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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사사(社史)④] “금융이 나라의 근간”…최초 민족자본 우리은행 125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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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4.03.22 09:10:35

“화폐융통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
‘日금융자본’에 맞서 민족경제 뿌리 역할
조병규 행장, 민족금융정신 이어 ESG경영

 

우리은행 사옥 전경. (사진=우리은행)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한길을 걸어온 기업들이 있다. 이에 CNB뉴스가 국내 대표적 장수(長壽) 기업들의 태동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미니사사(社史)>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이번 편은 고종황제가 설립한 최초의 민족자본은행 ‘우리은행’이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미니사사(社史)①] “교육이 민족의 미래”…교보생명의 66년 교육 외길(上)
[미니사사(社史)②] “설계기업에서 시공능력 4위 종합건설사로”…현대엔지니어링의 50년 도전史

[미니사사(社史)③]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선대의 인간존중 정신 잇다(下)

 


우리은행은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인 1899년 1월 30일 대한제국의 황실 자본과 조선상인이 중심이 돼 ‘대한천일은행’이라는 간판으로 설립됐다.

대한제국 하늘 아래 첫째가는 은행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한천일은행’은 고종황제가 황실 자금인 내탕금을 자본금으로 냈으며, 정부 관료와 조선상인이 주주로 참여해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과 주식회사로 기록된다.

대한천일은행은 오늘날의 기획재정부 장관격인 탁지부대신에게 제출했던 창립청원서에서 “화폐융통(貨幣融通)은 상무흥왕(商務興旺)의 본(本)”, 즉 “돈을 원활하게 융통하는 것이 국가발전의 근본”임을 창립이념으로 삼고, 민족자본 육성을 통한 국가경제발전을 목표로 했다.

또한 “조선사람 이외에는 대한천일은행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없다”고 명시하는 등 민족의 자존을 세우고 외세로부터 은행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은행의 운영은 전통상인이 중심이 됐으며 은행회계도 전통적인 복식회계법인 송도사개치부법으로 작성됐다.

이와 관련, 2014년 6월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은 우리은행 은행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대한천일은행 창립 및 회계 관련 기록물을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대한천일은행 창립청원 및 인가서. (자료=우리은행)

 


외세에 맞서 민족경제 역할 수행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대한천일은행은 단순한 은행 차원을 넘어 민족경제 창출의 본산(本山)이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무역의 증가로 일본을 비롯한 외국계 은행들이 조선에 진출했다. 특히 일본의 제일은행(다이이치)의 진출은 조선 금융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 와중에, 정부와 상인을 중심으로 자주적으로 설립된 대한천일은행이 민족은행으로서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우선, 대한천일은행은 상인층이 중심이 되고, 고종 황제가 창립자금(창립자본금의 54%)을 지원하면서 황실은행으로서의 소임을 수행했다.

또한, 조선은행과 사립한성은행이 조세금 취급 업무 이외 영업활동을 펼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데 반해, 대한천일은행은 삼국(조선, 청, 일본) 상인들에 대한 대출업무, 예금업무 등을 통해 영업 범위를 확장했다.

대한천일은행의 이러한 영업활동은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의 고난 속에서도 꾸준하게 성장, 오늘날 우리은행의 토대가 됐다.

대한제국 시기 금융 관련 자료가 많이 전해지지 않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한천일은행 창립문서 및 회계장부를 통해서도 당시 민족은행의 역할을 알 수 있다. 이 문서들은 1899년 창립 당시의 영업 관련 자료로 창립청원서 및 정관 등에 은행의 주요업무가 기록돼 있다.

특히, 창립청원서에는 바로 은행 설립의 목적이 나와 있는데 화폐 유통을 위해 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적시돼 있고, 정관에는 중앙은행권 발행, 조세금 취급을 기록하고 있어 당시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미 정관에 ‘예금업무, 환업무, 대출업무’ 등을 사업영역으로 표시하고 조선상인들에게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오늘날의 은행 모습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한천일은행이라는 민족자본은행을 통해 화폐제도와 재정제도의 안정을 찾고, 조선 상권을 보호하는 등 일본 금융자본에 맞서 조선금융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1959년 설립된 여성 전용 영업점인 ‘숙녀금고’.  (사진=우리은행)

 


1950년대부터 ‘산업금융’ 본격화



대한천일은행은 1911년 조선상업은행, 1950년 한국상업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민족정기를 계승해 왔다. 한국상업은행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1950년대 후반 미국·일본·유럽 등 금융이 발달한 국가인 선진국 금융기관에 직원을 파견해 새로운 금융업무를 도입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또 경제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1954년 회계기, 출납기 등을 도입하는 등 업무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1959년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여성만을 위한 은행 영업점인 ‘숙녀금고’를 개설해 여성의 금융지원을 통해 사회진출을 도왔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계획은 경제개발에 필요한 내자동원을 위해 ‘예금제일주의’를 내걸고 강력한 저축운동을 전개했는데, 서울시 공금예금의 증가와 1965년 6월 시중은행 최초로 예금잔액 100억원을 돌파해 예금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신종 예금상품(최초의 종합통장인 3세트 예금, 안심예금, 수도예금, 어린이 예금, 요일적금 등)을 개발해 저축증대운동에 앞장섰다.

더불어 1960년대 경공업을 육성하자는 국가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1967년에 중소기업금융부를 신설하면서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강화했으며, 1967년에는 시중은행 최초 외국환 업무를 시작해 기업들의 수출입, 외환, 무역금융업무, 그리고 지급보증업무 등을 지원했다.

경제부흥기에 수출 주도의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해외활동을 활발하게 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이 필요했는데, 1968년에는 국내 은행 최초로 일본 동경에 해외지점을 열어 해외로 영업망을 넓히는 등 해외로 진출한 수출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앞장서 왔다.

1977년에는 최초로 서울과 부산간 온라인 업무를 실시해 은행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졌으며, 고객과 기업들은 좀 더 빠르고 편한 은행 일을 볼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이같이 각 부문에서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면서 경제발전기 한국경제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국상업은행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금융권 구조조정에 따라 1999년 한일은행과 합병해 은행명을 한빛은행으로 변경했고, 2002년 현재의 우리은행 사명으로 재탄생했다.

우리은행은 2002년 국내 최초로 BPR(후선업무집중화)을 도입하는 등 금융시스템 고도화를 촉발시켰다. 2015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해외상장은행을 인수해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을 출범시켰고, 2018년에는 캄보디아에서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현지 금융사를 인수해 WB파이낸스를 출범시키는 등 현지 금융시장에 맞는 진출을 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5년 국내은행 최초로 글로벌 네트워크 200개를 달성했으며, 지난해 기준 24개국 466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1월 1일 조병규 은행장과 경영진들이 경기도 소재 홍유릉에서 우리은행 설립의 참뜻을 되새기며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고종황제 참배로 한해 시작…ESG경영으로 정신 계승



오늘날 우리은행은 ‘대한천일은행 헤리티지(역사유산)’를 정신적 지주로 삼고 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올해 초 고종황제 참배를 시작으로 2024년 새해 출발을 알렸다.

우리은행 경영진들은 2012년부터 매년 1월 1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홍유릉을 찾아 고종황제를 참배해 왔다. 고종황제 참배는 ‘우리은행 설립의 참뜻을 되새기며 한 해를 시작한다’라는 우리은행만의 전통이다.

조 행장은 갑진년 한 해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금융으로 상생금융, 사회공헌, ESG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24년 경영목표는 ‘핵심사업 집중, 미래금융 선도’로 정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여섯 가지 전략 방향으로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글로벌 등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통신, 여행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신시장 개척과 신탁, IB 등 비이자 사업 확대로 미래 성장성 확보 ▲환경과 제도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을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확립

▲자체 IT 개발 역량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지털/IT 플랫폼 경쟁력 제고 ▲인사제도와 연수체계 개편 등 전문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경영 체질 개선 ▲상생금융과 사회공헌, 그리고 ESG 경영을 지속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 완수 등을 수립했다.

조 행장은 직원들에게 전문성, 능동성, 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강조하면서 “경영목표와 전략에 ‘초집중’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우리은행의 힘을 키워가겠다”며 올 한해 경영지도를 그려나고 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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