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금융시장…불확실성 커져
금리하락기 돌입…수익성 악화 예상
확장보다 안정·신뢰…‘지속가능’ 강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신년사를 통해 던진 화두는 ‘위기 극복’이다. 글로벌 경기불황과 국내 탄핵 정국 등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대는 교차하며 상존한다. 이에 CNB뉴스가 기업·산업별로 신년사에 담긴 의미를 분석해 연재한다. 첫 번째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춘 4대 금융그룹이다. <편집자주>
2025년 새해를 맞이한 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수장들은 미간에 옅은 주름을 지으며 조심스레 주판알을 놓고 있다.
을사년 금융산업 전망 기상도가 밝지만은 않기 때문. 하나금융경영연구소·한국금융연구원 등은 올해 금융업 전반적으로 투자수익 확대, 조달비용 감소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면서도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자산운용업의 수익성은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 등에 따라 개선되고, 카드업의 경우 여전채 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좁은 범위에서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각 금융그룹의 핵심 주력사인 은행의 경우 수익성에 부정적인 금리하락 기조와 경쟁환경의 심화 등으로 성장세가 정체하는 가운데 대손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은 2024년 대비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기관들 “금융산업 전망 밝지 않아”
일반적으로 금리하락 시기에 은행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요 자금조달 원천인 예금의 안정성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가계대출 시장규제 강화, 기업대출 시장을 둘러싼 경쟁 격화, 머니·고객 무브 가능성 확대 등 우호적이지 못한 경영환경이 이번 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상 최대 실적 고공행진을 펼쳐나가고 있는 은행권. 그러나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예대차익(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인한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에 ‘상생금융’ 압박은 심해지고, 여기에 더해 자본규제 강화 및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관리부담이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성장기반은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캐피탈·저축은행·부동산신탁업의 경우 부동산PF 정리 지연에 따른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을사년(乙巳年) 금융지주사들의 경영 키워드는 비우호적 환경 극복을 위해 리스크 취약부문에 대한 철저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중장기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신뢰와 안정감”
“고객과 시장의 불안감을 상쇄시키실 수 있도록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가 그 여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되는 한 해로 대내외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요소들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같이 ‘신뢰와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어떠한 환경변화에도 고객과 시장에 변함없는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이에 주주환원 강화, 자본비율 관리,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율)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해 고객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효율과 혁신’을 통해 KB의 체력을 더욱 탄탄히 만들어가겠다는 그림이다. 앞서 조직운영상의 효율을 도모할 수 있도록 본부조직을 슬림화했고, DT조직과 AI조직을 통합했다.
특히,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방식을 고객들에게 제안하는 것이 ‘혁신’이라며, 고객이 자신의 공간에서 비대면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처럼 대면채널도 고객의 공간으로 찾아가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양종희 회장은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따뜻한 파트너십’을 지속, 이업종·빅테크· 플랫폼 기업과 함께 살아가고 성장하는 공동의 생태계를 조성해 돌봄사업과 소상공인 지원 등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고객 중심 지속가능성”
“올해는 신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5년 새해 아침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내부에 던진 화두다. 내수 부진 및 수출 둔화,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도전적인 경영환경 속에서 ‘일류(一流)신한’의 과제를 차질없이 완성해 가야 한다며 칼을 빼 들었다.
이를 위해 3가지 전략 방향을 세웠다. 먼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이다. 실질적인 내부통제 체계가 구동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 평가, 모니터링 전반을 꼼꼼히 살피고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화한다는 것.
두 번째는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로 고객 경험 관리를 더욱 고도화하고, 금융 수요자 중심의 솔루션 및 그룹사 시너지 발굴을 확대한다는 방향키를 맞췄다.
마지막으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량을 높이고 금융을 통한 사회적 이슈 해결에 앞장서는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노선을 그렸다.
한편, 진옥동 회장은 2025년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一流)신한 Humanitas, Communitas’로 정했다. Humanitas는 인간다움을 뜻하고 Communitas는 공동체를 말한다.
금융인은 개인이나 회사의 이익이 아닌 고객의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둬야 한다는 지론으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추고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백년기업으로 가는 기로”
올해는 하나금융그룹이 출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함영주 회장은 “지난 20년간 14개 자회사와 전 세계 26개 지역 221개 네트워크를 보유한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해 왔지만 이러한 성과를 발판 삼아 백년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며 다시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산 규모의 성장,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이뤄진 만큼이나, 내실과 역량도 함께 성장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인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자는 얘기다.
위기 극복 방법은 간단명료하다. 복잡한 전략이나 단기적 해결책보다는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에 충실, 흔들리지 않는 기초체력을 갖추기 위해 본연의 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
이에 부족한 손님기반을 늘리고, 철저한 리스크관리와 엄격한 내부통제, 효율적인 비용집행으로 내실을 단단히 다져나가 더디더라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 내외부의 긴밀한 협업도 필수적이라며 힘을 주고 있다. 협업은 자기희생과 헌신에서 시작되며,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얽매이기보다는 그룹 전체의 계열사간 시너지를 확대함으로써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직원들을 향해 ‘하나’ 됨을 독려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내실 있는 체질개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신뢰받는 우리금융…내부통제 혁신·핵심경쟁력 강화·그룹 도약기반 확보’로 수립했다.
금융의 본질적 가치인 ‘신뢰’를 가슴 깊이 새기며, 신뢰받는 우리금융으로 반드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다.
하지만 ‘신뢰’는 구호만으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쉽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전 그룹사 직원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에 더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에 임종룡 회장은 2025년을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 강한 대응력을 유지하고 신뢰받는 금융그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 나간다는 설계도를 꺼내 들었다.
이를 위한 3가지 전략 방향으로 첫 번째는 그룹의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고, ‘윤리적 기업문화’를 확립해 나가기로 했다.
두 번째는 자회사 업권별 ‘핵심사업’에 대한 경쟁력과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위험관리역량’ 강화다.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들은 각 업권별 핵심사업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해 그룹의 성장과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기초체력을 강화하며 내실 있는 체질 개선이 도착점이다.
세 번째는 탄탄한 ‘도약기반’을 확보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시너지 극대화 및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별적 경험을 제공함은 물론, 미래성장을 위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하며 고객 저변을 넓혀나갈 것이라며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