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성기자 |
2025.05.20 09:27:18
(CNB뉴스=신규성 기자)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본부장 백동현) 수질연구소가 폭발성과 독성 등으로 인해 ‘지정폐기물’로 분류되는 폐시약을 최대 10년 이상 불법 방치해온 사실이 지난해 9월 시 감사에서 드러난 가운데, 해당 폐기물이 뒤늦게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시약은 인화성·폭발성·독성 등의 위험성을 지닌 지정폐기물로 분류되며, 발생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일부 폐시약은 제조일조차 명확하지 않은 채 2010년, 2013년부터 지하에 장기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폐시약이 위험물 경고표시조차 없이 밀폐되지 않은 상태로 보관돼 있었다는 점이다. 감사에서는 이로 인해 화재나 폭발 등 안전사고 우려가 상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수질연구소 측은 CNB뉴스 질의에 “2024년 9월 19일 폐기물 처리 발주 후, 같은 해 11월 18일 한국환경공단의 ‘올바로 시스템’을 통해 처리 완료했다”고 밝히며, “소량 발생한 폐기물이어서 일반운영비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탁 처리 업체의 명칭조차 “법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정보 은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수질연구소의 이 같은 대응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태를 축소하려는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량 처리’라는 이유로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문제의 핵심이 양의 많고 적음이 아닌 폐기물의 위험성과 법 위반 여부에 있음을 간과한 무책임한 태도로 보인다.
특히 시민의 알 권리를 외면한 채 처리 과정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비공개하는 모습은, 마치 이를 단순 행정적 착오로 축소·무마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수돗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폐기물의 처리 경위와 방식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안전 전문가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안전에 대한 조직 차원의 경각심 부족이 만든 구조적 방임”이라며 “폐기물의 양과 무관하게,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물은 처리의 신속성과 투명성이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상수도사업본부의 대응은 감사의 목적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사후 조치에만 급급한 모습으로 읽힌다. 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는 단순 지적에 그쳐서는 안 되며, 책임자 문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오히려 해당 기관이 감사를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치부하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 채 구태 행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 반응도 냉담하다. 대구 시민 A씨는 “일반 가정에서도 폐의약품을 지정된 날에 맞춰 배출하는 게 상식인데, 공공기관이 수년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폐기물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과 더불어, 시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행정 원칙 확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처리 완료 보고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문제 발생 경위부터 처리 과정 전반까지의 정보 공개와 재발 방지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