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실적 고공행진 이어가
‘이자 장사’ 비난 커지자 숨고르기
정부 “서민 대출금리 낮춰라” 압박
상생금융 늘리면 수익 악화 예상돼
실적 고공행진 중인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가 3분기에도 추세를 이어갔다. 주식시장 침체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그리고 순이자마진(NIM) 하락, 저조한 대출성장률,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등 어려운 영업환경에서도 편차는 있지만 그들만의 호황은 여전했다. 하지만 고금리 ‘이자 장사’라는 꼬리표는 여전하다.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 향후 날씨는 쾌청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CNB뉴스=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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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핫실적①] 건설사들 각자도생…해외·신사업이 성패 갈랐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가 올해 3분기 엇갈린 실적을 보였지만 대체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KB금융그룹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7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4%) 증가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8.4% 줄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기타영업손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KB손해보험이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반영하면서 일회성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그럼에도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3321억원) 오른 4조370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신한금융그룹은 ‘숨 고르기’ 모드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3.7% 빠진 1조192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견조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은행 희망퇴직, 증권의 투자상품 관련 충당부채 등 비경상 비용이 영향을 줬다.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3%가 떨어진 3조8183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인식했던 증권 사옥 매각이익(세후 3220억원) 소멸 효과 등으로 축소됐다.
하나금융그룹은 3분기에 9570억원의 당순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하락했다. 하지만 누적 연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인 2조9779억원을 시현하면서 우상향 곡선을 거침없이 그렸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1201억원) 증가한 것으로 경기둔화 우려 및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 ▲우량자산 중심의 대출 성장 ▲수수료와 매매평가익 증가에 따른 비이자이익 확대 ▲효율적인 비용관리 등에 힘입은 결과다.
우리금융은 1~3분기 누적 기준 당순익이 2조43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줄었다.
하지만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43.9% 늘어난 899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요 자회사별 3분기 연결 당순익은 우리은행 2조2898억원, 우리카드 1174억원, 우리금융캐피탈 1091억원, 우리종합금융 184억원이다.
尹대통령 질타에 이자장사 제동…은행들 “억울해”
금융지주 별로 약간의 희비가 교차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줄곧 호황세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녹록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소폭 하락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중신용 대기업을 제외한 차주의 대출 수요는 높지 않고, 신용위험 상승으로 인해 리스크관리 기조가 강화돼 대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순이자마진(NIM)도 시장금리 하락을 점진적으로 반영해 축소되고, 이자이익이 정체하는 가운데 대손비용 증가가 결국 당기순이익 감소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경기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산업은 소폭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은행업은 보합세를 유지, 보험업이 비교적 양호한 반면 여신전문업의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금융사들이 예대마진(예금-대출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통한 이른바 ‘이자장사’로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기에 별다른 노력 없이 손쉬운 예대차익으로 경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이자를 받아 내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핵심 주력사인 은행들의 3분기까지 거둔 이자이익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7조3319억원, 신한은행 6조2564억원, 하나은행 5조9648억원, 우리은행 5조6170억원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 ‘갑질’, 독과점’ 등의 표현을 써가며 은행권의 막대한 ‘이자놀이’에 대해 강도 높은 질타를 이어가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6개 금융업권협회 회장단 및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금융사 이익 원천이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 시선이 따갑다.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에 발언에 이은 사실상 압박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고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과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부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에서는 오는 16일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으로 알려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큰 만큼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금융권에서는 부랴부랴 서민금융 지원을 비롯한 여러 방안을 쏟아내 실행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은 모양새다.
대통령이 직설적으로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이번에도 방점은 ‘상생’에 찍히고 있다. 이 키워드에 자의든 타의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따라서 각 금융지주사는 계열사별로 추가적인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선보이거나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서슬 퍼런 칼날에 납작 엎드리면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자수익이 많아지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대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항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NB뉴스에 “은행권을 향해 비이자수익을 강조하지만, 수수료를 거두는 것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국민적 저항과 규제로 인해 어렵다”며 “금리 등이 인상됐고 정부 시책에 발맞춰 나가도 돌아오는 것은 지탄 뿐”이라고 토로했다.
(CNB뉴스=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