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하는 등 여건이 호전되면, 내년 우리나라가 285억 달러 규모의 무역흑자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2023년 무역 전망과 우리의 대응’을 주제로 ‘제4차 무역산업포럼’을 개최했다.
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올해 우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인 수출 6900억 달러, 세계 6위 수출 대국은 물론, 사상 최초 세계 6위 교역대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록을 세울 전망”이라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에너지 과소비 구조로 인한 무역적자 발생은 아쉬우나 정부와 기업, 근로자와 경영층 등 경제 주체들이 협력해간다면 어렵지 않게 극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내년에는 수출, 수입 모두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내년 무역은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매우 불투명한 변수의 전개 방향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비관적 혹은 낙관적 환경 모두에 대해 철저히 대응한다면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 부회장은 “세계 수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2%에서 2020년 2.9%, 2021년 2.9%로 악화된 후 올해에도 2.9%를 기록하고 있다”며, “수출시장 점유율 0.1%p 증가시 고용이 14만명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출산업 기반 확대와 고도화는 시급한 과제로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특수계층의 부분적 이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전체 수출 경쟁력을 감안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근로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사 갈등을 심화시키고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 도입, 안전운임제 연장 등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홍지상 연구위원은 ‘2023년 무역전망과 대응과제’ 발표에서 2023년 세계경제와 한국무역을 기본, 낙관, 비관 시나리오로 나누어 전망했다.
기본 시나리오는 ▲코로나19 불확실성 완화 ▲저강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서방의 중국 견제 현상 유지와 세계경제 2% 중후반, 세계교역 1% 내외 성장 가정이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종식 ▲러시아‧우쿠라이나 종전 ▲보호무역주의 완화로 세계경제와 세계교역이 모두 4%대 성장 가정이다. 비관적 시나리오로는 ▲코로나19 변이 재확산 ▲러시아‧우쿠라이나 전쟁 확전 ▲ 각국 통화긴축 및 경제 블럭화로 세계경제 1% 미만 성장하고 세계교역은 2% 내외 감소 가정 등을 꼽았다.
토론자로 나선 산업연구원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내년에는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고 IT 수요가 꺾이면서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하고 반도체 수출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기적으로 단가 하락과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나 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도한 경쟁보다는 수요 회복기에 대비한 R&D 투자와 초격차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권은경 실장은 “세계경기 침체, 미국의 IRA에 따른 전기차 수출 차질, 러시아 수출 중단 등의 악재가 있으나 국산 자동차의 높은 상품성과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에 힘입어 내년 자동차 수출은 물량 기준 3.1% 증가한 235만대에 달할 전망”이라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공급망 이슈에 대응하고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기술 인센티브 부여와 미래차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며, 탄력적 생산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주 52시간제를 포함한 노동유연성 개편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철강협회 장봉희 과장은 “수출단가가 급락하며 철강 수출이 금년 9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이런 감소세는 에너지 강관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철강은 무역구제 조치가 가장 빈번한 품목으로 지금도 미국, EU에서 수출물량 제한을 받고 있는데 최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신통상의제로 부상하고 있어 민관의 적극적인 정보공유와 공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 이상진 상무는 “2023년 디스플레이 산업은 LCD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및 TV, IT 세트를 중심으로 OLED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세계경제 블록화‧진영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국가간 협력 구축에 나서야 하며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서 미국 자동차업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