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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화의 여정, 새로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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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3.05.10 10:36:05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있던 비에 젖은 우산을 닦는 장치. ‘전쟁의 기억을 넘어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의 여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진=손정호 기자)

“전쟁의 기억을 넘어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의 여정.”

최근 호반그룹 호반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호반미술상 전시회 기자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1950년 발생한 6·25 전쟁 등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우리나라와 연합국 군인, 민간인들을 기리기 위한 공간인데, 대형 설치 작품들의 위용이 놀라웠다. 하지만 이런 과거 속에서 또는 지구 어느 곳에서 진행 중인 전쟁이나 내전을 상처처럼 아프게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슬펐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는데,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소설을 가르쳐주신 서울예술대 문예창작학과 박기동 교수 등이 참전한 일이 있고, 나도 인천에서 육군으로 만기 전역했기 때문에,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 놓인 비에 젖은 우산을 닦는 작은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우산의 비를 닦는 장치에 ‘전쟁의 기억을 넘어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의 여정’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 명제가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의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책을 읽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역대 정부가 북한 정부와 화해하고 협력하기 위해 체결한 문서들,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체결한 협정문 등이 실려 있다. 휴전 협정문도 있는데, 국제연합군과 북한, 중국이 당사자였다. 7·4 남북 공동 성명 등 다양한 문서를 읽을 수 있었다.

 

통일에 대해 다룬 웹드라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왼쪽), 영화 ‘인랑’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남북 관계가 문재인 대통령 정부 때에 비해 경색되고, 2000년대에 현대그룹 현대아산에서 진행했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중단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남북의 화해와 협력, 휴전 협정문의 평화 협정문으로의 발전적 전이, 양국의 인권 개선과 점진적인 통일 또는 통합의 길로 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에 1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 정부에서도 통일부가 운영되고 있으니 이 길을 지향하고 옳은 방향으로 상정하는 게 합당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통일에 대해 다룬 한 편의 드라마와 영화, 두 편의 장편소설을 떠올렸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웹드라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에 공동경제구역이 조성되고, 통합 조폐국에 강도가 들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강도단에는 통일 계획을 만든 교수, 남한 내 불만이 많거나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 북한에서 강제 노역 등으로 고생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액션이 강한 드라마다. 유지태, 김윤진, 박해수, 전종서, 이원종 등의 배우가 열연을 펼쳤다.

‘인랑’도 빼놓을 수 없다. ‘인랑’은 2018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작품으로, 남북 정부가 통일 계획을 선포한 후에 주변국들이 반대하며 경제 제재를 가해 민생이 악화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국들이 우리의 통일을 반대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인데, 국내에서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단체와 대통령 직속 특기대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이 역시 액션 영화로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등의 배우가 구슬땀을 흘렸다.

 

통일에 대해 다룬 김영하 작가의 장편 ‘작별인사’(왼쪽),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 (사진=손정호 기자)

소설도 있다. 김영하 작가가 지난해 발표한 베스트셀러 ‘작별인사’다. 김영하 소설가를 LF 해지스 강연회에 만나 취재한 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남북이 통일되어 평양이 IT 특별지구로 지정되고, 주인공 철이가 수용소에서 탈출한 후에 겪는 모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푀유’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대회에서 대상인 골든레터를 받은 엄유정 작가의 아이슬란드 그림을 표지로 선택한 도서이다. 복복서가의 책이다.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도 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비틀어서 제목을 지었는데, 북한의 내부 소요로 기존 정권이 붕괴되고 통일과도정부가 등장하고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아직 북한에는 약육강식의 무정부 사회가 통용되는데, 인간병기 장리철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2016년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책이다.

현재도 여전히 한반도에 긴장이 흐르지만, 언젠가는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뀌고, 남한 사람들이 백두산과 압록강으로, 북한 사람들이 지리산과 제주도로 여행을 오가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는 우리의 일본 식민 지배와 분단을 대다수의 의지로 찬성한 적이 없기 때문에, 온전한 하나가 될 국제적인 권리가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민족 사이에 대결보다는 정치적 평화와 안정, 경제적 동반 성장의 길을 걷는 게 좋지 않을까.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장기적으로 노정되고, 이런 협력의 길에 미국과 일본도 동반자의 걸음을 걸으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며 서로 화해하고 이해하는 공존, 똘레랑스, 헤테로글로시아가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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