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23일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한국 미래 지도자의 길-2030 도시, 국가, 글로벌 문제 극복 리더십’을 주제로 열린 특별 대담회에서 “대한민국의 국가경영 패러다임을 발전국가에서 공진국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기조 발제에서 “대한민국은 과거 발전국가 모델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이제는 그 모델이 수명을 다했다”며, “성장잠재력 저하, 저출생, 사회적 격차 확대의 위기 속에서 기존의 자원 집중형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일극주의가 과거에는 경제적 효율성을 가져왔으나, 현재는 산업경쟁력과 생산성을 오히려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이 제안한 ‘공진국가’는 경쟁 속에서 공생과 협력을 이루는 새로운 국가경영 모델이다. 그는 “공진화(co-evolution)는 한 생물집단이 진화하면 다른 생물집단도 함께 진화하는 현상을 뜻하며, 이는 국가와 사회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은 적자생존의 원리에서 벗어나 공진화의 원리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공진국가의 주요 원칙으로 ▲경쟁과 공생의 공진화 원칙 ▲수직적 통합에서 수평적 분업으로의 전환 ▲합리성, 윤리성, 심미성의 균형 ▲소통적 의사결정의 중요성 ▲삶의 질을 높이는 평등 ▲보편적 가치와 실용주의의 조화를 제시했다. 그는 “혁신이 다양한 거점도시에서 이뤄지고, 그 효과가 주변으로 파급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강력한 분권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서 박 시장은 서울과 강남을 중심으로 한 ‘강남감각’이 한국 사회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의 고소득·고학력 계층이 자녀를 강남으로 보내거나 강남에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트렌드가 됐다”며, “이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강남감각을 가진 엘리트 관료들은 지방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방의 목소리를 우는 소리로 치부한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수직적 질서에서 수평적 협업의 질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어도 이들이 과연 행복한지 의문”이라며, “좁은 주거공간과 과도한 출퇴근 시간을 견디며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지금의 구조는 ‘생물학적 저항’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한국의 미래 지도자는 혁신과 공감의 리더십을 통해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꾸고, 수도권 중심의 일극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는 노회한 정치 9단이 아닌,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과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갖춘 ‘정치 4단’이 돼야 한다”며, “부끄러워할 줄 알고 시비를 가릴 줄 아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감을 표하며,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이야말로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두 도시 수장은 향후 도시디자인 정책 교류, 원격근무 및 관광 활성화, 스타트업 육성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함께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