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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자동차와 패션의 만남…현대차 ‘리스타일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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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3.04.05 09:38:20

어디까지 업사이클? 끝없는 도전
차에서 나온 폐자재가 드레스로
전시장은 명품 브랜드 쇼룸 연상
샤넬의 “패션은 삶에 있다” 실감

 

현대자동차가 업사이클링 패션 프로젝트 '현대 리스타일(Re:Style) 전시'를 오는 9일까지 성수동 AP 어게인에서 연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세계적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과 협업해 제작한 콜렉션이 나와 눈길을 끈다. (사진=선명규 기자)

모이지 말고 움직임도 줄여야 하는 ‘자제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이 시작되면서 재밌고 새롭고 신선한 곳이 봄 새싹 나듯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움츠려서 아직 몸이 덜 풀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CNB뉴스가 먼저 가봅니다. 가서 발과 눈과 손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해드립니다. 이번에는 자동차와 패션을 융합한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패션의 확장성을 얘기한 이는 프랑스의 전설적 디자이너 코코샤넬이다. 1971년 세상을 떠난 그녀는 일찍이 “패션은 드레스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과 길거리에도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삶,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서울 복판에서 열리는 이 전시를 본다면 영탄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주장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통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옷에 스며든 룸미러·안전띠·와이퍼



현대차 주최로 오는 9일까지 서울 성수동 AP 어게인에서 열리는 ‘현대 리스타일 전시(이하 리스타일 전시)’는 오해하기 십상이다. 주최사와 선뜻 연결되지 않는 구성 때문이다. 전시장 대부분은 드레스, 가방 같은 패션 아이템이 채운다. 패션쇼장이나 명품 브랜드의 쇼룸과 차라리 가까운 모습이다. 이러한 물음표가 따라붙기 쉽다. 여기가 아닌가? 그래서 자동차는 어디에?

그러나 확실한 건 이율배반적 전시가 아니라는 점. 자동차에 들어가는 자재들이 패션의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안전띠, 후미등, 와이퍼, 룸미러에 심지어 카펫도 주요한 재료가 됐다. 요즘 밀도 높은 관심을 받는 업사이클링(버려지는 제품을 새 제품으로 탈바꿈)을 통해 의복이나 장신구가 됐다. 현재 우리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자동차와 패션을 연결한 매개가 됐다. 이는 코코샤넬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친환경을 향한 노력은 주변에서 현재, 맹렬히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레미 스캇이 현대차 엠블럼을 활용해 완성한 드레스 (사진=선명규 기자)

애초에 목적이 분명한 전시다. 재활용의 의미를 크게 확장하기 위해 개최됐다. 현대차 측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와 패션의 이색 협업을 통해 친환경 업사이클링 트렌드를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장기 계획과도 맞물리는 전시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75% 줄이고,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화 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전시장 들머리에 위치한 오화진의 <나다라타 2023>는 해체된 자동차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현대차의 ‘리스타일 역사’ 한눈에



전시 구성은 회고록을 닮았다. 현대차가 2019년부터 진행한 리스타일 전시를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보여준다. 특히 리스타일 홍보대사이자 글로벌 모델인 로렌 바서의 깜짝 등장이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양쪽 다리를 잃고도 왕성히 활동하는 로렌은 패션계에서 ‘황금빛 다리를 가진 소녀’로 불리는 인물. 실제로 그녀는 두 다리에 황금빛 의족을 착용하고 있다. 2019~2021 리스타일 컬렉션이 전시된 아카이브 공간에서 관람객의 눈길은 한동안 머문다. 그녀가 당시 선보인 착장을 한 채 연출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가장 관심 받는 것은 끝에 있다. 아디다스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유명한 제레미 스캇과의 2023년 협업 작품이 종국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투박한 자동차의 소재를 유려한 손길로 벼려 드레스로 만들었다. 안전띠와 현대차 엠블럼을 벨트로, 와이퍼를 치맛단으로, 바퀴를 브로치처럼 활용한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한 관람객은 “제레미 스캇의 디자인이 궁금해서 왔는데 소재에 눈이 더 간다”며 “자동차 폐자재가 의상이 된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자동차 폐자재로 만든 의상과 가방이 전시된 모습 (사진=선명규 기자)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재활용 요소도 있지만 자칫 지나치기 쉬운 작은 구성품들도 있다. 따라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편이 좋다.

코코샤넬은 “패션은 지나가도 스타일은 남는다”고 했다. 리스타일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생명력을 갖고 오래 갈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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