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26일간 대장정...802곳 피감기관 대상 실시

野 ‘김건희 총공세’ vs 與 ‘이재명 사법리스크’ 맞불

사상 최악의 ‘정쟁 일변도 국감’으로 시작돼 '눈살'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피감기관 802곳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정조준하며 총공세에 나설 태세인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렇듯 여야 모두 상대방에게 불리한 정치 이슈를 키우는데 화력을 쏟으면서 이번 국감도 행정부에 대한 감시나 견제보다 소모적인 정쟁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이번 국감의 ‘최대 전장’으로 꼽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디올백 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 및 인사 개입 의혹, 대통령 관저 이전 논란 등 관련 인물 55명을 포함해 일반 증인·참고인 100명을 부르는 안건을 지난달 25일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포함됐으며, 최근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과 명태균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또한 이른바 ‘한동훈 공격사주’의혹과 관련해 김대남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위원도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지난 청문회에서도 불렀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도 다시 증인으로 채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이 대표가 개발 범죄에 연루됐다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이어 행정안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의혹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의혹을 집중 추궁할 전망인 가운데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담당한 인테리어 업체 21그램 대표와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국토위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업체 관계자 등도 증인으로 부른다.

그리고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도 오는 16일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앞두고 있어 김 여사 관련 증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16일 증인을 채택한 뒤 오는 31일∼11월 1일 이틀간 국정감사를 한다. 운영위 역시 야당 의원이 다수인 데다 위원장을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맡고 있어 일방적으로 증인 채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주당은 김 여사 문제를 여권의 최대 리스크로 판단하고 ‘스모킹건’을 만들어내는 데 당력을 모으고 이를 특검법 추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은 김 여사가 연루된 의혹들을 집중규명 하기 위해 김민석 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한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도 꾸렸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17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피감기관 802곳을 대상으로 시작된 가운데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이러한 움직임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빌드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강성 친명계는 야 4당과 탄핵 준비 모임을 결성해 탄핵 동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탄핵발의 요건인 의원 150명을 확보해 다음 달 정식으로 ‘탄핵 발의 의원연대’를 출범하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으나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국민 여론을 예의주시하며 탄핵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일단 ‘민생 국감’을 내세웠으나 야권의 공세에 맞서 오는 11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각종 사법리스크를 겨냥해 역공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소속 상임위원장, 간사단을 초청한 만찬 자리에서 “무엇보다 정쟁하고, 야당하고 싸우는 국감이 아닌 국익 우선 민생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숫자는 적지만 일당백의 생산적 국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추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집권여당으로서 지금 우리 민생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민생 국감을 지향하면서 집중적으로 각종 민생관련 이슈를 점검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국감이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야당의 부당한 정쟁적인 정치 공세에 대해서는 강하게 맞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단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노규호 전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부장을 증인 명단에 올렸으며, 민주당 양문석 의원의 ‘편법 대출 의혹’과 관련해서는 박정학 대구수성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국감장에 세우기로 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행안위 관계자는 “경기도와 서울시에 대한 증인, 참고인이 남아있는데, 민주당에서 오세훈 시장 등을 저격하면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도에 집중해 이 대표, 김동연 지사 관련 내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여소야대 지형 탓에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증인 상당수는 채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를 둘러싼 취업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딸 다혜씨를 증언대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보류됐으며, 외통위에서도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며 기싸움을 벌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