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내예기] 삼성전자의 시즌2…‘반도체 감산’으로 시장 패러다임 바꾼다

  •  

cnbnews 정의식기자 |  2023.04.18 11:26:04

최악의 ‘어닝 쇼크’에도 주가는 고공행진
시장은 ‘공급 불균형 해소’ 기대감에 베팅
업계 “서서히 긴 터널 끝부분 지나는 중”

 

사진=삼성전자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 편은 삼성전자의 [내예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가량 쪼그라들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지만, 국내 증권사에 이어 외국계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하고 있어 주목된다.

앞서 지난 7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000억 원에 불과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14년 전인 2009년 1분기의 5900억 원 이후 최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의 연결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 6029억 원이었다. 그러다 3월이 되며 이 추정치는 2조 3202억 원으로 크게 줄었고,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 전날인 4월 6일 이 추정치는 1조 1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결과는 증권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쇼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7만 4000원에서 7만 7000원으로, HSBC는 7만 5000원에서 8만 8000원으로, 미즈호는 7만 7000원에서 8만 원으로 각각 올렸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실적이 공개되기 전날인 지난 6일(종가기준) 6만 2300원이었던 주가는 17일(종가기준) 6만 5300원을 기록하며 11일 만에 4.8%나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8만전자 간다”는 긍정론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변동 추이. 잠정실적 발표일인 4월 7일부터 반등세가 뚜렷하다.(사진=MS빙)

이 같은 긍정론은 ‘반도체 감산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대신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고 연구개발 비중을 확대해 반도체 한파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이른바 ‘기술적 감산’이다.

하지만 이번에 잠정 실적을 내놓으면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며 감산을 공식화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의 감산 진행과 맞물려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주가 상승으로 연결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는 고객사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판단을 이끌어낼 수 있고, 과잉 재고를 막아 향후 업황 반등 시점에 이익 극대화 효과를 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현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감산은 어두운 터널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조치”라며 “메모리 공급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 투자기관들은 2분기부터 삼성전자의 메모리 재고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며 2분기에 실적이 바닥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긴 터널 다음은? 올해 지나야 윤곽 나올 듯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이 올해 실적에 즉각적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다. 수요도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의 경우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요 증가율을 가정하고, 자신들도 감산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공조가 잘 작동해 메모리 수요 회복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주도권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한국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지금 우리나라가 반도체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가장 많은 무역수지 흑자를 벌고 있는데, 지난 5개월 연속 적자가 발생하고 있고, 핵심에 반도체 수출 부진이 있다. 중국 경제가 정상화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시장에서 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반도체법의 핵심이 중국에서 반도체 만들지 말라고 하는 건데, 중국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한국(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어서 반도체법이 시행됐을 때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 시장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의 약 40% 정도가 중국으로 팔려나가는데,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지난달 50%나 줄었다. 증권가에서는 이것이 삼성전자 수출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스마트폰, 가전 등 IT·세트 부문 실적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지고 계절적 수요가 약화됨에 따라 실적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디스플레이(SDC) 부문 역시 대형 고객사들의 주문 축소가 예상돼 단기적으로는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CNB뉴스에 “감산 효과와 중국 리스크 중 어느 쪽 힘이 셀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증시가 실적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다만 터널을 지난 다음에 무엇이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반도체 수요가 글로벌 경기와 밀접한 만큼, 결국 전세계적인 경기 회복 신호가 나와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