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보도, 국내 언론과 대조적
행정지도가 한국 ‘과민반응’ 유발?
히로유키 “의회 법안으로 처리했어야”
일본 국민 다수, 라인 일본 소유 원해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 등을 요구하며 네이버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언론이 이 사안을 다루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많은 한국 언론들이 ‘라인(LINE) 강탈’ ‘네이버 압박’ ‘경제 한일전’ 등을 운운하며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반면, 일본 언론들은 관련 기사 숫자가 한국의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한국 언론 보도 내용을 번역한 기사가 대부분이다. 마치 한국만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고, 일본 언론 혹은 일본인들에게 있어 이 사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런 것일까? 많지않은 일본발 기사를 통해 라인과 라인야후, 네이버에 대한 일본인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5월 초까지만 해도 일본 언론은 라인야후 관련 소식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과 이에 대한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을 건조하게 보도하는데 주력했다. 별다른 취재없이 사안만 간략히 설명하는 단신이 대부분이었다.
일본 지지통신은 지난 3월 5일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철저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했다며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검토도 촉구하는 이례적인 요청”이었다고 보도했다. IT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자본관계 검토’까지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건 일본 언론들도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어 4월 16일에는 총무성이 “4월 1일 라인야후로부터 보고받은 재발방지책은 불충분하다”며 “네이버와의 관계 재검토 등 구체적 조치를 7월 1일까지 다시 보고하도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지통신은 “한달여만에 두 차례의 행정지도는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는데, 구체적으로 총무성이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가 ‘요청’에 그치고 있는 것을 문제삼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라인야후는 네이버에 대한 업무 위탁을 축소·종료하고, 자본관계 재검토를 관련 기업들에 요청하는 등의 대책을 보고했지만, 총무성은 “자본관계의 재검토는 요청에 그치고, 검토 상황이나 결과는 전해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현했다는 것.
이후 소프트뱅크 미야가와 준이치 사장은 5월 9일 결산발표 기자회견에서 “7월 1일까지 네이버와의 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지만, 매우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상의 상황을 보면, 일본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한 정답(지분 확보)을 정해놓고 라인야후와 모회사인 소프트뱅크, 네이버를 압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각사 경영진들은 협의를 통해 재발방지책을 발표했으나, 총무성 측은 이를 퇴짜놨고, 조속한 지분 매입 협상을 진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분노한 한국 여론…행정지도는 실책?
5월 들어 국내 여러 매체에서 이번 사안이 다뤄지며 ‘라인 강탈’ 이슈에 불이 붙었지만 대부분의 일본 언론은 한국의 뉴스를 전달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이 뉴스들의 댓글란은 한국과 네이버, 라인을 비난하는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이런 가운데 아사히신문이 한국 측의 반응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놨다.
5월 16일 아사히신문은 ‘LINE 자본관계 재검토 문제 ‘강탈이다’라고 화내는 한국, 떠오르는 일본의 약점‘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한국의 비난 여론을 전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 언론들이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일본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으며, 한일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윤석열 정권도 여론의 강한 반발에 고민해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한다”고 말하는 사태에 몰렸다는 것.
그러면서 한국 당국자의 말을 빌려 “국민의 개인정보를 타국에 잡힐 수 있다는 사태를 막고 싶다는 일본의 생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외국 기업에 통신사업을 맡기는 사태를 초래할 정도로 일본이 디지털 약국(弱国)이었던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일본의 디지털 경쟁력 약세를 꼬집었다.
5월 17일 토요케이자이(동양경제)의 ‘LINE야후에 대한 행정지도가 나쁜 3가지 이유’ 기사도 비슷한 논조를 띠고 있다.
이 매체는 “일본의 넷상에서는 ‘또 한국이 난리를 피우고 있다’ ‘국민적 어플 LINE으로부터 한국 기업을 배제하는 것은 당연’이라고 하는 비판적인 댓글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통상문제에 익숙한 한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악수(惡手)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자본적 지배’가 약해지는 것이, 보안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한국에서 반발이 강해지자, 총무성은 ‘행정 지도의 문서에, 네이버에 대해서 라인야후의 주식을 매각하라고는 쓰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지만, ‘자본관계의 재검토’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중국 시진핑 정권은 경제안보를 내걸고 외국 기업과 주재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신체의 구속까지 하고 있지만, 그것은 외자의 철수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행정지도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진력해 온 윤석열 정권에 ‘사다리를 치우는’ 한 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처럼 ‘법안’으로 라인 가져와야”
이런 기사들만 보면 일본 언론들도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과도한 것이었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라인에 대한 욕심이 잘못됐다거나, 한국 측 반발이 크니 포기하는게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총무성이 좀더 깔끔하게 일처리를 했어야 한다는 게 본심에 가깝다.
실제로 5월 19일 TV아사히의 ‘아베마 타임즈(Abema Times)’ 방송에서는 일본의 IT 저명인사가 등장해 일본 측의 속내를 드러냈다.
이 방송에 출연한 일본 유명 커뮤니티 5채널(舊 2채널) 창립자 니시무라 히로유키는 “기술적인 문제로 네이버 클라우드가 보안적으로 위험하다면 총무성이 ‘기준에 맞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라’고 지도할 수는 있다”면서 “자본 관계 변경까지 요구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4월 미국이 틱톡(TikTok) 이용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예로 들면서 “미국은 제대로 법률을 만들었다. 이번 사안도 총무성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에서 ‘네이버의 (현재)자본비율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률을 정해 따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중국 정부의 행태를 연상시키는 ‘행정지도’가 아니라, 법률을 제정하는 미국 방식이 깔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보도들과 관련 댓글들을 살펴보면, 일본의 언론 및 여론은 ▲총무성의 조치는 부득이한 것이며 ▲일본의 국민 앱인 라인은 일본 기업이 보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일 하락세였던 일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라인에 대한 행정지도가 시작된 이후 상승세를 띠고 있는 이유다.
한일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번에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지분을 1%라도 더 가져와서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일본 국민 입장에서는 경제전쟁에서 이긴 셈이 된다”며 “실제로 최근 라인야후 사태가 일어나고 지지율이 7%나 올라갔다. 일본 정부가 경제전쟁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