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송호근이 독립운동가 김경천 장군을 다룬 장편소설 ‘연해주’를 발표했다.
13일 문학계에 의하면 한림대 석좌교수로 우리 사회의 발전에 대한 논픽션 집필에 몰두해온 송호근 교수가 장편소설 ‘연해주’를 나남출판에서 출간했다. 지난 8일에는 서울 종로 관훈클럽정신영기금에서 ‘연해주’ 출간 간담회가 열렸다.
‘연해주’는 일본이 대한제국을 불법적으로 강제합병하고 식민 지배하던 시기에 연해주에서 활동했던 독립군 사령관 김경천을 다루고 있다. 김경천 독립운동가는 조선 시대인 1888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났다. 우리나라의 광복 몇 해 전인 1942년 운명을 달리 했다.
연해주는 현재 러시아 영토로, 북한 지역 두만강 위쪽에 블라디보스토크 등이 포함된 지역이다. 과거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영토였던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재 중국 지역으로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연변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소설 ‘연해주’는 대한제국 군인 집안 출신으로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나오고 장교로 복무한 김경천 장군이 3·1 만세운동을 목격하고 연해주로 망명해 항일 무장투쟁에 뛰어든 생애를 다루고 있다. 1부 운명의 문, 2부 혁명의 전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보훈부에 의하면 김경천 장군은 만주에서 신흥무관학교 교관으로 독립군을 양성했고, 창해청년단 총사령관, 수청의병대 지도자, 고려혁명군 동부사령관 등으로 러시아 지역에서도 활동했다.
김경천 장군은 일제 시대 때 러시아 지역에서 김일성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무장투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활약에 대해 접경국인 러시아와 중국에서 ‘백마 탄 김장군’으로 회자되었고, 동아일보 등을 통해 조선에도 전해졌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경천 장군은 1936년 소련 정부의 한인 인텔리 피검정책으로 체포되어 3년 금고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에 1939년 석방됐다. 이후 간첩죄로 다시 8년형을 선고받고 러시아 북부에 있는 철도수용소에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1942년 1월 14일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이런 인생 말년 두 번의 옥고로 홍범도 장군과는 달리 소련 공산주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고, 민족주의자로 남은 대가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김경천 장군은 김일성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 1948년 북한 정부가 만들어지고 이후에 정권을 휘어잡아 3대 세습을 하고 있는 김일성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의 진짜 모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일성 위원장의 본명은 김성주이고, 중국과 소련 당국이 당시 유명했던 김경천 장군의 가명을 김성주에게 사용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북한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가설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해 4월 미국의소리는 1952년 미국 국무부 정보기관이 작성한 기밀문건 ‘국가정보조사집 한반도 편’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일반에 공개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문건에도 김일성 위원장의 본명이 김성주라는 내용이 확인됐다. 김성주에게 김일성이라는 가명이 부여되었으며, 1930~1940년대 만주와 조선 북부 지역에서 일제에 맞서는 게릴라 활동을 했던 조선인 김일성의 이름과 명성을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진짜 김일성이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1940년 이후 일본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인물이 김경천 장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처럼 소설 ‘연해주’는 일본과 러시아, 중국 등 인접국의 정치적 이권 다툼 속에서 희생된 김경천 장군이라는 인물의 가능성과 비극을 조명한 것으로 보인다.
‘연해주’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이념적 정립이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사유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평화와 대화,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발문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집필해온 기자 출신 소설가 김훈이 썼다. 김훈 소설가는 ‘말과 총’이라는 제목의 발문에서 “역사는 개인의 삶 속으로 흘러들어 왔고 개인들은 몸으로 역사를 감당했다”며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이 신민에서 시민으로 진화하려는 인간의 열망을 증언하고 있다”고 평론했다.
송호근 작가는 서울대, 동대학원에서 사회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서울대, 포항공대 석좌교수, 미국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방문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소설가로 장편 ‘강화도’ ‘다시 빛 속으로’, 단편집 ‘꽃이 문득 말을 걸었다’ 등을 발표했다. ‘연해주’는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인문사회과학 책을 더 많이 집필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한국의 평등주의, 그 마음의 습관’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의사들도 할 말 있었다’ 등을 발표했다. 기업에 대한 책으로 ‘혁신의 용광로 - 벅찬 미래를 달구는 포스코 스토리’ ‘가 보지 않은 길 - 한국의 성장동력과 현대차 스토리’도 저술했다. 이외에도 ‘21세기 한국 지성의 몰락’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 ‘인민의 탄생’ ‘시민의 탄생’ ‘국민의 탄생’ ‘나는 시민인가’ ‘정의보다 더 소중한 것’ ‘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세계화와 복지국가’ 등을 썼다. 이병주국제문학상, 지훈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