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로 ‘지속가능 패션’ 수요 높아져
아라미드섬유 재활용한 설치작품 전시회
재활용품에 디자인·활용도 더해 ‘재탄생’
“ESG가 곧 경쟁력”…글로벌 시장 공략
탄소 감축이 전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한 가운데, 코오롱그룹의 패션사업 분야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업사이클링 방식의 의류를 제작해 알리고 있어 주목된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히고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탄소 감축의 핵심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전시회에 찾아가 봤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현재 코오롱FnC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 래코드(RE;CODE)의 서울시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에서 텍스타일 아티스트 오상민과 협업한 ‘소일 투 쏘울(SOIL TO SOUL)’ 전시(내년 1월 23일까지)를 진행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28일 오후 이곳을 방문했다. 서울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내려서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백화점과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거리를 걸어가다 보면, 코오롱FnC의 래코드 가게를 찾을 수 있다.
압구정 명품 거리 골목길 한쪽에 있는 빌딩에 래코드 플래그십스토어가 자리해 있다. 전면의 유리 파사드에 ‘래코드는 재고를 업사이클링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창의적인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브랜드’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래코드 매장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오상민 작가의 설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폐기될 예정이었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해 생산하는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를 활용했다.
설치 작품 앞의 설명판에 ‘아라미드 섬유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 더 강한 강도, 500°C 이상의 내열성을 지닌 아주 강력한 소재’라고 적혀 있다. 이런 특성으로 방탄복과 고성능 타이어코드, 5G 광케이블 보강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오 작가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아라미드연구그룹의 협조를 받아서 연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헤라크론 섬유를 재활용했다. 하늘색, 귤색 섬유를 엮어서 버섯 균사체처럼 보이는 직물을 제작했다.
플래그십스토어에 이 직물을 활용한 설치 작품이 놓여 있었다. 부드러운 색감의 버섯 또는 모자 모양 직물을 철제 구조물과 연결하고, 그 안에 전구를 넣어서 밝게 빛나는 전등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받침대는 바위 위의 이끼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는데, 자연 속의 순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애벌레 모양의 작품도 있었다. 이 패브릭을 천장에서 늘어트리거나 휘어진 구조물 위에 덧입혔는데, 이 작품에도 전구를 넣어서 전등처럼 은은한 빛을 내뿜도록 했다. 하나의 생명체, 바위와 이끼 위에서 자라난 식물처럼 느껴졌다.
ESG 경영 철학, ‘순환 패션’ 길 열어
아라미드 섬유도 진열하고 있다. 두 개의 설치 작품 옆에 철제 진열대가 있는데, 그 위에 금색 실타래 상태의 아라미드 섬유가 놓여 있다. 이를 활용해 색깔별로 무늬를 띄도록 만든 부풀리기 전의 직물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오상민 작가의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진열대 옆에 작은 모니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오 작가가 아라미드 섬유를 재활용해 패브릭 설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상영되고 있었다. 그는 “작품들을 통해 버섯 균사체가 지구를 순환시키면서 보호하는 역할을 미적으로 형상화하고,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문제, 일상의 작은 행복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래코드의 플래그십스토어에는 섬유를 재활용해 만든 제품들이 많이 있다. 니트와 자켓, 가방, 슬리퍼 등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코오롱FnC는 36개 정도의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중에서 래코드는 재고 의류를 해체해서 새롭게 조합하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지금까지 래코드를 통해 약 3만 2211개의 재고 의류를 분해해 새로운 상품으로 생명을 주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서 최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지속가능성지수 의류 부문 1위를 2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코오롱FnC가 이처럼 업사이클링 분야에 주력하는 이유는 ESG 경영의 일환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 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은 ‘E(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폭우·폭염·혹한 등 기후변화 위기가 모두 탄소 배출 과다로 인한 자연 파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다.
코오롱FnC는 ESG 경영 철학으로 ‘리버스(REBIRTH)’를 내세우고 있다. 자원의 순환 구조를 목적으로 순환 패션이라는 실행 전략을 설정하고, 재고 의류를 재활용하는 등 모든 자원의 순환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공유하는 ESG 활동보고서인 ‘서큘러 패션 이노베이터’도 발간하고 있다.
이런 업사이클링 기술력을 기반으로 코오롱FnC는 캐시미어 단일 소재의 폐의류, 의류를 제작하고 남은 원단, 재고 의류 등을 수거해 섬유에서 섬유로(Textile-to-textile) 재생하는 자원순환센터 ‘서큘러 팩토리(CIRCULAR FACTORY)’ 설립을 위해 몽골에서 구축에 돌입했다. 또한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을 위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고 환경보호 및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패션팩트’에 가입하는 등 패션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증대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다.
유동주 코오롱FnC 상무는 최근 ESG 활동보고서에서 “환경 사회 문제로 지속가능한 패션의 수요가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순환패션 실행전략으로 지속가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CNB뉴스에 “다양한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고를 새롭게 조합해 래코드 브랜드의 제품들을 만드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래코드는 고강도 신소재인 아라미드 섬유를 활동한 전시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다양한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