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7000원 시대…심리적 마지노선 붕괴
차라리 집에서 먹자…짜장라면 고급화 추세
이때 나타난 업글 짜파게티 ‘더블랙’ 맛보니
깊은 풍미·단짠 끝판왕…나트륨·당류는 글쎄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했다. 마음, 나이, 겁, 심지어 욕까지. 그러나 먹는다고 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는 뭣보다 음식을 먹는다. 궁금해서 알아봤다. 뭐든 먹는 한국인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는 지금 뭐가 있을까? CNB뉴스 기자들이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시시콜콜, 아니 식식(食食)콜콜 풀어놓는다. 단, 주관이 넉넉히 가미되니 필터링 필수. <편집자주>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라면, 김밥, 짜장면을 먹어왔다.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짜장면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이다. 작가 김훈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문집에 이 대중적인 음식을 장복했다고 적었다. 세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이제 하나가 걸린다. “싸고….” 짜장면의 몸값이 요즘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주요 외식 메뉴 8개 품목 중 짜장면의 가격 인상률이 7.6%로 가장 높았다. 10월 짜장면 가격이 처음 7000원을 돌파했을 땐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보편적 음식이 마음속 기준치 이상으로 비싸졌다는 얘기다.
외식 물가가 폭주하면서 ‘내식’으로 눈 돌리는 이들이 늘었다. 식품업계에 요리에 준하는 간편식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짜장라면 시장도 마찬가지다. 짜장면 가격의 고공행진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외식 메뉴에 비견할 만한 ‘집밥’을 만들려는 시도다. 국내 짜장라면 시장 점유율 80%에 달하는 농심의 짜파게티도 이 강력한 편서풍에 올라탔다. 고급 버전인 ‘짜파게티 더블랙’(이하 더블랙)을 지난달 내놓은 것. 한 지붕 다른 가족 ‘신라면 블랙’처럼 기존 제품보다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더블랙은 한국인의 지독한 짜장면 사랑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까? 씹고 뜯고 맛보았다.
짜파게티와 비교하니 확연히 달라
같은 이름을 단 만큼 형과 비교하는 게 옳겠다. 1984년 출시돼 누적 91억개가 팔린 불혹의 터줏대감 ‘짜파게티’ 말이다. 우선 신체 스펙부터. 재는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면 지름이 더블랙은 12.5cm, 짜파게티는 13cm로 형이 더 크다. 총 내용량도 더블랙 116g, 짜파게티 140g으로 아우가 더 가볍다.
작고 가벼운 더블랙은 칼로리도 20%가량 낮다. 짜파게티 610kcal, 더블랙 465kcal다. 튀기지 않은 건면을 쓴 덕분이다. 잠깐! 여기서 맛 스포. 더블랙의 면은 상당히 굵은데 씹을 수록 작은 알갱이로 쪼개져 끝까지 쫄깃한 맛이 산다. 유탕면처럼 막판에 입에서 녹는 느낌이 아니다. 취향 차이는 있겠지만, 존득한 식감에 가점을 주는 이라면 별 네 개 반은 매길 법하다.
구성품은 대동소이하다. 면에 분말, 건더기, ‘기름’이 들었다. 기존 제품이 ‘올리브유’라면 더블랙은 ‘볶음양파풍미유’인데 사실 극명한 차이를 찾기란 어렵다.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올리브유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막상막하랄까.
눈에 띄게 다른 건 건더기 수프다. 일단 크다. 손톱만한 고기에 양배추도 큼지막하게 들었다. 중식당 식탁에 오르는 간짜장만큼은 아니지만 볼 때나 씹을 때나 확실히 다르다. 짜파게티의 ‘후레이크’가 아기자기하다면 더블랙은 시원시원하다.
분말수프는 이전보다 농후해졌다. 여기까진 이견이 없을 텐데, 굳이 딴지 걸고 싶은 대목이 있다. 농심에 따르면, 소고기 풍미를 첨가하고 볶음양파분말 함량도 늘렸다. 여기서 꽂힌 것이 양파다. 짜장면, 나아가 중화요리의 기본을 양파로 여기는 이라면 아쉬울 것이다. 전체적인 풍미를 살리는 데 일익을 맡고 있는 양파의 존재감이 약하게 느껴졌다. 맵싸하고 달콤한 양파는 중식의 훌륭한 조연이다. ‘볶음양파풍미유’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있기에 어쩌면 더 기대에 못 미쳤는지도 모른다.
중언하지만, 확실히 진해지기는 했다. 색에서부터 드러난다. 짜파게티가 갈색이라면 더블랙은 검정색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시중에서 파는 간짜장과 비슷할 만큼 간이 좋다. 또 다시 푸념하자면, 여기에 양파향이 더욱 강렬히 가미됐더라면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혹자는 말할 것이다. 더블랙의 마지막 한 방은 따로 있다고. 답은 봉지 뒷면에 표기된 영양정보에 있다. 칼슘이 1일 권장량의 37%에 달하는 262mg이나 들었고, 단백질 함량은 9g이다. 결정적 카운터는 ‘건강한 맛’이다.
총평하면 더블랙은 탱글탱글한 면발과 와작 씹히는 건더기의 식감이 강점이다. 이전보다 진해진 소스맛도 차별점이다. 프리미엄 버전인데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시중의 한 대형마트에서 더블랙 4개입 한 팩을 4580원에, 짜파게티 한 개를 1000원에 구매했다. 낱개로 치면 145원밖에 비싸지 않다.
단, 옥에 티가 있다. 더블랙이 짜파게티보다 나트륨과 당류 함량이 더 높다. 나트륨과 당에 민감하다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풍미를 끌어올린 ‘단짠’의 비결이 어쩌면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른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