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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서가, 새 책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 출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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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03.11 10:59:54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 (사진=공간서가)

국제학술지급 건축 월간지인 SPACE(공간)의 출판 브랜드 공간서가가 신간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을 출간한다.

공간서가는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이 현직 건축가의 시선으로 발굴해낸 1960~1970년대 한국의 실험적 주택과 건축가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제공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책의 저자인 서재원 작가(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당시 국내 유일한 건축 전문지였던 ‘SPACE(공간)’에 게재된 주택 중 여덟 개 프로젝트를 선별한 뒤, 지면의 자료를 근거로 직접 도면, 모형, 렌더링 등을 다시 제작하면서 건축가의 의도를 나름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추론해나간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SPACE(공간)’에 연재됐던 ‘리-비지트 SPACE’를 바탕으로 기획된 이 책은 그동안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주택 작업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한국의 근현대 건축사의 빈칸을 채우는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택들에서 저자가 읽어낸 당대 건축가들의 도전과 한계는 한국성, 주어진 조건에 대한 극복, 조형성 실험 등 5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건축을 바라보는 데에도 유효한 관점을 제공한다.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에 접어들면서 박정희 대통령 정권이 집권했던 20여년의 시간은 한국 건축의 근현대사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었다고 분석한다. 발전 국가 시기로 명명되는 이 기간 동안 건축법(1962년)이 만들어졌고, 정권 휘하에서 종합박물관, 정부청사 등 설계 공모를 통해 프로파간다 건축이 생산됐다. 그 역사에 대한 기록과 해석은 김수근, 김중업 등 공공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몇몇 건축가들에 집중됐다.

이들을 제외하고 당시 한국 건축계를 구성했던 여러 건축가들의 이름과 행적, 그들이 생산한 건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여년 전부터의 일이라고 전한다. ‘권력의 근거리에 있지 않았던 당대 건축가들의 실천과 도전에 대한 역사는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건축가 서재원은 50여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이런 질문을 품고, 당대 유일한 건축전문지였던 잡지 ‘SPACE(공간)’의 지면을 대상으로 그 흔적을 찾아 나섰다.

서재원 건축가가 주택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건축가의 내적 의지가 발현될 수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주택의 특성상 시작부터 한계와 제약을 안은 건축가의 상황을 묘사하며 서재원은 건축가를 중간 존재로 규정한다. 주택이야말로 이상과 현실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건축가의 사고와 철학이 집약적으로 투영된 대상이라고 말한다.

서재원이 발굴해낸 건축가와 주택 작업들의 면면을 보면, 오늘날에도 유효한 흥미로운 주제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안병의의 우산을 주제로 한 주택 계획안은 비슷한 시기에 계획된 일본 건축가 가즈오 시노하라의 엄브렐라 하우스와 비교를 통해 참조 대상(우산)을 바라보는 두 나라의 다른 해석과 태도를 드러낸다. 유걸의 초기작인 강씨댁에서는 루이스 칸의 영향을 언급하며, 기하학의 이성적 엄밀함과 감성적 공간을 통합하려는 자족적 시스템을 통해 콘텍스트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조창걸의 건축가 정(丁)씨댁은 조형 의지와 현실적 제약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태가 위트와 모순으로 드러났음을 짚는 한편, 정길협의 C씨 주택 계획안에서는 자기만의 건축 언어를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엄밀했던 조형 실험을 발견한다.

김석재가 전통 요소를 차용해 한국성을 드러낸 작업인 박대인의 집은 건축가와 의뢰인의 입장의 차이로 인해 해결되지 않은 한국성 담론에 주목하게 한다. 공일곤의 OH씨댁은 현실(삶)과 이상(작품 의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 건축가의 자아 성찰적 태도가 우유부단한 결과로 귀결된 집으로, 건축가의 숙명에 대해 다시금 질문하게 하는 작업이다. 김원의 봉원동 K씨댁은 건축 설계라는 행위의 근원적 본질을 묻고 있는 건축가의 종교적 태도가 잘 드러난 집으로, 우리 시대 엘리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조성렬의 한남동 송씨댁은 조형 의지가 기능과 공간을 압도한 작업으로, 형태와 기능 사이에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전략가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호명된 여덟 건축가의 낯선 주택 작업은 1960~1970년대 당시 대부분 30대에 수행한 작업들이다. 서재원은 대표작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 주택들 사이에서 건축가들의 이후 건축 행보에 영향을 미치는 단서, 주요작들과 달리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던 도전, 한국성과 같은 시대의 부름에 대응하는 태도 등을 포착해낸다.

‘매너리스트의 보석 상자’(유걸), ‘짓다만 표정’(조창걸), ‘한국성이라는 그 추상적 원죄’(김석재), ‘고뇌하는 계단’(공일곤) 등 각 주택에 붙은 특징적인 제목들은 그가 집중적으로 분석한 대상(요소)과 주제를 드러낸다.

책 말미의 ‘리뷰’에서 최원준 숭실대학교 교수는 “오늘날 우리 건축계에서 사전 정보 없이 건물의 모습만으로 그 건축가를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경우를 꼽자면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서재원이 대표적”이라며, “엄정한 형식을 통한 건축적 소통에서 서재원이 주도면밀하게 활용하는 요소는 역사적 단편”이라고 밝힌다.

서재원이 각 주택을 해석하는 과정의 백미는 잡지에 공개된 사진, 도면 등 한정된 자료를 자신만의 매체(도면, 스케치, 모형, 렌더링 등)로 재구성하는 방법론이다. 그는 ‘내가 건축가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어떤 부분을 가장 고민했을까’를 염두에 두고 건축가의 설계 프로세스를 따라 추론을 이어간다. 이를 위해 평면도나 단면도를 스케일에 맞춰 다시 작도하거나, 엑소노메트릭 등 3차원 분해도를 다시 제작하기도 했다.

실제 건물 내외부 모습을 확인하기 힘든 경우에는 실물 모형을 제작해 사진을 촬영하거나, 3D 모델링을 통해 렌더링 이미지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각 주택의 특징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에 따라 새롭게 표현된 매체는 건축가 서재원의 시선과 선배 건축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독자들이 저자의 형식주의적 면모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서재원이 설계한 건물의 평면도를 리뷰에 함께 수록했다.

이 책은 건축 전문 월간지 ‘SPACE(공간)’에 연재됐던 ‘리-비지트 SPACE’에 바탕을 두고 기획됐다. 원고를 다듬고 내용을 추가해 살을 붙이면서 건축가 서재원의 주택 분석이 지닌 함의를 우리 건축계 안과 바깥의 시선을 통해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느꼈다고 한다. 이에 맞춰 포르투갈 포루투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팔라(fala)가 쓴 ‘추천의 글’, 건축 비평가이자 건축 역사가인 최원준의 ‘리뷰’가 책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잃어버린 한국의 주택들’의 긴 세로 판형은 저자의 주요한 참조체인 ‘SPACE(공간)’ 지면을 반영한 것이다. 독자들이 책을 펼쳤을 때 저자가 참고했던 잡지의 지면을 같은 호흡으로 읽어갈 수 있도록 지면을 세로로 이등분한 판형을 시도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과 건축가를 발굴해 소개한다는 취지에 맞춰 본문 전체를 영문으로 병기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게도 보석처럼 숨겨졌던 한국 근현대 건축의 새로운 장면들을 소개한다.

저자인 서재원은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의 대표이다. 현대 사회의 다면적 상황을 애증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부조화와 조화, 구축과 비구축, 합리성과 비합리성, 풍자와 농담 등의 모순적 병치를 통해 한국 사회의 가능성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호지, 서교 근생, 망원동 단단집, 홍은동 남녀하우스, 공상의 방 파빌리온 등이 있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고, 2021년 김태수 크리틱 펠로우십(TSK Critic Fellowship)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CNB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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