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가 대통령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지방시대위원회에 비수도권 투자촉진과 인구소멸 방지를 위한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지역별 차등 적용’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경남상의협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날이 갈수록 심화하는 수도권 과밀 성장과 지방소멸의 위기감은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으며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경제·문화·의료·교육 등 대부분의 국가 핵심 자원이 다시금 청년을 비롯한 인구집중의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마치 블랙홀과 같이 수도권 일극화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의 성장동력인 20대~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은 인구 편중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건의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에 정부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수도권정비계획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통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수도권외 지역 기업에 대한 세액감면 확대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등 비수도권 지역의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 마련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지역 간 격차를 줄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균형 있게 분산돼야 할 산업자산과 전문인력들의 이전이 수도권 내에서만 이뤄지면서 수도권의 지대상승과 인구과잉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국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지역별로 비교해보면 수도권이 전체 법인세액의 78.1%(2023년 기준), 근로소득세액의 74.8%(202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의 경제활동과 부가가치 창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변화추이를 보면 수도권의 경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반면 비수도권의 경우 정체 또는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더욱이 수도권과 인접한 충청권을 비수도권에서 제외하면 상승폭은 더욱 작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남상의협의회는 ‘전체 세액 중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과 근로자의 경제활동이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만약 비수도권에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낮은 수준으로 차등 적용한다면 비수도권으로 기업과 근로자 유입이 이뤄지고 해외기업과 리쇼어링 기업 유치도 유리해 세액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올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투입되는 42.2조 원의 예산은 지난 2022년 기준 비수도권의 법인세와 근로소득세를 합한 25.4조 원에 한참 웃도는 수준’이라며 ‘근본적으로 비수도권 전반에 기업 및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법인세 및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를 차등 적용해 지방시대 시행계획의 국가균형발전 예산보다 적은 금액으로 보다 효과적인 국토균형발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경남상의협의회는 ‘수도권 소재 기업 및 청년 인력의 지방 이전과 투자유치를 위해 보다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비수도권 소재 기업과 근로자의 경제활동에 기반해 부과되는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를 차등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균형발전위원회(현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 2020년 연구용역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의 법인세율을 인하할 경우 비수도권에 대한 기업의 신규투자가 늘어날 것이며 스위스·이스라엘의 사례처럼 수도권으로부터 멀고 정주여건이 열악한 지역일수록 세제를 차등 적용하는 정책이 기업 이전을 유도해 국가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한 선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경남도상공회의소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건의가 국가의 과세권이 미치는 모든 지역에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상충될 수 있으나 이러한 논리라면 국가의 예산에 영향을 받는 국토 전반에 균형발전을 위한 예산이 집행돼야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음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경남지역의 경우 수 차례 건의해 온 KTX·SRT 증편과 마산-동대구 간 고속선 설치를 비롯한 비수도권 광역철도망 구축에는 예산 투입에 여러 가지 제약이 붙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성장한 수도권에 나아가 이제는 충청권까지 확장하고 있는 광역철도망과 지하철에 투입되는 예산은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경제, 문화, 교육, 의료 등 생활인프라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똑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중심에서 형평성을 논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