가 아누크 부아로베르와 루이 리고가 현대백화점 판교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신작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지난 2017년 개최한 전시 ‘봉주르팝업’을 올해 두 작가의 신작과 함께 새롭게 구성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장식미술학교에서 만난 두 작가는 학생 워크숍에서 첫 작품 ‘팝빌’을 제작한 것을 계기로 2009년부터 공동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아누크는 주로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구성을, 루이는 페이퍼 엔지니어링과 프로그래밍을 맡는다.
지난 19일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엔 작품 외에도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작품과 연계된 체험형 콘텐츠가 다수 마련됐다. 관람객이 단순 감상에서 나아가 직접 작품을 들어보고, 움직여보고, 만들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그림이 ‘팝’, 재미는 ‘업’
전시장에 들어가자 신작 ‘곡예사 가족’이 나왔다. 펼쳐진 책에선 곡예사 가족이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그 앞엔 ‘체조 선수처럼’이라는 대형 구조물이 놓였다. 관람객이 거울을 보며 ‘곡예사 가족’ 속 다양한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다른 신작, ‘울프-저 높은 곳의 늑대에게’는 주인공이 늑대를 만나기 위해 산속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글과 이미지는 주인공이 길 위에서 만난 자연의 소리와 향기를 떠올리게 했다. 이 작품 옆에도 책 속 장면을 큰 그림으로 구현해 숨은 늑대를 찾을 수 있었다. 또 책 속 소리를 담은 스피커를 구비해 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팝 컬러링’은 ‘제비 한 마리’, ‘새우 두 마리’, ‘개미 세 마리’를 모은 작품으로 페이퍼 컷팅, 플립, 엠보싱 등 기법을 적용해 만든 시리즈 팝업북이다. 아코디언 북 형식으로 제작됐다. 뒷면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구성해 프랑스 감성을 담았다. 책 안에 색칠되지 않은 부분은 독자가 직접 칠할 수 있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도 있었다. 전시장 6층에 있는 ‘나무 늘보가 사는 숲에서’는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다. 책 초반엔 울창한 나무 숲속 동물들이 있지만 끝으로 갈수록 중앙의 숲 부분이 작아졌다.
‘바다 이야기’도 수면 아래 고래와 물고기들이 쓰레기 등 환경 오염으로 인해 파괴되는 모습을 담았다.
‘나만의’ 팝업북 만들기 체험
전시장 5, 6층 한 편엔 관람객이 아코디언북과 팝업 카드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어린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신만의 책을 만들고 있었다. 5살 자녀와 이곳을 찾은 이 씨는 “다른 전시보다 직접 체험하는 게 많아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책을 만들 동안, 어른은 작품을 감상했다. 폴 엘뤼아르의 시 ‘자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동명의 책을 유심히 보던 조 씨는 “대구에서 초등학생, 유치원 자녀와 판교 현대백화점에 왔고, 마침 열리는 전시도 보러왔다”며 “아이들이 팝업북 만들기 체험할 동안 어른들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계자는 “일러스트에 관심 많은 성인 관람객들이 찾기도 한다”며 “성인이 보기에도 재밌는 전시”라고 했다.
전시 밖 프로그램도 풍성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팝업북을 만들어보는 ‘아크로바톰!’(오는 30일), ‘구불구불 개미의 팝업! 여행’(오는 31일), ‘나의 울프를 찾아서’(오는 30일) 등이다. 아울러 ‘MOKA와의 세계여행’, ‘리틀 아티스츠-미니(Little Artists-mini)’ 등 미술관 정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접수할 수 있다.
한편,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책’ 중심의 어린이 미술관으로, 아동 교육 지원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다. 지난 2015년 문을 열어 약 30회 이상의 전시를 개최했다.
연면적 2736m2(약 827평) 규모로 전시실 두 곳, 열린서재, 교육실 세 곳, 미디어룸, MOKA 랩과 아틀리에, MOKA 카페와 MOKA 샵 등으로 구성됐다.
MOKA 랩과 아틀리에는 진행되는 전시와는 다른 테마로 구성한다. 지난 19일엔 파쇄지를 재활용해 물풀로 뭉쳐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열린 서재는 ‘약속’, ‘더 큰 세상’, ‘하늘에서 일어난 이야기’ 등 주제별로 책이 모였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계자는 “재밌고 예술적인 아이디어는 어린이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고, 더 넓은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며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함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26일까지.
(CNB뉴스=홍지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