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굴’아닌 ‘신발’이 패션의 완성
삼성·LG전자 연이어 신발관리기 개발
비싼가격이 장벽이지만 신시장 기대감↑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패션의 완성은 뭘까요? 아 참. 공식처럼 따라붙는 얼굴은 빼고요. ‘패완신’이란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요즘은 신발이 아닐까 합니다. ‘패완얼’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얼굴을 어디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까요. 그에 반해 신발은 제한선이 없습니다. 뭣보다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슈트에 운동화를 매치해 경쾌함을 더하거나, 무채색 계열 옷에 쨍한 색감의 신발을 신어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합니다.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기에 신발만한 것이 없어서 복장의 마침표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패완신’의 시대가 낳은 재밌는 현상도 있습니다. 중고 신발의 높아진 위상인데요.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이 신은 운동화가 품귀현상을 빚으며 중고거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발매가 20만 원대인 운동화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400만 원대에 팔린 거죠. 의문이 들 겁니다. 왜 중고품을 그 가격에? 이유는 없어서 입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물량이 달리니까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신었던 신발의 몸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한 가수는 신발 중고가 ‘폭증 제조기’로 불립니다. 신기만 하면 가격이 10배, 혹은 그 이상 뛰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재조명된 신발이 한둘이 아닙니다. 지금 신발장을 열어보시죠. 잘 간직한 신발 하나가 뜻밖의 수입을 안겨줄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상태가 나쁘지 않아야겠지만요.
언제나 새신처럼 만드는 게 핵심
신발의 지위가 높아지다 보니 가전업계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집에서 신발을 신줏단지처럼 모실 수 있는 기기를 연이어 선보였는데요. 살균, 건조, 탈취 등을 통해 언제나 새신처럼 만들어주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삼성전자는 2023년형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개발하면서 속도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2시간 만에 탈취·건조·살균이 가능한 ‘표준케어 코스’를 새로 도입했고, 59분 걸리던 ‘외출 전 코스’는 35분 만에 완성되는 ‘보송케어 코스’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이러한 관리는 한 번에 최대 4켤레까지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 진짜 관심사는 따로 있겠죠? 신발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냄새입니다. 이 제품은 ‘냄새 잡는 하마’를 탑재했습니다. ‘제트 슈트리’에서 분사되는 강력한 에어워시와 냄새분해필터가 최대 95%까지 냄새를 없애준다고 합니다. 땀, 비, 눈 등에 신발이 젖으면 40℃ 이하의 ‘저온 섬세 건조’ 기술이 말려주며 찝찝함을 해소합니다.
이 제품은 국내 가전 최초로 ‘제논(Xenon) UVC 램프’도 탑재했습니다. 이를 통해 신발 외부와 바닥면에 묻은 유해세균은 99.9%, 바이러스는 99.99% 살균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LG전자는 의류관리기의 대명사가 된 ‘LG 스타일러’의 강점을 ‘LG 스타일러 슈케어’에 녹였습니다. ‘LG 스타일러’의 특허 기술인 트루스팀(TrueSteam), 미세한 습기와 냄새까지 제거하는 제오드라이필터(Zeo-Dry filter) 같은 혁신기술을 신발관리기에 넣은 겁니다.
품는 범위도 넓습니다. 운동화를 비롯해 가죽, 스웨이드 등 소재가 다른 구두, 골프화나 축구화 등의 기능성 신발들도 관리해줍니다.
방을 전시장으로
최근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했습니다. 옷 잘 입기로 이름난 연예인 집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옷방인데요. 사실 옷방 자체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놀라운 건 소장한 신발들입니다. 수십 켤레에 이르는 신발들을 박물관 유물처럼, 또는 예술 작품처럼 전용 보관함에 넣어 옷방에 전시한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신발을 예술작품처럼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LG전자는 이번에 신발관리기를 선보이면서 제품 하나를 더 공개했습니다.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인데요. 네모난 투명 상자에 신발을 넣으면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마치 턴테이블처럼요. 회전하는 신발을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학적 요소에만 공들인 것은 아닙니다. 신발관리기의 역할도 일부 합니다. 신발이 숨 쉴 수 있도록 최적의 습도를 유지해주기 때문입니다.
진입장벽은 가격과 크기
관건은 가격과 크기입니다. 삼성전자의 2023년형 비스포크 슈드레서의 경우 출고가가 104만 원입니다. LG 스타일러 슈케어는 149만 원으로 더 고가입니다. 크기도 큽니다. 두 제품 모두 높이만 1미터가 넘어서 일반 가정집 현관에 두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품을 설치할 별도 공간 마련이 우선입니다.
이 같은 약점도 있지만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도 적잖습니다. 신발관리기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전자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그 규모도 가늠할 수 없는 신시장이 열린 것”이라며 “새로운 기기 개발에 몰두하던 가전회사들이 공통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신발관리기가 가전회사들의 ‘신의 한 수’가 될지 함께 지켜보시죠.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