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실 신설해 STO 사업 속도
컨소시엄 참여해 시너지 효과 극대화
플랫폼·콘텐츠 전문기업과 동맹 맺기도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내예기]를 들려드립니다. 이번에는 토큰증권 사업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는 하나증권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화한 증권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사업이다. 이를 통해 기존 증권(실물·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미술품·콘텐츠·부동산 등)을 가상의 증권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실물, 전자 증권에 이어 가상의 증권시장이 새롭게 만들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하나증권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자산실을 신설해서 눈길을 끈다.
디지털자산실은 STO 사업을 위한 플랫폼과 그 위에 올라갈 콘텐츠를 준비하고, 한국거래소의 역할을 나눠 수행할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관련된 업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곳을 중심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앱인 ‘원큐프로’에 STO 거래 탭을 추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첫 투자 대상은 미술 작품이 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올해 하반기 안에 조각투자 상품을 발행하는 협력회사의 앱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원큐프로’ 안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은 그동안 체계적으로 STO 사업을 준비해왔다. 하나금융그룹은 미래에셋증권, SK텔레콤과 토큰증권 컨소시엄인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증권은 이 컨소시엄에서 STO 사업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한 하나증권은 STO 플랫폼 구축을 위한 주사업자로 아이티센, INF컨설팅을 선정했다. 아이티센, 계열사인 INF컨설팅은 STO와 관련된 제도와 법령을 검토해 상품과 계좌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직원과 고객들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는 상품 발행과 유통, 제휴사 웹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이외에도 전자지급결제와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서비스 기업인 갤럭시아머니트리, 블록체인 기술과 플랫폼 구축 사업을 하는 데이터젠, 빅데이터 기반 매칭솔루션 회사 일루넥스와도 업무협약(MOU)을 맺고 협력해나가고 있다.
미술품·부동산 등 투자 자산군 넓혀
상품 개발을 위한 협력관계도 구축해 놓았다. 하나증권은 STO 플랫폼 안에 들어갈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미술 분야에서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해 4월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의 개방형 수장고 겸 복합문화공간인 하트원(H.art1)에서 프린트베이커리(미술품 경매 사업을 하는 서울옥션의 관계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술 작품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고, 메타버스와 STO 등으로 협력관계를 넓혀가기로 했다. 이어 9월에 이젤(미술품 플랫폼 기업)과 가상자산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고객이 투자한 작품을 MTS 앱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미술관 서비스도 만들기로 했다.
콘텐츠 기업과도 함께 할 예정이다. 다날엔터테인먼트(음악·공연), 세인트조이(게임), 웹툰올(웹툰·영화·드라마), 크리시아미디어(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과 다채로운 콘텐츠에 대한 조각투자와 STO 사업을 전개한다는 포부이다.
부동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나증권은 루센트 블록(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과 협업하며, 계좌 관리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상업용 조각투자 플랫폼 레빗을 운영하고 있는 피나클과도 부동산에 대한 STO 사업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센골드(금·은 등 원자재), 식신(모바일 식권·맛집 추전 앱 등 푸드테크)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STO 상품 개발을 위해서 연구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러한 여러 분야에 걸친 토큰증권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연달아 오프라인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4월 을지로 하트원에서 처음으로 ‘메타하나(META1) 프로젝트’ 전시회를 개최해 멸종한 도도새 그림으로 알려진 김선우, PFP(개인 NFT 프로필 사진) 스타일인 다다즈 작가의 실물 그림, NFT 이미지 등을 전시했다. 이어 9월에는 서울 가로수길에 있는 에어드랍스페이스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열었다. 콜라주 아티스트 선호탄, 일러스트레이터 보트 작가의 캔버스 그림을 감상하고 금융투자 방법과 정보 등을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다. 김선우, 다다즈 작가의 디지털 작품 이미지도 스크린을 통해 보여줬다.
온라인 홍보도 준비하고 있다. 메이드코퍼레이션, 계열사인 에어드랍과 디지털 자산을 위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메이드코퍼레이션은 교보생명, 쿠팡 등과 디지털 마케팅 사업을 진행했고, 에어드랍은 NFT 멤버십을 토대로 오프라인에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하나증권이 꾸준히 STO 사업을 준비하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STO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 119조원, 2030년 36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이 분야의 글로벌 시장이 2030년 최소 16조 달러에서 최대 689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CNB뉴스에 “STO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지고 있지만 인프라와 상품 발행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며 “증권사의 체계에서 새롭게 진행되는 사업이라 앞으로 조각투자 분야뿐만 아니라 전통 자산군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