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대해 비판보다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무역협회 정만기 부회장은 지난 4일 국회 세계포럼 FTA일자리센터,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등이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공동 주최한 ‘메가 FTA 활용 경제위기 극복전략 세미나’에 참석해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우리의 대응’이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만기 부회장은 “전동화, 자율주행화 등 변혁기에 처한 세계 자동차 산업이 중국의 등장으로 더욱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며, “2021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8250만대로 전년 대비 4.9% 증가에 그쳤으나 전기동력차는 666만대로 전년보다 110.7% 증가하는 등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 비야디(BYD)의 전기동력차 64만 7000대 판매에 힘입어 중국이 전기동력차 247만대를 판매하며 세계 시장의 58%를 점유하고 455개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등 세계 시장 주도를 위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 분야의 경우 2022년 상반기 기준 중국이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고, 배터리 원재료 분야에서는 리튬 시장의 65%, 니켈 생산공정의 80%, 니켈 광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는 2021년 기준 양극재의 57.5%, 음극재 67.8%, 분리막 53.4%, 전해액 71.8%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1위 배터리 원재료 제련 기술을 활용해 세계 망간, 코발트, 리튬의 각각 90%, 70%, 65%를 중국에서 제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기동력차 모터용 희토류도 중국은 부동의 세계 1위 강자”라면서 “세계 부존량 1억 2000만톤 중 36.7%, 세계 생산량 17만톤 중 70.6%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중국은 수출통제법 제정으로 희토류 수출입 허가 관리제를 시행함으로써 국내 생산을 줄여가면서 2018년 이후엔 수입 초과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IRA법 제정과 시행은 이해된다”면서 “우리에게도 전기차 관련 배터리 소재나 원료 공급의 다변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미국의 중국 견제와 전기차 공급망 형성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보조금 협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내국인대우 규정 저촉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배제한 것이 문제일 것”이라며, “최근 미국, 유럽 업계를 통해 확인한 놀라운 사실은 이들 모두 미국 상원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입법 사항의 중대한 변경과 전격 추진에 대해 사전에 몰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의 입법을 우리도 사전에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우리 국회는 이번 입법이 부당하다며 우리 정부에 적극 협상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세계 처음으로 채택했고,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대미 협상에 들어갔기 때문에 늑장 대응 비판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런 발언들을 종합해 볼 때 중간선거 후 IRA 개정이 불가능하지는 않아도 쉽지도 않을 전망”이라며 “우리로선 적극적이고 슬기로운 대응책을 마련하고 추진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배터리 공급 다변화 기조에는 동참해가되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는 적극 대응한다는 원칙 하에 외교 노력과 외국 브랜드와의 연대 등을 통해 미국 상·하원의원 등 정치권을 설득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