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막대한 차입금으로 유수의 기업을 사들인 뒤 알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고, 이후 경쟁력이 악화하면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법원에 손을 내미는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는 지난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 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인 바 있다. 특히 이중 5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MBK가 시장의 평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 계약을 따내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인수 금액 중 상당수를 외부에서 조달했다는 점에서 향후 MBK가 홈플러스를 분할 매각하거나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에 대해 당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약속은 사실상 지켜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 차입금 이자 등의 부담이 커지자 홈플러스는 알짜 자산을 하나둘씩 팔기 시작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영업이 종료됐거나 종료를 앞둔 점포는 2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완전히 폐점한 점포는 14개다. 그러면서 홈플러스의 기업 경쟁력은 눈에 띄게 악화했다.
이에 따라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2023년 A3로 조정된 뒤 1년 반만의 추가 하락이다.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한기평과 한신평은 일제히 디폴트 단계인 D로 추가 강등했다.
이처럼 홈플러스 재무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상황에서도 MBK는 아무런 자구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MBK가 기업의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한 뒤에 매각 처분하는 ‘엑시트’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MBK 인수 기업의 경영 실패는 홈플러스 만이 아니다. MBK 인수 뒤 실적이 크게 악화하며 적자 전환하거나 경영난에 직면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사례들이 여럿 있다.
하지만 MBK는 이런 와중에도 지난해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몰두하고 있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다음 투자처를 물색해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식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기업 중 여러 곳이 심각한 부실을 초래했고 줄줄이 재무적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김광일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인수 기업 중 18곳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며 “이러한 무책임한 경영 행태가 계속 반복된다면 앞으로 MBK는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