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이용자 줄어 실적↓
기대했던 신작마저 초라한 성적
새해 중국시장 규제 풀려 기대감
다시한번 야심작 내세워 ‘승부수’
지난해 게임업계는 ‘보릿고개’를 넘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신작 흥행에 실패하며 실적 부진에 빠진 업체가 대다수였을 정도로 불황의 늪에서 허덕였다. 새해에 게임업계는 장르·플랫폼의 ‘다양화’, 글로벌 시장 확대 등의 전략을 내세워 반등을 꿈꾸고 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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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기간 동안 큰 성장세를 기록했던 국내 게임사는 지난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한 축인 넷마블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펄어비스도 전년(2021년) 대비 영업이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 역시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울상을 지었다. 이외 다수의 기업이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렇게 된 건 모바일 게임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가 최근 발표한 ‘모바일 게임 앱 시장 동향’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월간 거래액은 2021년 11월에 7077억원을 찍은 뒤 2022년 9월 약 5372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폭 상승한 달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모바일 게임 사용자 수도 감소 추세다. 지난해 전체 모바일 게임 사용자 수는 1월 2403만명에서 9월 2332만 9124명으로 줄었으며, 주요 카테고리별로 봤을 때 어드벤처를 제외한 롤플레잉, 전략, 액션, 카지노, 시뮬레이션 등 대부분 분야에서 사용자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모바일 게임이 주력인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반등을 위한 변화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계모년 새해에는 PC·콘솔 등 플랫폼의 다변화와 장르의 다양화가 대거 이뤄질 예정이다.
PC·콘솔 신작으로 반등 노려
우선 넥슨은 오는 12일 멀티플랫폼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선보인다.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의 공식 후속작으로, PC와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플레이가 가능하다. 또한 국내 온라인 게임 최초로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할 예정이다. 3인칭 시점 루트슈터 액션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도 올해 Xbox One, Xbox Series X/S, PS4, PS5, PC 플랫폼으로 출시 예정에 있다.
엔씨소프트(엔씨)는 쓰론앤리버티(TL)를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TL은 ▲날씨와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스(Seamless) 월드와 던전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지는 내러티브(Narrative)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역할이 변화하는 ‘프리 클래스’ ▲이용자가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PvP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또한, PC와 콘솔 각 디바이스에 맞는 UX와 UI를 제공하고, 모바일 스트리밍 플레이도 지원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TPS MOBA PC게임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을 콘솔 버전으로도 내놓을 예정이다. 개발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삼인칭 슈팅(TPS)과 다중 사용자 전투(MOBA)가 혼합된 게임이다. 독특한 스킬을 보유한 영웅 27종 중 하나를 선택해 상대편 기지를 파괴하고 점령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8일 에픽스토어와 스팀을 통해 얼리액세스(앞서해보기)로 선보였으며 곧 출시될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이어갈 콘솔 게임 ‘붉은사막’을 개발 중이다. 붉은사막은 지난 2020년 시네마틱 트레일러 공개 이후 엄청난 기대를 받은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로, 콘솔 플랫폼 출시가 우선시될 예정이다. PC와 모바일 플랫폼은 차후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3년 하반기 중 붉은사막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크로니클’ 역시 북미·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콘솔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스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엑스박스 콘솔 서비스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가 PC와 콘솔 라인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국내 모바일 게임의 성장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게임 시장의 PC·콘솔 유저를 공략한다는 전략.
게임업계 관계자는 CNB에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장르와 플랫폼의 다변화를 진행 중이다”라며 “잘 만든 콘솔 작품이 북미·유럽 등 글로벌 공략의 핵심 키가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중국 판호 발급에 기대감 ‘쑥’
게임사들의 또 다른 글로벌 전략은 중국 시장 공략이다. 중국이 외자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 권리)를 조금씩 풀고 있어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이 발표한 외자 판호 명단을 보면, 국내 게임사의 게임이 다수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판호를 발급받은 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샵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다.
중국 정부가 국내 개발사의 게임에 대해 판호를 발급한 것은 지난해 6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특히 사행성을 민감하게 규제하던 중국 정부가 확률형 BM 성격이 짙은 한국형 모바일 MMORPG에 판호를 발급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때문에 업계는 국내 게임사가 중국 시장에 대거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퍼블리싱은 중국 게임사가 한다는 조건 하에서 추가적인 판호 발급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글로벌 타겟 준비작들의 공략 옵션에 중국이 추가되며 성과에 대한 기대가 상승된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확률도 높다. 최근에 판호를 발급받은 국내 게임이 중국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둔 바 있으며, 중국 게임사의 개발력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왔기에 경쟁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방역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며 “한한령이 당장 해제되기에는 시기상조여서 진출 전략을 신중하게 짤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