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역대급 우상향…사상 최대 실적
고금리 ‘이자 장사’에 비난 목소리 커져
은행 옥죄는 정치권…법개정 줄줄이 대기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사가 또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고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이자이익이 커지면서 거침없이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것. 하지만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붙으면서, 이에 메스를 가하려는 정치권 입법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올해 2분기(4~6월)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KB금융그룹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732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기여도가 40% 가까이 육박하며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가 균형있게 성장하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비용 일부가 환입되는 등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줄어든 2조7815억원으로 이는 1분기에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보상 관련 대규모 비용 발생 영향이 컸지만, 다변화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기반의 비은행 실적 확대에 힘입어 신한금융그룹을 제치고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탈환했다.
1위 자리는 내줬지만 신한금융그룹도 경상손익 기준 분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255억원으로 ELS 관련 충당부채 적립 효과 소멸 및 일부 환입 그리고 영업이익의 성장으로 전분기 대비 7.9% 증가했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고르게 성장하면서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4.6% 오른 2조7470억원으로 이 또한 반기 기준 최대치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2분기 1조347억원을 포함한 상반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4%(478억원) 늘어난 2조687억원을 시현하며 반기 기준 역대 기록을 새로 썼다.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ELS 손실보상 1147억원, 환율 상승에 따른 FX 환산손실 1287억원 등 대규모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손님 기반 확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에 집중한 결과다.
우리금융그룹 또한 쾌조를 보였다. 2분기 순이익은 9314억원으로 부동산 PF 등 대손비용 추가 적립에도 불구하고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한 1조7554억원이다. 이자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비이자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45% 급증하며 이익 성장세를 견인했다.
올해 초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임종룡 회장이 제시한 “2024년은 도약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해”라는 목표를 수치로 입증했다.
‘나홀로 고공행진’에 곱지 않은 시선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4대 금융지주가 하반기에도 고공행진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업계 등에 따르면 일단 금리하락 전망 등이 반영돼 은행 마진 하락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대출의 경우 가계대출은 가계부채 관리 등 규제 강화 영향으로 제한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기업대출도 경쟁 심화에 따라 마진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실적의 관건은 이자이익의 둔화를 상쇄할 수 있느냐 여부지만, 유가증권 매매평가이익 등 비은행·비이자 부문으로 수익개선이 가능해 우상향 곡선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더라도 그동안 축적된 대출 규모가 커졌기에 이러한 이자이익에 더해 비이자·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져가며 수익기반을 공고히 쌓아가고 있는 금융권에 대해 한편으로는 따가운 눈총도 상존하고 있다.
각 금융지주의 핵심 주력사인 은행들이 별다른 노력없이 손쉬운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자 장사’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농협은행, 수협은행, 기업은행 등 18개 은행들의 이자순수익(이자수익-이자 비용)은 2020년 39조221억원, 2021년 43조4367억원, 2022년 53조2263억원, 지난해 56조7198억원이다. 올해 들어서는 3월까지 14조4825억원을 벌어들였다.
경기침체와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 등으로 인해 가계는 물론 동네·골목상권이 상당한 부담으로 짓눌리고 있지만, 외려 막대한 이자이익을 기반으로 그들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엔 ‘횡재세’ 현실화되나? 금융권 ‘촉각’
이에 금융권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른바 상생금융 압박이다. 횡재세(초과이윤세) 신설을 추진했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유사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다.
일단 유럽·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도입된 횡재세는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유리한 시장 요인(외부 사건)으로 인해 부당하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 세금을 부과키 위해 고안됐다.
앞서 야당은 지난해에 금융사가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에는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토록 하는 횡재세 법안을 추진했었지만, 여당이 총선을 겨냥한 대중영합주의 법안이라며 반대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작년 12월 금융지주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들로 하여금 자영업·소상공인 등을 위한 2조1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놓게 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은행권에서는 자의 반 타의 반 대대적인 민생금융지원을 시행해 일부는 집행 완료했고, 현재도 계속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새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서민금융지원법 일부개정안’은 횡재세와 유사한 효과를 내도록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운영되는 햇살론의 재원인 서민금융보완계정에 은행이 출연하고 있는 비율을 현행보다 2배 가량 높이도록 했다. 은행의 이자수익에 대해 사회적 환원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진흥원 외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도 출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은행의 출연비율만을 높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
현행법이 대출잔액에 비례해 출연금을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연금 부과를 이익 규모에 비례하도록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업무 권역의 이익 규모가 커졌다는 이유로 해당 업권의 출연 비율만을 높이는 것 역시 평등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개를 젓고 있다.
더군다나 은행이 상향된 출연금을 대출금리에 전가해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나온다.
은행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산정하는데, 가산금리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법적비용에 보증기관에 대한 출연금이 포함돼 있어, 출연의무가 부과될 경우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엎친데 덮친격…‘은행법’ 개정까지
이 같은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과 함께 야당에서는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세부항목에 대한 대외 공시를 강화토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이 개정안에는 가산금리 산정 시 법적비용(교육세·예금보험료·출연료 등)도 제거키로 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은행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지만 대출을 받는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
가산금리는 업무원가(인건비·물건비), 리스크프리미엄, 법적비용, 목표이익률(마진), 신용프리미엄, 자본비용 등을 감안해 각 은행에서 자율적으로 산정한다.
이러한 가산금리 책정은 영업기밀로 은행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베일을 벗겨 드러내도록 은행법을 고쳐 대출금리 산정체계 합리화를 통한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요량이다.
은행 입장에서 가산금리 공개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료 2배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자, 사업 근간을 흔들만한 사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에서는 은행의 자율성 및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대출시장의 왜곡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대출 가산금리의 산출방식이 복잡하고 상품별‧차주별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된다는 점에서 가산금리의 원가공개가 실제 소비자 편익을 크게 제고하지 못하는 반면, 은행의 경영 자율성에 대한 침해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이처럼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자 장사’라는 뭇매와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압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CNB뉴스=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