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거기 가봤어요?"쯤 된다. 백종원 유튜브 <님아, 그 시장을 가오>에 나오는 지역들은 낯설지 않다. 곡성·군위·청도·음성·경산·삼척 등으로 한 번쯤 가봤거나 듣기에 익숙한 곳들이다. 이 채널에서 그 지역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시장이다. 카메라는 시장의 모습을 구석구석 훑는다. 바닥에서 하늘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조명하는데, 쉽게 떠오르는 그 모습이다. 찜통에 노란 옥수수가 들어있고 좌판에 제철 채소와 생선이 가지런히 누워 있다. 흔히 보는 시장 광경이다. 그런데 백종원은 말한다. “전통시장이 관광 상품 역할로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그는 왜 시장에 주목했을까?
거기에 가면 시장의 주인공인 사람들이 있다. 연탄불 앞에 나란히 앉아 닭의 여러 부위를 굽는 부부, 1936년부터 운영중인 해장국집에서 함께 시래기를 다듬는 2대 사장 어머니와 3대 사장 딸이 있다. 그들에게는 시장에서 오래 쌓아 온 이야깃거리가 있다. 닭구이집 부부는 철학이 있다. 백종원이 그동안 밀려드는 방송 출연을 거절한 이유를 묻자 “돈 많이 벌어서 누구 줄 것도 아니고”라며 시원하게 받아친다. 일 한만큼만, 벌 만큼만 벌겠다는 것이다. 둘의 일은 둘에서 끝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연탄 연기와 싸워야 하는 고된 일을 자식에게 대물리지 않겠다고 영상에서 선언해 버린다. 그 말에 백종원은 “(자식더러)하라 그래요. 이 아까운 걸. 내가 와서 (장사)할까"라며 아쉬워한다. 상주 해장국집의 40년 전 해장국 가격은 500원이었다. 지금은 3000원을 받는다. 식당 주인은 그 가격이면 “딱 맞다”고 한다. 고집이 곧다.
이 집들 뿐만이 아니다. 이 채널에서 소개된 후 손님 발길 끊이질 않는 식당도 많아졌고, 장사 잘 되던 집은 여전히 잘 되된다고 한다. 음식도 궁금하고 뒷이야기를 알게 된 시장 사람들이 보고 싶어 겸사겸사 찾는 외부인들이다. 이 채널은 결국 "거기 가봤어요?"란 질문에 이렇게 답하는 셈이다. 거기에, 그 시장에 가면 먹거리도 있고 볼거리도 있고 스타도 있다고.
조명받지 않던 곳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은 뭘까? 백종원이 시장에 주목할 때 서울은 여러 보기를 늘어놓고 실험을 했다. 서울시, LG전자, 서울신용보증재단은 골목상권을 띄운다는 목적으로 다섯 개의 ‘찾을 거리’를 던지고 한 달 동안 지켜봤다. 선정한 지역이 특별하진 않다. 동대문구 장충동, 마포구 합정동, 영등포구 양평동, 구로구 오류동, 강남구 양재동이다. 동으로만 따지만 이미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곳도 있지만, 실험 장소는 더 깊숙한 곳이다. 번화가에서 한발 떨어진 골목길이다.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곳들이다.
각자 다른 반찬들로 한상 차리고 손님을 기다렸다. 장충은 사진관, 합정은 재활용(리폼 등), 양평은 반려동물, 오류는 공유주방, 양재는 주류(酒類)다. 주변에 반려동물 키우는 집이 많아서, 개발 느린 동네가 옛 모습을 간직해서, 처럼 그 지역에 알맞은 이유로 공간을 꾸몄다. 동네의 특성을 부각하는 것으로 특별함을 부여한 것이다.
가능성은 이런 반찬을 적극 이용하는 외지인들에서 보았다. 세탁기를 쌓아 만든 포토존에서 서로 사진 찍어 달라며 휴대전화를 주고받는 학생들, 전문가에게 자신의 술 취향을 줄줄 읊으며 주종을 골라 달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의외인 점은 주민들의 호응도 높았다는 것이다. 장충서 만난 70대 남성은 "역사 깊은 우리 동네를 상세히 조사해 소개하는 것 같다"며 만족했고 합정에서는 “한강공원 말고 반려견과 갈 곳이 생겨서 좋다”는 반응을 들었다. 오류에 마련된 공유주방은 주민들의 사랑방과 다르지 않았다.
백종원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으로 꼭 거기에 가야만 있는 물건, 먹거리, 독특한 감성을 꼽았다. 시장을 동네로 바꿔 말해도 다르지 않다. 그 동네와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 관광 상품 역할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달 간의 실험에서 보인 것이 그 가능성이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