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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태영건설’은 어디? 살얼음 위에 선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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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24.01.22 09:26:44

신용평가사들, 롯데·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지목
해당건설사 “브랜드 가치 높고 유동성 충분” 반박
우발채무 비율 높고 미분양 사업장 많은 곳 ‘위험’

 

부동산 PF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지목된 건설사들. (사진=각사)

부도 위기에 몰렸던 도급 순위 16위 건설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신청이 받아들여지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본격적인 부동산 PF 위기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살얼음 위에 선 건설업계의 향배를 살펴봤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업계를 짓눌러온 ‘부동산 PF 위기’는 2022년 9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레고랜드의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강원도가 보증했던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최종 부도처리한 일명 ‘레고랜드 사태(또는 김진태 사태)’로 인해 시작됐다.

이전까지 국가신용등급에 준한 우량채권으로 여겨져온 지방자치단체 보증 채권의 상환이 거부되자 이후 채권시장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일명 ‘돈맥 경화’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지자체)가 보증하는 채권의 신용도 믿을 수 없는데, 증권사들이 보증하는 부동산 PF의 신용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는 심리였다. 이후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우량기업(AAA등급)이 발행하는 회사채마저 전액 유찰되는 일이 이어졌고, 급기야 그해 10월 ‘건국 이후 최대 부동산 프로젝트’로 알려져온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PF마저 8250억원 차환에 실패하는 일이 발생했다.

뒤늦게 김진태 지사가 입장을 번복하고, 문제가 된 ABCP 2050억원에 대해 전액 상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채권시장 전반에 확대된 유동성 위기는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2022년 10월 27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지사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경색과 관련해 재차 유감의 뜻을 밝히며 보증채무를 반드시 이행하겠다는 뜻을 되풀이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김 지사의 입장 번복 이후 추진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정부의 시장 안정 조치로 약 85조원 가량의 유동성 자금 지원이 건설사 회사채 매입 지원 등에 투입됐지만, 채권시장 경색은 해소되지 않았다.

2023년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며, 건설사들은 지원받은 자금마저 만기 연장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결국 PF 우발채무가 진짜 채무로 전환되는 것을 막지 못한 것.

이 과정에서 PF 빚을 못갚아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건설사가 태영건설이다. ‘김진태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부도임박기업’으로 지목되어온 태영건설은 2022년 10월 성수동 개발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하며 토지 구매를 위해 PF 브릿지론을 이용해 48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성수동에서 시공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환일이 도래했고, 이를 막지 못한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28일 워크아웃을 공식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규모는 별도재무제표 기준 2023년 11월말 3조 5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논란 끝에 1월 11일 채권단 75%가 동의하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다.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해소계획 있다”



문제는 아직도 시장에 태영건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PF 규모가 자기자본에 비해 과도하게 큰 기업이 많다는 것. 제 2의 태영건설이 될 위험이 있는 건설사는 어디일까?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PF 관련 모니터링이 필요한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등 4개사다. 또,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HL디앤아이한라 등 5곳을 지목했다.

이 중 가장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건설사는 롯데건설이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한국신용평가 자료에서 도급 PF 규모가 크고, 1년 내로 돌아오는 PF가 유동성보다 크며, 양호하지 않은 지역에서의 도급 PF를 보유하는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진 기업은 태영건설과 롯데건설”이라며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미착공 PF 규모는 3조 2000억원인데, 롯데건설의 보유 현금은 2조 3000억원 수준이어서 현재 유동성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한다”고 경고했다.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현황. (자료=나이스신용평가)

사실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김진태 사태’로 직격타를 맞은 대표적 건설사다. 당시 둔촌주공 PF 차환 실패로 위기를 맞았지만 모회사인 롯데그룹과 롯데케미칼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며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리스크가 큰 미착공 PF 사업이 많이 보유한 롯데건설의 PF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놨다. 롯데건설은 4일 하나증권 측의 보고서에 대해 “올해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 2000억원 중 2조 4000억원은 1월 내 시중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본 PF 전환시점까지 장기 조달구조로 연장하고, 8000억원은 1분기 내 본 PF 전환을 하는 등 PF 우발채무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의 경우 태영건설과 달리 다양한 사업을 하는 대기업집단인 롯데그룹의 산하 기업이고, 브랜드 가치도 높기 때문에 다소 불안감은 있지만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신용평가사들이 지목한 다른 기업들,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HL디앤아이한라 등의 상황은 어떨까?

 


지방 미분양이 발목…유동성 위기 ‘시한폭탄’



먼저, GS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3조 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 5000억원의 70%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관련 평판 리스크가 있고, 대규모 재시공 비용도 감안해야 하므로 재무구조 개선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올 1월 말에서 2월 초로 예상되는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PF 우발채무 차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목했다.

HDC현대사업개발의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9월 기준 2조 1000억원으로 자기자본 3조원의 70% 수준이며,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미착공 및 분양미개시 사업장’ 우발채무는 4000억원 규모로 부담이 높지 않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다만,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가 변수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올 상반기로 예상되는 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가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코오롱글로벌의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 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5900억원 대비 우발채무 비율이 2.6배로 높아 재무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약 6100억원 규모인 대전의 미착공 사업장 2곳이 모두 올해 착공과 분양 예정인데 PF 전환 및 분양 실적에 따라 우발채무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문제는 보유 현금성 자산이 2300억원에 불과해 우발채무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때 자체 현금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의 주요 건설사 신용등급 전망. 태영건설과 함께 롯데건설과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등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신세계건설은 ‘미분양 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사업장의 평균 분양률이 53%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업 현장이 ‘미분양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 집중돼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신세계건설은 공사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 3분기 신세계건설의 공사미수금은 2658억원에 달한다.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해 PF 우발채무 규모가 2100억원으로 자기자본 4100억원의 절반 가량이다. 대부분 미착공 사업으로 사업장 대부분이 서울 마포구, 경기 이천 등 수도권인 점 등에서 우발채무 부담은 낮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 9월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각각 329.5%, 46.9%로 높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이번 부동산 PF 위기의 본질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불경기가 본격화하고 있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저하된 때문”이라며 “특히 지방의 PF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마다 관련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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