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美’ 살린 플래그십스토어
제품 캐릭터로 NFT·굿즈 공략
레게 뮤지션과 콘서트 열기도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마케팅에 예술을 접목시킨 치킨프랜차이즈 기업들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1. 물 위의 붓, 교촌필방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음식문화를 예술의 영역과 접목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기업인 교촌의 경우다. 교촌에프앤비는 서울 이태원에 오픈한 플래그십스토어 ‘교촌필방’에서 붓을 화두로 삼았다.
기자는 지난 7일 이곳을 방문했는데,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정문에 커다란 자개 붓이 걸려있었다.
도르래 장치로 연결된 이 붓을 두 손으로 당기면 문이 스르르 열리는데, 오래된 동양의 화방처럼 꾸며진 어두운 공간이 나왔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메인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 공간으로, 삼면이 갈색 나무로 만든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곳에 약 100개의 크고 작은 붓들이 걸려있다.
커다란 작품은 메인홀에 있었다. 통로 공간의 오른쪽 책장을 손으로 지긋이 밀면, 비밀 공간으로 들어가듯이 메인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 커다란 자개붓이 잔잔하게 살랑이는 물 위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치돼 있었다. 물 위로는 드라이아이스 안개가 뿜어져 나와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이 붓들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우겸 박경수 필장의 작품인데, 말꼬리털로 붓촉을 만들고 소나무와 자개, 옻칠로 붓대를 완성했다. 그 옆에는 붓은 학문의 상징이자 예술과 문화를 표현하는 도구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표현하는 역할을 했고, 곧은 절개와 올곧은 정신세계를 강인한 말과 소나무로 표현했다는 설명판이 붙어 있었다.
교촌필방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메인홀에는 DJ가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있었다. 다양한 빛으로 반짝이는 공연 무대 배경에 숫자가 나타나기도 하고, 최신 음향기기가 자리해 디제잉을 즐길 수도 있었다.
#2. 레게와 만난 BBQ
제너시스비비큐(BBQ)는 레게 뮤지션과 손을 잡았다. 레게 음악의 고향인 자메이카의 소스를 넣은 신메뉴인 ‘자메이카 소떡만나 치킨’을 선보이며, 한국에서 이를 알리고 있는 쿤타, 스컬과 함께 했다. 이들은 ‘레게 만나 자메이카’라는 노래를 공개했는데, 남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인 자메이카의 느낌을 살린 경쾌한 리듬이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게 해준다.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다. 쿤타와 스컬, 피처링으로 참여한 뮤지가 등장하는데, 닭 캐릭터 인형 옷을 입은 사람과 춤을 추고 치킨을 먹는다. 음악 전문 유튜브 채널인 ‘딩고 프리스타일’을 통해 공개된 이 뮤비는 현재 조회수 135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이 메뉴에 대한 다양한 웹예능 영상도 만들어졌다.
콘서트도 열었다. 올해 초 서울 송파구에 있는 BBQ 빌리지 송리단길점에서 딩고 프리스타일과 ‘새해만나 BBQ 미니 콘서트’를 개최했다. 쿤타와 스컬뿐만 아니라 헤이즈, 저스디스, ‘쇼 미 더 머니’에 출연한 임플란티드키드 등이 출연해 공연을 하고 주문과 서빙도 맡았다. BBQ는 음악, 영상 등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복합 외식 문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이다.
#3. BHC는 뿌찌의 힘으로
비에치씨(BHC)는 캐릭터를 앞세우고 있다. 직접 만든 캐릭터인 ‘뿌찌(Pucci)’는 뿌링클 치킨의 애호가이며, 치즈볼 튀기기의 달인이라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최근 뿌찌가 기분이 안 좋을 때 하는 꿀팁을 SNS에 웹툰 스타일로 소개했고, 치맥(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것)을 위한 매장인 비어존의 테이블에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뿌찌의 모습을 담았다.
NFT(대체 불가능 토큰)와 미니게임도 만들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소유할 수 있는 미술품 트렌드인데, KB국민카드의 통합 앱에서 뿌찌 NFT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다. 치킨 할인 쿠폰을 다운로드한 유저 500명에게 뿌찌 NFT를 선물로 주었다. ‘가을맞이 뿌찌의 캐치캐치’라는 이름의 미니게임은 BHC 홈페이지와 앱에서 3주 동안 즐길 수 있었다. 뿌찌가 밤송이를 피해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획득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방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굿즈도 눈길을 끈다. 뿌찌가 프린트된 새해 다이어리를 제작해 치킨을 주문한 고객들에게 무료로 증정했고, 밍밍이와 함께 하는 인스타그램 스티커를 만들어서 온라인 이벤트도 진행했다. 몬스터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브레드 이발소’의 캐릭터와 협업한 뿌찌 패키지도 제작하며 꾸준히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치맥’ 열풍에 ‘K아트’ 접목
치킨 회사들이 문화 마케팅을 추진하는 이유는 ‘글로벌 치맥’의 인기 때문.
치맥을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으며, 현지에 진출한 우리 치킨 매장에서 치맥을 즐기고 SNS에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국내외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이 꾸준히 증가하며, 업계 내부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차별화된 식문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미술과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힘을 빌리고 있는 것. 이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치킨업계의 아트 마케팅은 계속될 전망이다.
치킨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브랜드의 이미지와 철학을 살리면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미술작품, 음악, 자체적으로 제작한 캐릭터 등을 활용해 꾸준히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