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외식 면요리 가격 급등
주머니 닫은 소비자들 “집에서 해먹자”
식품기업들 이때 노려…신제품 면 봇물
이른 더위까지 겹쳐 여름면 시장 호황
MZ를 넘어 잘파? 집단보다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세대가 유통가를 흔들고 있다. 웰빙, 가성비, 가치소비, 1인 문화 등이 이들의 주요 키워드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유통·식품업계의 뉴노멀을 CNB뉴스가 연속 보도한다. 이번 편은 이른 더위를 맞아 여름면 판매에 돌입한 식품업계 이야기다. <편집자주>
식품업계가 다가오는 여름철을 맞아 시원하면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여름면(麵) 출시에 한창이다. 특히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갈수록 더위가 빨리 시작되고 길어진다는 점에서 여름면이 기업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실제로 식품업계에 따르면, 여름면의 대표 격인 비빔면 시장은 지난 2020년 1400억원에서 지난해 180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주요 식품기업들은 자사의 대표 제품을 리뉴얼하거나 이색 신제품을 선보이며 고물가 속 성수기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말 배홍동의 용기면 신제품 ‘배홍동큰사발면’을 출시했다.
농심에 따르면, 배홍동큰사발면은 배·홍고추·동치미를 갈아 숙성해 만든 비빔장에 한정판 ‘챌린지에디션’에 적용한 하늘초와 ‘윈터에디션’의 콩가루 토핑을 더했다. 조리시간도 2분이면 가능하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3월 대표 비빔면인 진비빔면을 용기면으로 선보였다.
오뚜기에 따르면, 신제품은 취향에 맞게 냉비빔면 또는 온비빔면 두 가지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냉비빔면은 끓는 물을 표시선까지 붓고 4분 후 물을 버린 뒤 냉수로 헹궈 액체스프와 비비면 완성되고, 온비빔면은 2분 30초 후 물을 버리고 액체스프를 넣으면 된다.
일일이 뚜껑에 구멍을 뚫는 방식 대신 ‘간편콕 스티커’를 제거해 물을 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지 락(Easy Lock)’ 기능도 적용해 덮개나 젓가락 없이도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쉽게 고정할 수 있다.
팔도도 최근 신제품 ‘마라왕비빔면’을 내놓았다.
팔도에 따르면, ‘마라왕’은 회사가 새롭게 선보이는 자체 라면 브랜드로 신제품 콘셉트는 ‘Cool한 마라맛’이다. 팔도 측은 차가운 면과 잘 어울리는 한국식 마라 분말스프를 개발해 평소 향신료에 익숙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갑게 헹군 면에 액상 비빔장, 마라 분말스프를 함께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또 다른 여름면 강자인 냉면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4월 기존 ‘동치미물냉면’의 맛과 패키지를 리뉴얼 출시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리뉴얼 제품은 제주산 겨울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특징으로 이번에 동치미 함량을 높이고 레몬도 더했다. 패키지 역시 시원한 육수를 강조하기 위해 배경색을 교체했으며, 사진과 제품명 크기도 키웠다.
풀무원식품도 별미냉면 제품군을 신설해 ‘회냉면’ ‘칡냉면’ 2종을 선보였다.
풀무원식품에 따르면, 회냉면은 고구마전분이 함유된 면으로 함흥식 냉면 특유의 오독오독한 식감을 살렸고 칡냉면은 배와 라임, 레몬이 담긴 동치미 국물과 무, 마늘, 양파로 만들어진 양념장을 더한 물냉면이다.
'여름면 시장' 풍선효과…불황의 씁쓸한 이면
이처럼 식품업체들이 앞다퉈 여름면 발매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이른 더위와 함께 외식물가 상승으로 가정용 여름면 수요가 늘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3%로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 평균(2.9%)을 웃돌았다. 35개월째 외식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평균을 넘어선 것이다. 특히 여름 대표 음식인 냉면은 4.2%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올 3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1만153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692원) 대비 7.9% 올랐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냉면 등 외식 면요리 가격이 급등하는 이른바 ‘누들플레이션(면+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가정에서 비교적 저렴하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여름면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고물가에 섣불리 외식을 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해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한 여름면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신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전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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