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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임시호 작가, 오브제후드+에임빌라 개인전..."순환으로 회복된 생명력"

8월 30일까지 부산 '오브제후드 & 에임빌라' 전시, 주제는 "빛과 바람사이 : SHAPE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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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진부기자 |  2024.08.12 10:39:46

24 리더 The orange book 80x100cm oil on canvas 2022 40F (사진= 오브제후드)

임시호 작가는 '오브제후드' 갤러리 기획으로 지난 7월 7일부터 8월 30일까지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에임빌라'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은 '빛과 바람사이로 : shape of love"다.

특히 임시호 작가의 시리즈 변천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여서 더욱 의미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한 '독백' 시리즈, 2016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해 오고 있는 '블루(포옹)' 시리즈, 2023년부터 작업한 '혼자 있는 인물' 시리즈, '레드 컬렉션' 시리즈, '빛과 바람사이' 시리즈 등이 모두 전시되고 있다.

다양한 시리즈가 전시되고 있지만, 일관성 있는 하나의 맥락은 '생명력'이다. 이를 다른 말로 '회복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순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매일 죽어가는 인간이 생명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 임시호 작가의 작품에 흐르는 기본 주제다. 

순환으로 회복되는 '생명력'

필자는 그의 작품에 흐르는 큰 맥락, 주제를 이제부터 "순환으로 회복되는 생명력"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을 니체의 실존적 생명력과 들뢰즈의 노마디즘 개념에 입각한 새로운 자아 창조라는 미학에 기초해 감상해 보고자 한다.

 

2 RED no.1_ Gouache on arche paper_ 36x51cm_2023 (사진= 오브제후드)

작가는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간은 매일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것은 인간은 매일 또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는 것이죠. 나는 이것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복력, 생명력을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순환, 순환구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작품을 통해 일관성 있게 제시하고 있는 '순환으로 회복되는 생명력'이란 무엇일까? 이러한 임시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임시호 작가의 생명력 넘치는 작품
니체의 실존적 생명력, '삶의 긍정'


임시호 작가의 순환 개념은 부정에서 긍정으로 가는 수단이다. 임시호 작가는 이와 관련해 "부정은 긍정으로 가는 과정입니다. 마치 불편함이 편안함으로 가는 과정과 같죠. 불편함을 집요하게 탐구해서 균형감과 조화감이라는 순환을 통해 편안함으로 가게 되는데, 이것이 균형이고 순환입니다."라고 언급했다. '레드 컬렉션' 시리즈는 그러한 부정이 긍정이 되는 그 순환을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20  The end of the day (indigo) 194X130cm oil on canvas 2016 (사진= 오브제후드)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는 "나는 여태까지 등장하였던 어떤 철학자보다 예술가를 훨씬 더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니체는 예술의 힘이 디오니소스적 강렬한 '생명력'으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따라서 예술가의 내적 욕구가 반영된 그 강렬한 생명력이라는 예술의 효과 때문에 예술가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한 예술 작품의 효과는 감상자에게도 영향을 미쳐 순환을 통한 생명력이 감상자에게도 강렬하게 작용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니체는 그러한 의미에서 예술작품을 감상자에게 주는 선물, 즉 활력을 증진시키는 '강장제'에 비유했다. 임시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감상자들이 '생명의 기운'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빛을 표현하는 '중첩과 지우기' 방식
작업 방식도 '순환으로 회복되는 생명력'


임시호 작가가 작업하는 방식도 '순환으로 회복되는 생명력'과 정확하게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색을 중첩해 칠하고, 다시 지우는 방식인데, 지우는 것은 순환을 의미한다.

 

작가는 빛을 표현하기 위해 중첩을 하고 다시 여기에 바람으로 순환시키기 위해 지우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부정과 고뇌에서 다시 회복돼 긍정의 생명력을 얻게 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임시호 작가는 "'빛과 바람 사이' 시리즈도 보면, 저는 빛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빛은 따뜻한 체온이죠. 그러나 그 빛도 중첩되거나 시간이 길어지면 답답해지고 나도 모르게 바람의 기운이 필요하게 되더라고요. 빛과 바람은 제게 그런 순환이 있어요. 빛은 체온, 다시 살아나는 기운이죠."라고 설명했다.

작가와 관련된 2개의 중요한 사건
교통사고, 입시학원에서 있었던 일


임시호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작가와 관련된 사건들에 주목하게 됐다. 그 사건들이 작가로서 작품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분명히 영향을 미치거나 무의식적으로 작가의 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7 독백- closeeyes7 watercolor on Arche paper_77x73cm__2016 (사진= 오브제후드)

첫번째 사건은 사춘기 시절인 고등학교 1학년 때의 교통사고다. 당시 1년을 휴학할 정도였고, 코마상태를 경험했던 심각한 교통사고였다.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그 순간 나는 '이렇게 죽을 수 있구나. 이게 죽는 거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적확히 기억이 나요. 정말로 인생이 엄청 짧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찌질한 삶이 죽고 사는 그 극단의 앞에 있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따라서 작가에게 죽음이라는 것과 생명력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중요한 개념이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회복되는 순환의 중요성은 그가 겪은 사건을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두번째 사건은 입시학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입시학원 선생님은 어릴 적 작가에게 '네 사과는 하수구에서 건저낸 사과 같다. 왜 너는 빨간색을 칠하지 않냐?"라고 말했다.

임시호 작가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는 그 사과가 그냥 빨갛지만은 않고 노란색도 보이고 회색도 보이고 다 보였거든요. 게다가 시간이 변하잖아요. 시간이 변하면 색이 또 변하잖아요. 그걸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색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사과가 아무리 빨갛다고 해도 빨간색이 아닌데 왜 선생님은 빨갛게 칠하라고 하냐 그건 진짜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죠."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오늘날의 입시문제를 비판하기 이전에 임시호 작가가 어릴 적부터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결론 

순환으로 창조된 '새로운 자아'
철학자 들뢰즈의 '노마디즘'...탈영토 개념


임시호 작가 작품의 큰 맥락은 '순환으로 회복되는 생명력'이며, 니체의 존재론적 생명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작업 방식에서도 '중첩과 지우기'를 통해 순환과 생명력이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치열한 순환을 통해 얻어진 회복된 생명력은, 기존의 생명력이 아니고, 제3의 결과 즉 '새로운 자아'라는 것이다. 부정에서 치열한 고뇌를 통해 얻은 긍정은 기존의 긍정이 아닌 제3의 긍정, 즉 구도자가 얻어낸 '새로운 자아'다.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는 그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드 세계를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묘사한 바 있다. 그의 노마디즘 개념은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결론적으로 임시호 작가의 '순환으로 회복된 생명력'은 일종의 '탈영토주의'로서,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명력을 넘어, 굳어진 구조와 기존 체계를 해체하는 것이며, 노마디즘의 순환을 통해 탈영토 즉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 김진부 


(CNB뉴스= 김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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