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의 호반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아트스페이스 호화가 정장영과 안드레아스 가이셀하르트(Andreas Geisselhardt)의 콜렉티브 프로젝트 그룹인 아뜰리에잭(atelierJAK)의 전시 ‘SOUL BLINDNESS - storm hits the window’을 오는 9월 1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한다.
아트스페이스 호화는 정장영과 가이셀하르트가 한국과 독일이라는 서로 다른 국적, 문화, 교육 시스템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8년 결성한 그룹 아뜰리에잭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독일을 거점으로 유럽과 미주에서 선보이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2013년부터 시작한 영화 프로젝트 ‘소울 블라인드니스(Soul Blindness)’를 기반으로 현상과 실재 사이의 미묘한 영역을 주목해 영상 작업을 조각, 설치 매체로 전환해 작가들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시각화한다. 작업 과정에서 포착한 영상 속의 단어, 문장, 장면들은 다양한 예술 매체로 변형된 독립적인 개체들 같지만 이를 모두 더해보면 하나의 서사를 담은 시각적 결과물이다.
작업 세계의 중심이 되는 영화 ‘소울 블라인드니스’는 시각인식 불능증(Visual Agnosia)이라는 병을 앓는 가상의 인물 잭(JAK)이 일상에서 겪는 혼란한 상황에 관한 이야기다. 시각인식 불능증은 여러 감각을 종합해 대상의 정체를 인식하게 하는 뇌 부분에 문제가 생겨 실제 눈앞에 보이는 대상과 그 본질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잭은 수많은 정보가 흘러넘치는 현대사회에서 대상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해 겪는 어려움과 그 속에서 완전히 또 다른 이미지의 지각을 통해 새로운 제3의 인식 세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아뜰리에잭은 주인공 잭의 상황에서 발견한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과 실재 사이의 차이를 첨예하게 포착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 체계의 불확실성과 존재의 진리에 대한 의구심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아뜰리에잭은 주인공 잭의 이야기를 3D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화된 장면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고전적인 예술 도구를 이용해 조각과 드로잉, 페인팅 등을 통해 변형시켜 아날로그적으로 구현한다. 에폭시 레진으로 주조된 약 7.6㎝, 2.6㎝, 2.6㎝ 크기의 투명한 큐브 속에 아크릴 페인팅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잭의 세계는 새롭게 작은 무대를 통해 펼쳐진다. 각각의 장면에서 선택된 오브제와 풍경은 2D로 변환되고 알루미늄 종이로 섬세하게 조각되어 또 다른 시각적 영역을 만들어낸다.
아트스페이스 호화 관계자는 작가들은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 보는 대상의 실체와 주관적인 지각을 통해 드러나는 실재의 간극을 주목해 복잡한 세상 속에 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며, 전시장을 가득 매운 영화 소울 블라인드니스 속 요소들은 관람객에게 시지각의 혼선을 주며 주인공 잭이 그러했듯 혼란했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고 전했다.
이어 빠른 속도로 해체와 구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혼란스러운 현대사회를 그리고, 그 속에서 불완전한 감각을 의지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잭의 모습을 통해 이 오늘날의 다중 세계 속에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고찰해보길 바란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