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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사사(社史)①] “교육이 민족의 미래”…교보생명의 66년 교육 외길(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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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24.02.08 10:02:13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대산(大山) 신용호
“교육이 국가 미래”…세계 최초 ‘교육보험’ 창안
모두 반대한 교보문고…연 5천만명 찾는 ‘국민책방’

 

대한교육보험 출범 당시의 종로 사옥. (사진=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한길을 걸어온 기업들이 있다. 이에 국내 대표적 장수(長壽) 기업들의 태동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미니사사(社史)> 시리즈를 새로 연재한다. 첫 번째는 ‘교육보국’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교보생명이다. 상,하로 나눠 상(上)편에서는 창립자 대산(大山) 신용호 회장을, 하(下)편에서는 선대의 뜻을 잇고 있는 신창재 회장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편집자주>


 


교보생명은 지난 66년간 한국 보험시장을 이끌어온 대표 생명보험사로 총자산 130조원, 보유계약자 404만명에 이르는 ‘국민기업’이다. 생명보험 한길을 걸어오며, 60년 넘게 대주주가 바뀌지 않고 외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해온 금융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의 지속가능경영으로 고객, 재무설계사 및 임직원, 투자자,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공동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경영철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66년 발자취는 대한민국 보험산업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보생명은 한국전쟁의 상처로 피폐했던 1958년 8월, 대산(大山) 신용호 창립자에 의해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을 창립이념으로 설립됐다.

한국 보험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며 생명보험 외길 인생을 걸어온 대산은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해 인재양성에 힘쓰며 경제발전의 주춧돌을 놨고, ‘국민책방’인 교보문고를 세워 국민의 교육과 의식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9월, 8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대산의 삶을 관통한 키워드는 ‘국민교육’이었다.

 

청년시절의 대산. (사진=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대산은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한학자이자 애국지사였다. 대산의 맏형 신용국 선생은 영암의 항일농민운동의 주동자이며 독립운동가였고, 셋째 형도 독립운동가로서 일본 동경에서 항일 학생운동에 가담했다.

이런 연유로 항일가족으로 지목돼 일제의 감사와 탄압을 받았다. 항일 낙인과 어린 시절 병마에 시달리기도 해 정규학교 진학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일독서(千日讀書)’로 배움의 열망을 채워나갔고, 뒤늦게 시작한 독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했다.

20세가 된 약관의 대산은 중국으로 발길을 향해 다롄, 베이징 등지에서 사업을 펼쳤다. 이 시기 이육사 등 애국지사와 교류하며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고 민족기업가의 꿈을 키웠다.

해방 후 귀국한 대산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이에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민족의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생명보험의 원리에 교육을 접목한 ‘교육보험’을 창안하고, 1958년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교보생명(당시 대한교육보험)은 회사 이름부터 남달랐다. 다른 생명보험사와 달리 ‘생명보험’이 아닌 ‘교육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상호였다.

 

창립이념은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으로 정했다. 교육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우고, 보험을 통해 자립경제의 바탕이 될 민족자본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창립과 동시에 내놓은 상품은 교육보험의 효시인 ‘진학보험’이다. 교육과 보험을 접목시킨 것으로 다른 나라 어느 보험사에도 유례가 없는 독창적인 상품이었다. 교육보험은 당시 높은 교육열과 맞물려 ‘배울 수 있다’는 꿈의 상징이 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민에게 담배 한 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이를 발판으로 교보생명은 창립 9년 만에 업계 정상에 오르는 등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30년간 300만명의 학생들이 학자금을 받았으며, 이들은 1960년 이후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활약하게 된다.

또한, 1980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암보험’을 통해 본격적인 보장성보험 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교보생명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1984년 업계 최초 순보험료식 책임준비금 100% 적립, 1988년 업계 최초 계약자 이익배당 실시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산업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업적들로 기록된다.

 

1958년 8월 7일 대한교육보험(현 교보생명) 개업식에서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대산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사진=교보생명)

 


국가와 민족을 사랑한 기업가



아울러 대산의 ‘국민교육’에 대한 철학은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 금싸라기 땅에 서점을 들이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돈이 되지 않는다”며 모두 반대했지만 대산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사통팔달 대한민국 제일의 목에 청소년을 위한 멍석을 깔아줍시다. 와서 사람과 만나고, 책과 만나고, 지혜와 만나고, 희망과 만나게 합시다”(대산 신용호)

 

이 같은 의지로 마침내 1981년 6월 광화문 교보문고가 문을 열었다. 단일면적으로 세계 최대규모로, 서가 길이는 무려 24.7km에 달했다. 교보문고는 개장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명소가 됐으며 현재 회원 수 1800만명, 연간 방문객 5000만명에 이르는 ‘국민책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교보문고 입구의 표지석에 새겨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글귀는 대산의 신념을 잘 나타내고 있다.

 

1981년 06월 1일 준공된 교보빌딩 광화문사옥. (사진=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

특히, 대산은 직원들에게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들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책을 이것저것 보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책을 노트에 베끼더라도 그냥 둘 것 ▲한곳에 오래 서서 책을 읽어도 그냥 둘 것 ▲책을 훔쳐 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을 5대 지침을 정했고, 지금까지 교보문고의 운영방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큰 그릇이 되고 참된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서울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광화문글판’도 그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부터 현재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대산은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에서도 ‘국민교육’의 신념을 놓지 않았다. 대산농촌재단, 대산문화재단, 교보교육재단 등 3개 사회공익재단을 설립해 선진농업연구, 교육과 문학 지원사업, 장학사업 등을 펼치며 소외된 곳까지 교육과 지식의 뿌리를 내리도록 했다.

 

1983년 대산(왼쪽)은 세계 보험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한국인 최초로 '세계보험대상'을 수상했다. (사진=교보생명)

한편, 대산은 1996년 보험산업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기업인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세계적으로도 공로를 인정받아 보험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세계보험협회(IIS)의 ‘세계보험대상’ 수상, ‘세계보험 명예의 전당(Insurance Hall of Fame Award)’에 헌정되는 등 전 세계 보험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IIS는 그의 공적을 기려 ‘신용호 세계보험학술대상(Shin Research Excellence Awards)’을 제정하기도 했다. 매년 세계의 보험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을 선정·시상해 70여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처럼 대산은 대한민국 경제를 빛낸 경영자이자 생명보험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국 보험산업의 선구자로 교육과 보험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사랑한 기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下)편에서는 선대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창재 회장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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