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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예기] HD한국조선해양, 국내 최초 ‘원자력 추진선’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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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민영기자 |  2025.08.06 09:40:11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최초 설계 공개
소형모듈원자로(SMR) 적용한 친환경 선박
연료 중간 보급 없어도 장기간 운항 가능
‘바다 위 원전’…글로벌 선박시장 지각변동

 

HD한국조선해양이 공개한 1만 5000 TEU급 SMR 추진 컨테이너선의 조감도. (사진=HD한국조선해양)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국내 최초로 원자력을 동력으로 활용한 선박 건조에 나선 HD한국조선해양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국내 조선업계가 ‘바다 위 원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상 원전’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자로와 이를 활용한 원자력 추진선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 1위 기업인 HD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배를 만들고 있다. 현재 개발률은 50% 정도.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요 동력으로 움직이는 이 배의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오는 2030년이다.

SMR은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기기를 모듈(부품 덩어리)화해 설계된 차세대 원자로로, 기후위기에 대응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보통 발전 용량 300메가와트(MWe) 이하의 출력을 가지며,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덕분에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자연순환 냉각 시스템과 피동형 안전 시스템을 적용해 외부 전력 없이도 냉각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 발전소용 원자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낮아 해운·조선 업계에선 미래 선박의 주요 동력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다.

또한 건조 비용은 비싸지만 연료비가 들지 않고, 기존 선박용 화석연료 대비 탄소배출이 없으며, 장기간 안정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 선박 추진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원거리 항해가 많은 해운업 특성상, 연료 보급 없이 장기간 운항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월 미국 휴스턴 ‘아시아 소사이어티 텍사스 센터’에서 열린 ‘휴스턴 해양 원자력 서밋’에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설계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SMR 기술을 적용한 1만 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SMR 컨테이너선 설계모델로, 미국선급(ABS)협회의 개념 승인을 받았다. 교환사채(EB)로 조달한 6000억원 중 절반(3000억원)을 SMR 추진선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사고 위험 줄인 차세대 안전 원자로



이번에 공개된 설계모델은 실제 기자재와 안전설계 개념까지 반영했다. 원자력 추진선은 기존 선박과 달리 엔진의 배기기관이나 연료탱크 등의 기자재가 필요없다. 석유(중유) 대신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기관실 기자재 공간에 컨테이너를 추가 적재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또 스테인리스강과 경수를 사용한 이중탱크 방식의 해양 방사선 차폐 시스템을 적용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경수는 원자로에서 냉각재 및 중성자 감속재로 사용되는 물을 뜻한다.

또한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와 공동으로 개발한 초임계 이산화탄소 기반 추진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증기 기반 추진 시스템 대비 열효율을 약 5% 개선했다.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 기술은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가열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로, 저온과 저압에서도 고효율 발전이 가능해 차세대 발전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설계모델은 SMR의 일종인 용융염 원자로(MSR) 엔진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MSR은 고온에서 녹은 소금(용융염)을 냉각재 겸 연료 매개체로 사용하는 SMR이다.

MSR은 대기압(1bar) 수준에서 원자로를 운전하기에 배관 파열 등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기존 원전들과 비교하면 폭발 피해가 적을 수 있다. 가령 국내외 많은 원전에 설치된 원자로 유형인 가압경수로(PWR)의 경우 고압(150bar)에서 운용하기에 폭발 사고가 나면 피해 반경이 10~20km에 달한다. 반면, MSR은 피해 반경이 100m 이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최근에는 폭발 영향이 선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MSR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 해상에서 탈취되는 상황을 대비해 핵물질을 실시간으로 희석하거나 변환하는 방식으로 무기화를 방지하는 핵 비확산 설계도 가능하다.
 


원전 보호 구조물 ‘차폐 시스템’ 개발 속도



침몰될 경우 방사능 피해를 막는 기술도 적용돼있다. 업계에 따르면, SMR 내부에 설치된 드레인 탱크가 방사성 물질을 빠르게 수집 격리해, 회수가 가능하도록 고체 상태로 수면 위에 부상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여기에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방사선 유출을 막고 외부 공격으로부터 원전을 보호하는 구조물인 차폐 시스템도 개발했다. HD한국조선해양 측에 따르면, 민간용 SMR 선박에 적합한 차폐 시스템의 개발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하지만 넘어야 할 기술 장벽도 있다. 배의 속도 변화에 따라 필요한 출력에 맞게 동력을 조절(부하추종 운전)하는 기술이 높은 장벽으로 꼽힌다. 원전은 원래 ‘열관성’이 높아 부하추종 운전이 어렵다. 열관성은 온도변화에 느리게 반응하는 기술력이다. 원전은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열관성이 높아야 예기치 않은 출력 증가에 따른 온도 급상승을 억제하고, 사고 시 시스템이 대응할 시간 여유도 확보할 수 있다.

 

HD현대 글로벌 R&D 센터 전경. (사진=HD현대)

이러한 열관성은 원전의 안정적 운영엔 도움이 되지만, 파도나 바람, 조류 등에 따라 엔진을 자주 껐다 켜야 하는 선박엔 적합하지 않다.

이처럼 HD한국조선해양이 해상 원전 분야를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SMR이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청정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특히 SMR 추진 선박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미래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SMR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의 SMR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은 2022년 57억 달러에서 연평균 2.3% 성장해 2030년에는 68억 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CNB뉴스=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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