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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예천 농부의 글로벌 도전…필리핀에서 바나나로 ‘인생 2막’ 연 고범림 대표

유기농 바나나로 세계 시장 정면 승부 “고향 예천의 이름도 함께 수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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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신규성기자 |  2025.07.08 11:24:18

 

고범림 대표가 바바오 농장에서 ‘쏙쏙’ 작업을 끝낸 바나나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크리던스 코퍼레이션 제공)


(CNB뉴스=신규성 기자) 경북 예천 출신의 고범림(61세) 크리던스 코퍼레이션(Credens Corp) 대표가 은퇴 이후 선택한 그의 무대는 국내도, 대도시도 아닌 필리핀 민다나오섬의 한 바나나 농장이었다.

고향 예천에서 시작된 도전 정신은 이제 열대의 땅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인생 2막’을 만들고 있다.

◆ “토목 인생 30년, 바나나로 새 길을 열다”

 

고 대표는 서울과 부산, 대구를 누비며 30년 가까이 대기업 토목 엔지니어로 일했다. 사회적 안정은 이뤘지만, 정년 이후의 삶을 고민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바나나’였다.

 

그는 “국내 과일 소비 1~2위를 다투는 게 바나나인데, 정작 우리가 재배하지 못하는 과일이다. 그런데 유기농 바나나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결심은 곧 실행으로 옮겨졌다. 그는 아시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이자, 자연재해가 적은 필리핀 다바오에 주목했다.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현지 농장 운영에 뛰어들었고, 21만㎡(6만3000평)의 농지에 바나나를 심었다. 첫 수확은 지난 6월, 총 20톤(592박스)을 수확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고범림(오른쪽) 대표가 현지 농장 관리 책임자로부터 바나나 성장 상태 등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 크리던스 코퍼레이션 제공)


◆ 글로벌 기업 틈바구니 속 ‘고품질’ 전략


필리핀은 이미 돌(Dole), 델몬트(Del Monte), 스미후루(Sumyfru) 등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다. 이 거대한 벽 앞에서 고 대표가 택한 전략은 ‘품질 승부’였다.


고 대표는 “양으로는 못 이긴다. 하지만 바나나도 프리미엄 시장이 존재해요.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 생산이 경쟁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에서 생명공학 R&D 역량을 갖춘 마스만 드라이스데일(Marsman-Drysdale)사와 협력해 고품질 캐번디시 바나나를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하고 있다.


‘파나마병’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전 세계 상업용 바나나 품종에 생물학적 방제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필리핀 다바오에 있는 바나나 농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크리던스 코퍼레이션 제공)


◆ 매일 사다리 들고 ‘쏙쏙 작업’…고 대표의 땀방울


고 대표는 “바나나는 잘 커도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며 매일 사다리를 들고 미로 같은 바나나 농장을 누비며 열매 하나하나를 손본다.

바나나 열매가 층층이 자라면서 서로 눌러 상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한 ‘쏙쏙 작업(비닐 씌우기)’은 유기농 관리의 핵심 중 하나다.


“매일이 전쟁이다. 그래도 하나씩 익어가는 걸 보면 뿌듯하다”며 그는 올해부터 연간 약 770만 박스(약 1040톤) 수확을 목표로 잡고 있으며, 수확한 바나나는 한국 및 아시아권 고급 과일 시장을 향한다.

◆ “이 땅을 더 비옥하게… 예천 농부의 마지막 꿈”


고 대표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다. 그는 자신을 “지금도 농부이고, 결국 농부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20년 뒤엔 이 땅을 더 비옥한 땅으로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수익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도전은 예천이라는 고향과도 맞닿아 있다. 고 대표는 “예천처럼 농업 기반 지역 출신도, 세계를 무대로 꿈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 ‘예천 농부가 만든 바나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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