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증권맨 한두희, ‘구원투수’ 성공
무난한 실적과 리더십…연임 ‘청신호’
마이데이터·중기 특화…성장동력 확보
올해는 리스크 관리 등 ‘안정’에 주력
카이스트 출신 30년 경력의 금융전문가, 평사원에서 시작해 CEO에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신중하고 차분한 ‘젠틀맨’…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를 지칭하는 수식어들이다. 2023년 실적부진에 빠진 한화증권에 ‘구원투수’로 투입돼 1년 만에 흑자전환을 이뤄낸 한 대표가 올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무난한 실적과 뛰어난 리더십 덕분에 일단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한두희 대표는 30여년 간 보험·증권가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전문가로 통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삼성생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삼성그룹 재무팀, 신한자산운용 파생·대안투자운용본부 본부장을 거쳐 한화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화생명보험 투자사업본부장을 거쳐 한화투자증권에서 상품전략센터장, 상품전략실장, 트레이딩본부장으로 일했으며, 2021년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3년 3월부터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 대표는 올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그간의 영업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그는 2년 임기 동안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 인수, 실적 흑자 전환, 신성장동력 토대 구축 등을 이뤄냈다.
우선 실적에 있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전년동기 대비 86.7% 증가한 99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60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8.5%나 불어났다. 한화투자증권은 2022년 54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한 대표가 취임한 2023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한 대표는 임기 동안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한화투자증권은 2022년 트레이딩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듬해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 대표 체제에서 자산운용(WM)‧트레이딩‧홀세일 부문 모두 골고루 성장한 가운데 전체 실적은 트레이딩 부문이 견인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한 대표가 제대로 주특기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신한자산운용 파생·대안투자운용본부 본부장, 한화투자증권 트레이딩본부장 등을 거친 트레이딩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 대표 임기 동안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2023년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지분의 8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1년 넘는 시간을 거쳐 어렵게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 9월 인수를 완료했다.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 2억8000만명에 이르며 OECD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5.1%로 전망했다. 이로써 한화투자증권은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총 3개의 해외 현지 법인을 소유하게 됐다.
흑자전환 뒤 미래먹거리 토대 구축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 등 신성장 동력에 있어서도 중소형 증권사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가 소비자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맞춤형 자산관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개인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증권업계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한 대표 체제에서 2023년 12월 국내 증권사 중 10번째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화투자증권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주식 진단 및 종목 추천 등 투자자산 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금융 캘린더에서 금융 자산 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마이데이터 주식담보대출 서비스를 위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됐다.
또한 한화투자증권은 벤처투자조합, 신기술투자조합 등을 조성해 우수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는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금융위원회는 각 금융사의 중소기업 대상 금융지원 실적 등을 고려해 2년 단위로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를 지정하고 있는데 지난해 한화증권이 이에 지정된 것이다.
한 대표는 연금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화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2023년 말 1조원을 돌파했으며, 작년에는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에 신규 선정됐다. 한 대표는 연금사업 강화를 위해 2023년 11월 자산관리(WM) 본부를 WM 부문으로 승격시키고 산하에 연금본부, 리테일 본부와 WM전략실, 플랫폼전략실을 설치하는 등 꾸준히 이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한 대표는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평가 잣대가 된 ESG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기업들은 ‘E(환경·Environment)’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가 탄소 배출 과다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탄소 중립 캠페인이 전 지구촌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
한화투자증권은 2019년부터 해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한 대표 체제에서 두 번째로 발간된 2024년 보고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 및 체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정보 공개를 강화했다. 주요 사업장의 온실가스 직접배출, 간접배출 및 기타 간접배출에 해당하는 금융 배출량을 검증한 뒤 공개한 것이다. 앞서 2023년 10월에는 한국ESG기준원(KCGS)이 주관하는 2023년 ESG 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핵심 리더 재선임…‘한두희號’ 공고화
한 대표는 올해 사업 방향의 방점을 ‘안정’에 뒀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할 미국 트럼프 2기 시대가 개막한 데다, 국내에서는 탄핵 정국 등 정치 불안으로 인해 시장의 경계 심리가 고조된 상태다. 이에 따른 국내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사업확장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관련한 리스크 관리, IB 부문 재점검, 조직 안정화 등에 올해 경영의 초점을 맞췄다. 한 대표의 이런 구상은 새해 정기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진병오 트레이딩부문장(부사장)과 최용석 IB부문장(부사장) 외 김일수 홀세일부문장(전무), 송요한 상품전략실장(전무), 이재인 준법관리실(전무), 지성구 소비자보호실장(전무) 등 핵심 리더들이 대부분 재선임돼 올해 12월 31일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됐다. 상무 15명의 임기도 올해 말까지로 연장됐다.
이 같은 ‘성과’와 ‘안정’이라는 2개의 화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한 대표의 거취 여부를 결정지을 키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이 급한 불을 끄고 안정 궤도에 올랐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중권가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굳이 리더십을 교체하는 모험을 감내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연임을 말하기에는 조심스런 부분이 있지만, 국내외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굳이 순항하고 있는 현 체제를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며 “한 대표 또한 리스크 관리와 안정에 방점을 찍은 만큼, 이런 분위기가 주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