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전문가…‘신동빈의 해결사’로 통해
1년 만에 유동성 위기 극복하고 재무 안정
지난해 12월 일시적 유동성의 어려움을 겪는 롯데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이 취임 1년차 성적표를 받았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우발 채무를 줄여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를 냈고, 분양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도 선방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신규 수주도 부진해 새해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지난해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국내 건설업계를 강타할 때 롯데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맞은 대표적인 건설사로 거론됐다. 당시 롯데건설은 신규 수주가 가파르게 늘면서 우발 채무가 급증했고, 때마침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이에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우리홈쇼핑, 호텔롯데 등 여러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긴급 수혈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사람이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 대표이사다.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 부회장은 곧바로 KDB산업은행 등의 회사채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채 2500억원을 조달했고, 이어 메리츠증권과의 투자협약으로 1조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덕분에 롯데건설은 계열사들로부터 빌린 자금을 조기에 상환할 수 있었고, 이후로도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박 부회장 취임 1년을 맞은 현재, 롯데건설의 재무 구조는 충분히 개선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9688억원으로 지난해 말의 5979억원보다 3배 이상 많으며,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는 3분기 기준 2조 26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의 2조 8933억원보다 2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65%에서 233%로 줄었다.
실적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롯데건설의 3분기 누적매출은 4조 87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2% 성장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461억원으로 10.9% 줄었지만, 이는 고금리와 원가율 상승 등 국내외 악재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라는 것. 주요 건설사들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거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심각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준공 주역 ‘위기관리 해결사’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판단하기에 이른 감은 있지만, 롯데건설이 지난해의 급박했던 유동성 위기 상황을 탈출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박 부회장이 ‘급한 불 끄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로는 박 부회장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꼽힌다.
지난 2014년 12월 롯데월드몰 영화관과 수족관이 안전 문제 등으로 문을 닫았을 때 박 부회장은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를 구성, 수족관의 누수 자동방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4D 영화관의 진동 문제를 개선하는 등 재개장과 무료관람 행사를 진두지휘해 정상화를 앞당겼다.
2015년 롯데월드타워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롯데물산 사업총괄본부장을 맡아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를 총괄해 성공적으로 준공을 이끌었다. 이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7년 ‘뉴롯데’ 인사에서 그를 롯데물산 대표로 승진시켰고, 2022년 12월에는 롯데건설 신임 대표로 선임하면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그는 위기관리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 ‘신동빈 회장의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두번째 이유로는 박 부회장이 가진 ‘폭넓은 업무 경험’이 꼽힌다.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그는 14년간 기획과 개발, 감사 부서를 골고루 거쳤다. 1999년 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롯데 정책본부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건설과 화학 분야 운영을 맡았다.
현장과 컨트롤타워를 오가는 경력 속에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기획 능력을 갈고 닦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부동산 침체, 미래 먹거리 발굴로 극복
이처럼 박 부회장의 취임 첫 해 성적표는 ‘A+’에 가깝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가운데, 롯데건설의 PF 보증 규모는 자본대비 231%인 5.3조원에 달해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다.
지난 9월 공개된 한국신용평가의 롯데건설 단기사채 등급 평가보고서에서 김상수 수석연구원은 “롯데건설은 약 2조원 규모의 보유 유동성을 고려하면 단기적 자금소요는 대응가능하다”면서도 “다만 당분간 과중한 PF 보증부담이 예상돼 분양경기를 비롯한 외부환경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분양성과와 금융시장 조달여건에 따른 사업 및 재무적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도시정비사업 및 해외 신규 수주 실적이 저조한 것도 부담이다. 11월 기준 롯데건설의 도시정비 부문 신규 수주는 청량리8구역 재개발(1728억원),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3421억원) 등 2건에 불과하며, 해외건설 수주도 1억 1768만달러(약 1528억원)로 전년 대비 92.3%나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부회장은 신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 초 신년사에서 그는 “올해는 미래 성장역량을 확보해야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바이오, 수소, 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UAM) 등 그룹 신성장 사업과 연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며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R&D(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