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사후확인제’ 시행
‘조용한 아파트’ 우리가 먼저
‘1등급 인정서’ 획득에 분주
아파트 거주 인구가 날로 늘면서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간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층간소음 차단 성능 우수 건설사에 인센티브를 걸겠다고 약속하자, 주요 건설사들은 앞다투어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등은 최근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감축 기술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CNB뉴스=정의식 기자)
지난 8월 4일부터 국토교통부는 시공을 마친 아파트를 대상으로 층간소음 수준을 평가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는 3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적용되며, 완공 후 무작위로 추출된 2~5% 세대를 대상으로 정부가 지정한 ‘다박충격음 차단구조 성능등급 인정기관’의 평가를 받게 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공사가 시작하기 전에 시공사가 준비한 ‘바닥구조 시험체’를 평가하는 방식이었지만, 2019년 감사원 감사 결과 시공사들이 시험체의 성능을 과도하게 부풀린 실태가 드러나 사후확인제가 도입되게 된 것.
사후확인제 평가 대상은 8월 4일 이후 사업승인을 받는 아파트라 향후 2~3년 이후 입주하는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규제 정책과 함께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사후확인제를 통해 층간소음 성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서는 분양보증료를 할인해주고, 우수 등급 바닥구조를 시공한 경우 분양가를 높여주겠다는 것.
이에 대형 건설사들은 마북 기술연구원(현대건설), 래미안 고요안(安)랩(삼성물산 건설부문), GS용인기술연구소(GS건설) 등 관련 연구소를 중심으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의 성능 향상에 한층 집중하는 분위기다.
‘1등급 인정서’ 취득은 필수 요소
먼저, 현대건설은 지난 8월 국토교통부 지정 인정기관인 LH품질시험인정센터가 실시하는 바닥충격음 성능등급 평가에서 경량 및 중량충격음 양 부문 1등급 인정서를 국내 최초로 취득했다.
현대건설은 ‘H 사일런트홈 시스템’을 개발해 2021년 5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실험실이 아닌 현장에서 층간소음 저감기술을 인정받고, 그해 8월에는 1등급 기술을 확보했다.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은 아래층에 전달되는 소음이 40dB 이하 수준일 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위층의 강한 충격음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 차단 기준을 의미한다.
현대건설은 고밀도 특화 몰탈과 특수소재를 활용한 고성능 완충재를 적용한 시공법을 활용해 ‘뜬 바닥 구조(floating floor)’ 성능을 극대화시켜, 바닥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진동에너지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국내 최초로 경량 및 중량 1등급 인정을 모두 획득했다.
고성능 완충재는 소음 저감과 충격 흡수에 뛰어난 PET(폴리에스테르)와 PU(폴리우레탄) 등 특수 소재를 사용해 사람이 걷거나 뛸 때 저주파 진동으로 전달되는 중량 충격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고중량 바닥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한 층간소음 저감 신기술로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등급 평가에서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 인정서를 취득했다.
이 기술은 완충재와 몰탈의 조합으로 바닥구조를 완성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고중량 바닥패널과 스프링을 활용해 사전 제작한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업현장의 고성능 장비 진동제어 기술에서 착안한 것으로 충격흡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데다 모듈러 방식으로 시공이 쉽고 균일한 차단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물산은 서울의 한 아파트 현장에 신기술을 적용해 국가공인시험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해 측정한 결과, 강화된 1등급 기준 대비 대폭 개선된 경량충격음 21dB, 중량충격음 29dB을 기록했다.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1등급은 지난 8월부터 기준이 강화돼 경량/중량 충격음이 37dB 이하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3중·5중 ‘바닥구조’에 사활 걸었다
대우건설은 2021년 개발한 ‘스마트 3중 바닥구조’를 철거 임박 단지에 적용해 리모델링 단지의 층간소음을 줄일 계획이다.
‘스마트 3중 바닥구조’는 ▲1st Layer-내력강화 콘크리트 ▲2nd Layer-고탄성 완충재 ▲3rd Layer–강화 모르타르로 구성된다. 기존 아파트 바닥구조 보다 재료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성능이 강화됐다. 시공 후 양생까지 최소 3일이 소요되는 기포 콘크리트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공기가 3일 이상 단축되며, 습식공사를 건식공사로 변경함으로써 시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것.
GS건설도 국내 최초로 개발한 ‘5중 바닥 구조’를 개발, 1등급 기준에 맞출 계획이다.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 3중의 습식 바닥 공법을 적용한 5중 바닥 기술은 GS용인기술연구소 친환경건축연구팀이 개발했다. 아파트 단위세대 바닥 마감에서 바탕층과 중간층, 마감층 등 3번의 습식공정을 적용함으로써 5중 바닥 구조를 실현, 층간소음을 줄이는 기술로, 특허도 이미 출원했다.
이외에 GS건설은 층간소음의 핵심인 충격 진동을 줄일 수 있는 ‘방진마운트 바닥구조’의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일반적으로 기계실 바닥에 적용해 오던 방진마운트를 아파트 바닥에 적용해 층간 소음을 대폭 줄이는 기술이다.
DL이앤씨도 자체 개발한 ‘디사일런트 2’(D-Silent 2) 바닥구조로 층간소음을 줄일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에 건설 중인 e편한세상 현장에 이 바닥구조를 시공하고 국가공인시험기관(KOLAS)이 시험 측정을 진행한 결과 ‘중량 충격음 저감 1등급’의 성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DL이앤씨는 층간소음을 유발한 입주민에게 층간소음 발생을 알리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층간소음 알리미 기술’도 개발했다. 거실과 세대 내 벽면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와 모바일 기기로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이제 층간소음 저감기술은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에서도 관련 기술의 성능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