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강타한 노래 ‘푸른 산호초’
산호초에는 해양 생물 25%가 서식
기후변화, 쓰레기 등으로 위협 받아
백화 현상 탓 ‘하얀 산호초’로 변모
‘오션 모드’ 등 기술로 산호초 복원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아아~ 와타시노 코이와”로 시작하는 노래의 제목은 ‘푸른 산호초’입니다. 잘 모르시던 분들도 작년에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잘은 몰라도 예서 제서 “그 무대 봤느냐?”고 하니, ‘뭔데 이렇게 호들갑이야?’라고 생각 정도는 하셨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아~ 옛날이여’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을 겁니다. 대부분 중장년층이 해당되겠군요.
실로 난리였습니다.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작년 여름 일본 도쿄돔에서 불렀는데 한일 양국이 들썩였거든요. 일본 가수 마츠다 세이코가 1980년 발표한 이 공전의 히트곡을 2004년생인 하니가 그대로 ‘복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세이코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완벽하게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했고 청량한 무대 매너도 그대로 무대에 담았습니다. 40년 전 나온 노래가 하니의 공연 이후 여러 음원 사이트에서 역주행 하는 기현상을 낳았고요. 한일 ‘아재’를 비롯해 뉴진스에 열광하는 젊은 팬들은 한동안 ‘푸른 산호초’에 풍덩 빠졌습니다.
노랫말은 무대 퍼포먼스만큼이나 산뜻합니다. 앞 소절을 우리말로 옮겨 볼게요. “아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가요.” 살짝 중략하고 고조되는 부분. “맑은 피부에 반짝이는 산호초~ 둘이서 이 바다에 휩쓸려도 괜찮아요.” 어때요? 청량한 바다에서 펼쳐지는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그려지는 것 같지 않나요? 낭만적인 노랫말에 겨울 추위가 한발 물러나는 듯합니다.
해양 생태계 보루 ‘산호초’ 지키는 프로젝트 가동
의문이 들 겁니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 아닌가? 네, 아닙니다. [잇(IT)야기] 맞고요. 오늘 주제가 이 노래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주책없이 흥얼, 아니 길게 말씀드렸습니다.
바로 산호초인데요. 삼성전자가 지난달 미국 새너제이에서 ‘테크 포럼(Tech Forum)’을 열고 산호초 복원에 힘쓰고 있다고 밝히자 관심이 커졌습니다. 산호초에는 모든 해양 생물의 25%가 서식하고 있는데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 플라스틱 쓰레기, 피부에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 등 복합적 이유로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해양 생물이 살 곳이 점차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해양 생태계 파괴라는 돌이킬 수없는 재앙을 맞게 되는 것이고요.
산호초는 생명을 다하는 과정에서 하얗게 질립니다. 하얀 골격이 드러나는, 이른바 백화현상인데요. 알로록달로록하고 푸릇하던 ‘살갗’이 고유의 색을 잃어버리며 비운에 처하게 됩니다. 지금도 바다에서는 백화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푸른 산호초’는 영영 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삼성전자가 주목한 것은 산호초의 보호와 복원입니다. 특히 복원에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의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이목을 끄는데요. ‘촬영’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비영리단체 시트리즈(Seatrees),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와 산호초 복원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산호초를 정밀하게 촬영해 현재 상태를 파악한 뒤, 연구소로 전달해 3D 모델인 복원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복원하는 체계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입니다. 전체 과정의 출발점에 ‘촬영’이 선 것이죠.
스마트폰이 유리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이버는 생생한 결과물을 위해 수천 장의 산호초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DSLR 카메라는 부피가 커서 바닷속에서 다루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수중 촬영에 최적화된 ‘오션 모드’(Ocean mode)를 개발했습니다. 이 모드는 갤럭시 S24 울트라 모델에 탑재됐고요. 지난해부터 활동 단체들은 이를 활용해 산호초 촬영에 나서고 있습니다.
속도가 붙는 모양새입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산호초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인도네시아 발리, 피지 비티레부 섬, 미국 플로리다 등에서 프로젝트를 지원한 결과 1만 1000개 이상의 산호 조각이 심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집 잃은 해양 생물들이 돌아갈 대규모 주거 단지가 조성된 셈입니다.
살 곳이 사라진다는 건 돌아갈 곳을 잃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땅에 사는 인간이나 바다에 사는 생물이나 마찬가지고요. 누구나 보금자리는 필요합니다. 돌아오는 봄, 남풍을 타고 싱그럽게 달려가는 생물들의 이미지를 떠올려봅니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