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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국민의 기본권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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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4.10.10 12:06:22

(사진=연합뉴스)

“죄지은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검찰 등 수사기관이 내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는 것을 인지했을때 나타나는 응당한 의문이다. 의아·당혹에 이어 불안감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한 두려움을 갖게 되며 심지어 공포감에 휩싸인다. 대한민국 국민의 개인정보가 털리고 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정부로부터다. 이른바 ‘사찰’ 논란이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수사를 이유로 검찰에서 3000여명의 통신이용자 정보를 대거 수집한 일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해당 법에서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SKT, KT, LGU+ 등)에게 ‘통신이용자정보’를 요청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통신이용자정보(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법적으로 보장된 장치라고 한다지만 ‘묻지마’식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누적되고 있다.

통신자료 조회는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서도 만연돼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가 검찰·경찰·국정원 등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이용자정보는 2019년 602만8290건, 2020년 548만4927건, 2021년 504만3779건, 2022년 433만9486건, 2023년 463만1310건이다.

감소 추세였다가 지난해에는 29만1824건 늘었는데, 검찰의 증가분이 17만3772건으로 작년 증가분의 60% 가량을 차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이른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기관의 과도한 횡포이자 ‘통신 사찰’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대한 양보해서 단순한 인적사항이라고 치부해 사찰이 아니라고 ‘행복회로’를 돌려 “뭐 큰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심각하고 위험한 오판이다. 따져보면 일단 통신자료는 전화번호의 주인이 정확히 누구라는 것을 확인·검증한다. 어디에 살고 있으며 나이와 성별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통신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도 영장 없이 정보를 요구하면 직업·재산은 물론 교육 정도 등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해 손아귀에 쥘 수 있다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즉, 통신자료는 단순한 신상이 아니라 한 개인을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는 핵심 기본소스가 된다는 얘기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더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사기관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거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가입자의 통신일시, 통신개시·종료시간, 발·착신 통신번호, 사용도수, 컴퓨터 통신·인터넷 로그기록, 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 정보통신기기 접속지 위치추적자료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양대 포털인 ‘네이버’에서는 1545건, ‘카카오’는 2490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수사기관에 각각 제공했다. 전체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사기관에 제공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2019년 51만1822건, 2020년 45만8738건, 2021년 44만6167건, 2022년 50만68건, 2023년 51만7260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러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이용자정보’와는 달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뤄지고는 있으나 이 또한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도 영장주의를 도입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에 관한 적법성을 법원에 심사하도록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관련법 개정안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태로 향후 입법논의 과정이 주시되고 있다.

물론, 수사상의 목적에 따라 통신자료 등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대략 매년 우리나라 국민 9~10%에 해당하는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과 관련해 제도 남용 위험, 영장주의 위배 등을 지적했었고,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도 2015년과 2023년에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7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는 훼손돼서도 침해돼서도 안 된다. 국민의 기본권이 박살이 나고 있다. 국민은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이처럼 찢겨져 나간다면 더 이상 이 나라의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 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오히려 국민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대한 부적절성 여부를 통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아무런 견제 장치 없이 무차별·무분별하게 행해지는 통신자료 수집에 대해 분명 메스를 가해야 하며 법적·사회적으로 엄격한 통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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